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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column

발달장애와 ‘나눔’의 의미

글 전수미 비채아트뮤지엄 관장

입력 2020.08.21 10:30:02

지난 7월, 한 신문에 ‘특수학교 정문 사라지고… 개발에 밀려난 약자의 현장을 가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지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경기도의 한 특수학교 정문이 도시개발 사업에 따른 도로공사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막혀버려 학생과 교사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2018년 여름, 찬우(가명 6세) 아빠는 스웨덴의 한 도시에 주재원으로 가게 됐다. 그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으로 데리고 가면 더 좋은 시설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학교를 알아보다 보니,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가 없기 때문에 일반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찬우 아빠는 아이가 스웨덴의 일반학교에 다니다 귀국해서 다시 한국의 특수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하던 끝에 결국 혼자 스웨덴 행을 택했다. 

최상의 사회복지제도를 갖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도 많을 것으로 짐작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들은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나누지 않고 함께 가르치는 ‘통합교육’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몇몇 특수학교도 있으나 주로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중증 언어장애 아동을 위한 기관들이다. 

우리 사회는 특수학교를 설립하고 특수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발달장애 교육의 한 축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이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는 용어 중 하나가 ‘나눔’이다. 나눔에는 ‘배려’, ‘공유(share)’의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분리, 나누다(devide)’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나눈’ 뒤에 베풀겠다는 생각이다. ‘나눔’이란 뿌리에서 ‘다름’이란 싹이 트고, ‘차별’이란 잎으로 자라는 것은 아닐까. 



‘특수학교를 세워 발달장애 아동의 교육 여건을 향상시키자는 게 잘못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수교육 여건이 열악한 현실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교육과 의료, 재활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매우 타당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 등을 포함한다. 특히 자폐의 경우 정도나 증상이 천차만별이어서 요즘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불린다.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할 때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으로 나타나는 것이 스펙트럼이다. 이는 이분법이 아닌 연속과 다양성을 의미한다. 지능, 학습, 운동 능력은 스펙트럼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칼로 자르듯이 나눌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을 ‘분리’의 대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뿌리가 깊다. 그동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고 세월만 기다린다고 해서 저절로 현실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9월1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발달장애인이라고 하면 흔히 미술 치료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왔는데, 아티스트로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음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개인적 또는 소규모의 전시는 전에도 있었지만, 국내외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작품 16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이 전시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트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발달장애인에 대해 ‘나눈 뒤 베푼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함께 하며 배려한다’는 쪽으로 새 지평을 열어나갔으면 한다.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
국내외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이 9월 12~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4전시실에서 개최된다. ‘붓으로 틀을 깨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국내 발달장애 아티스트 56명의 작품 127여점, EU국가 발달장애 아티스트 20여 명의 작품 40여 점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인과 정보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비영리 임의단체 휴먼에이드와, 발달장애인들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공헌 미디어기업 (주)휴먼에이드포스트가 주최하며 비채아트뮤지엄이 주관한다. 이들 단체는 향후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교류를 통해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지속적으로 계발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 및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여성동아 2020년 9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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