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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홍석천의 스타일리시 맛집

이열치열, 진정한 매운맛을 보다

기획·한혜선 사진·이기욱 기자

2011. 08. 02

이열치열, 진정한 매운맛을 보다


찌는 듯한 무더위, 불쾌지수가 올라가면 본능적으로 찾는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될 뿐 아니라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유난히 덥고 습했던 어느 날, ‘무한도전’ ‘스타킹’ ‘스펀지’ 등의 프로그램에 매운맛의 최강자로 소개됐던 신길동 매운 짬뽕집(010-5395-1151)을 찾았다.
이 집은 눈에 띄는 상호조차 없이 그저 ‘자장면, 홍합 짬뽕, 기계우동’이라고 적힌 간판이 전부다. 신길동에 위치하고, 대표 메뉴가 홍합 매운 짬뽕이기 때문에 ‘신길동 매운 짬뽕집’으로 불린다. 제대로 된 음식점 이름도 없고, 도로에 위치하지 않아 찾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오후 4시가 오픈 시간임에도 30분 전부터 길게 서 있는 줄이 간판보다 더 눈에 띄기 때문. 기다리는 이들의 손에는 우유와 과일맛 음료가 하나씩 들려 있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이것 없으면 매운 짬뽕 못 먹어요. 필수품이에요’라며 초행자에게 친절하게 맛집 이용법을 알려준다.

이열치열, 진정한 매운맛을 보다


중국집 주방장 25년 경력이라는 주인장은 단 4가지 메뉴로 매일 수백 명의 손님을 맞는다. 우동, 자장면 3천원, 홍합 매운 짬뽕 3천5백원, 김밥 1천5백원…. 5년 전과 똑같은 가격, 9년째 변함없는 맛이 전국 각지의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80% 이상이 서울 외곽과 지방에서 오는 손님으로, 멀고 어려운 발걸음이 고마워서라고 한다.
식당 입구의 ‘임산부, 노약자, 고혈압, 위염, 위궤양, 컨디션 안 좋은 분은 짬뽕 절대 사절’ ‘제발 완뽕(짬뽕을 국물까지 다 먹는 것)에 도전하지 마세요’ ‘7월 현재 8명 기절’이라는 메시지가 보통 매운맛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드디어 매운 짬뽕과 대면한 순간, 코끝으로 느껴지는 향이 얼마나 매운지를 경고한다. 국산 청양고추, 베트남 땡초, 중국산 일초를 포함한 16가지 재료로 맛을 낸 국물은 감히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매운맛이다! 짬뽕은 몸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확인하면서 조금씩 먹기를 권한다. 먹을 때는 변화가 없다가 후에 배와 머리가 아프고, 식은땀이 나며, 심할 경우 기절하기도 한다니까. 면발을 단무지에 의지해 넘기며 ‘대체 이 매운맛을 왜 먹는 거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고, 미리 사온 우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국물은 엄두도 못 내고 면만 먹었는데 얼굴은 뻘겋게 변했고 전신에 땀이 흥건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 번 넘기고 나면 매운맛이 다시 생각난다. ‘고통스럽게 맵기보다는 맛있게 매운맛’이라는 주인장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구식 매운 갈비찜을 선보이는 서초동 온돌집(02-521-2104)도 매운맛이 생각날 때 들르는 곳이다. 청양고춧가루를 과일양념과 배합해 숙성시킨 양념 맛은 머리끝이 설 만큼 인상적이다. 양념 맛이 제대로 밴 고기는 부드러운 감자, 콩나물, 부추, 김 반찬과 함께 먹어야 제격! 사당동에 위치한 고추찜닭(02-592-1125)도 매운 맛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세 가지가 있는데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만든 매운맛을 강력 추천한다. 탱글탱글한 닭고기 살과 감자, 당면이 어우러진 찜닭은 직접 담근 동치미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매운맛을 경험하고 땀을 쏙 뺐더니 무더운 날씨도 견딜 만하고, 스트레스가 사라졌으며, 인생을 대하는 각오도 달라졌다. ‘인생을 알려면 매운맛을 알아야 한다’는 신길동 매운 짬뽕집 주인장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이열치열, 진정한 매운맛을 보다




홍석천씨는… 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있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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