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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뉴 페이스

지고지순 순정남 연기로 인기 수직 상승 서준영

글·이혜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7. 19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서 20년 연상 교수님을 사랑하는 제자로 나온 서준영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신인 연기자인 줄 알았는데 아역배우로 시작해 이미 연기 경력 7년 차. 최근에는 영화 ‘파수꾼’으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지고지순 순정남 연기로 인기 수직 상승 서준영


언젠가부터 안방극장에서 연상녀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웃어요 엄마’에서 20년 연상인 교수 지수원(민주)을 사랑하는 제자 서준영(강소). 설정만 보면 막장 같다. 하지만 일명 ‘소주 커플’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은 건 그만큼 서준영(24)의 연기가 진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극중 민주가 치매에 걸렸는데도 변함없이 곁을 지킨 강소는 순수한 인상의 서준영에게 꼭 맞는 옷 같았다.
그는 이강소란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마치 정든 집에서 이사 가는 것처럼 허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보기 어려운 사랑을 작품을 통해 실현하면서, 좋은 여자를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웃었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커플로 호흡을 맞춘 지수원이란 선배를 얻었다. 데뷔 7년 차지만 연기력이 부족해 자책하기 일쑤였는데, 그때마다 그의 곁에 지수원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 하다, 사극 하다, 다시 현대물로 이어서 하다 보니 연기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많이 위축됐었죠. 그런데 (지수원) 누나가 연기 지도도 해주고, 대본도 맞춰주고, 의상까지 섬세하게 신경 써줬어요. 저와 비슷한 역할이 나오는 미드도 추천해줬는데 그 덕분에 연기할 때 도움이 됐죠. 힘들었지만 ‘내 편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동료와의 찰떡궁합 덕분일까. 그는 ‘웃어요 엄마’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듯했지만 뜻밖에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식상한 말 같지만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는 얘기다.
고1 때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뮤직비디오에서 권상우 아역으로 등장하며 연기를 시작한 서준영. 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중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마친 건실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촬영장이 놀이터마냥 좋았다. 2005년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을 시작으로 ‘반올림 3’ ‘하늘만큼 땅만큼’ ‘결혼 못하는 남자’ ‘구미호 : 여우누이뎐’ 등에 출연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드라마 ‘반올림’을 할 땐 소녀들의 우상이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밑바닥으로 내려간 적도 있어요. 출연한 드라마의 방송이 무산되기도 하고, 제가 출연한 부분이 편집돼 출연료를 못 받기도 했죠. 많이 좌절하고 피폐해지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도리어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가 아닌 배우를 꿈꾸게 된 것도 그즈음이죠. 어렸을 때만 해도 제가 잘생긴 줄 알았는데 현장에 가보니 저는 연기를 잘해야 살아남겠던데요(웃음).”
그는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해 시간이 나면 새로운 일을 찾아나섰다. 닥치는 대로 일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불안해하는 부모에게 그는 “다양한 삶을 경험해야 어떤 배역이든 잘 소화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하며 연기력 쌓아

지고지순 순정남 연기로 인기 수직 상승 서준영


“촬영이 없는 날에는 무작정 구인 광고지를 보고 연락해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PC방 아르바이트도 하고, 타이핑 아르바이트도 하고, 택배 일도 했죠. 청계천에서 원단을 나른 적도 있는데 해보니까 역시 보기와는 다르더라고요. 나이가 어리니까 평소 경험을 쌓으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독립영화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수시로 독립영화협회 사이트를 살펴보면서 좋은 작품을 고르고 골랐다.
“영화 예산이 얼만지, 출연료가 얼만지, 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따지지 않았어요. 대신 이 영화로 내가 반 발짝이라도 내디딜 수 있다면 출연한다고 생각했죠.”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서준영은 고등학생 커플이 1백 일 기념여행을 다녀온 뒤 펼쳐지는 스캔들을 그린 영화 ‘회오리바람’(2009)에 출연했고, 뜻밖의 성과를 얻었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것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 ‘파수꾼’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세 친구의 오해가 불러온 비극을 그린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수상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 블랙무비영화제 젊은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덕분에 그의 필모그래피가 더욱 빛나게 됐다.
이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일까. 그에겐 연애할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랑 역시 일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그의 이상형은 해바라기 같은 여자. “어머니가 일을 하셔서 보살핌을 덜 받고 자랐기 때문인지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인간적인 예의를 갖춘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은 “배우로서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길도 없고, 어떤 해답도 없는데 오대양 육대주를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처럼 열심히 연기하고 싶어요. 이만하면 됐다고 자만하지 않고, 박신양 선배나 차인표 선배처럼 더 나은 연기를 위해 갈고닦는 배우로 성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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