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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한 그녀

한지혜의 야무진 선택

신혼 단꿈 접고 연기 돌입!

글·정혜연 기자 사진·홍중식 기자

2011. 03. 17

여자 연기자에게 20대 중후반은 미모나 연기 모두 절정에 이르는 황금기다. 그래서 여배우들은 이 시기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한지혜는 ‘사랑’이라는 남다른 선택을 했다. 지난해 9월 한 남자의 아내가 돼 잠시 모습을 감췄던 그가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한지혜의 야무진 선택


20대 여자 연기자로서는 드물게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탤런트 한지혜(27). 지난해 9월 여섯 살 연상의 현직 검사와 웨딩마치를 울렸을 때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그가 결혼 5개월 만에 새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1월 말 열린 MBC 드라마 ‘짝패’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한지혜는 “오랜만에 뵙네요. 드라마로 사극은 처음이니 좋게 봐주세요”라고 인사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짝패’에서 한지혜는 영민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여인 동녀로 나온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기녀로 팔려갈 뻔했던 위기 상황에서 두 남자 주인공 천정명, 이상윤의 도움으로 풀려나 부단한 노력 끝에 여각의 상주가 되는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두 남자로부터 동시에 애정 공세를 받아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한지혜는 지난해 사극영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에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출연 분량이 적었던 터라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정식으로 사극에 데뷔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에 출연할 때 이준익 감독과 황정민 선배가 사극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어요. 의욕은 넘쳤지만 당시 촬영기간이 짧아 아쉬움이 컸죠. 드라마 ‘짝패’는 32부작이라 촬영 전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어요. 제 경험상 사극은 현대극에 비해 배우들의 순발력과 긴장을 요구하는 것 같거든요. 특히 동녀는 여각의 상주로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라 여러모로 준비해야 할 점도 많아요.”
작품을 위해 한지혜는 촬영 한 달 전부터 서예와 사군자 그리는 법, 승마 등을 배우고 있다. 그는 이번에 난생처음 붓을 잡아봤다며 자신의 작품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한눈에 봐도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그는 만족해하며 사진과 함께 “생각보다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굉장히 재미있다. 서예와 사군자를 배우면 동양 최고 엘리트들 문화와 사상, 철학을 배울 수 있다는데 이번 기회에 열심히 배울 생각”이라는 다짐의 글을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아직 ‘난을 좀 친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에요(웃음). 사극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새로운 취미가 생겨 저로선 그저 감사할 뿐이죠.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터라 촬영이 없을 땐 요리·도예·사진·소믈리에 등을 배우기도 했어요. 이번 작품 덕분에 전부터 도전하고 싶었던 승마도 배울 수 있어 설레었어요. 첫날엔 좀 무서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말 타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는 된 것 같아요.”
한지혜는 2001년 광주 경신여고 2학년 재학 시절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한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2년 뒤 세종대 연영과에 입학하면서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 ‘여름향기’ 등에 출연했고 이후 ‘낭랑18세’ ‘미우나 고우나’ 등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그러던 중 2008년 ‘에덴의 동쪽’에서 운명의 장난에 휘말리는 상황에서도 강인한 면모를 드러내야 하는 지현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평을 받으며 MBC 연기대상 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찍었다. 그는 이번에 ‘짝패’를 선택한 것도 그 당시 했던 각오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일일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통해 밝고 씩씩한 이미지로 고착되던 시절, 불현듯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더라고요. 가슴속 깊이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을 무렵 ‘에덴의 동쪽’을 만났어요. 1년 동안 촬영하면서 연기의 참맛을 느꼈을 정도로 제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죠. 이후로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등 작품을 선택할 때 한지혜라는 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역할인지 먼저 보게 되더라고요. ‘짝패’의 동녀는 그런 강인한 면모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 드라마로 ‘더 이상 볼 것 없는 배우’가 아닌 ‘아직도 가능성이 엿보이는 배우’라는 평을 받고 싶어요.”

한지혜의 야무진 선택


“남편 응원 힘입어 연기에 재도전”

결혼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덕분인지 한지혜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성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드라마 주연 4인방 중 유일한 기혼자여서 마주치는 제작진과 출연진마다 결혼에 대해 덕담을 건넨다고.
“방송관계자나 동료 배우들이 저의 결혼에 대해 좋게 봐주셔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요. 여배우들은 일에 매진하다보니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을 선택한 것에 대해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오래전부터 ‘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랑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온 터라 일찍 결혼을 결심했지만 그렇다고 일을 소홀히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함께 출연하는 정명 오빠나 상윤 오빠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 하자면 ‘젊을 때 좋은 분 만나서 결혼하시길 바란다’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아줌마 멘트 같기도 하네요(웃음).”
한지혜보다 여섯 살 연상인 남편은 현재 부산지검에서 근무한다. 고향이 서울이어서 연고가 없는 부산에서 근무하려면 아내의 내조가 아쉬울 텐데 남편은 아내의 연예활동을 적극 지지해준다고. 시집 식구들도 마찬가지로 그의 연예활동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며느리가 집안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이런 자리에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거예요. 남편도 제가 일하는 걸 좋아해서 항상 전화 통화로 잘하라며 기운을 북돋워줘요. 저 자신이 너무 젊고 아직 못 다 이룬 꿈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안일보다 바깥일에 매진하고 싶어요.”
한지혜는 결혼 후 복귀한 작품에서 오늘날로 치면 여성 CEO라 할 수 있는 여각의 주인 역을 맡은 것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선 시대 말 상인들이 부와 권력을 쌓아갈 때 남자 못지않게 성공한 여성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그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고현정 선배만큼은 못하더라도 그런 이미지를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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