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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홍석천의 스타일리시 맛집

No1. 외식메뉴 삼겹살 먹는 날

기획·한혜선 사진·이기욱 기자

2011. 01. 07

No1. 외식메뉴 삼겹살 먹는 날


대한민국 대표 외식 메뉴를 꼽자면 단연 삼겹살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빙~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삼겹살은 쇠고기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어 서민들이 즐겨먹는 베스트 메뉴로 손꼽힌다. 나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삼겹살을 먹는다. 서울 보광동 종점에 위치한 ‘종점숯불갈비(02-749-6887)’는 직원들 회식이나 동료와의 친목 모임을 할 때 자주 가는 곳이다. 14년이 넘은 이곳은 으슥한 골목에 자리 잡은,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허름한 음식점이지만 삼겹살구이 한상차림이 차려지면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푸짐한 식탁이 완성된다. 가수 이기찬, 왁스 등 절친 연예인들도 묵은지와 곁들인 삼겹살 한 점을 맛본 뒤로는 단골이 돼 자주 들를 만큼 중독성이 있다. 이곳 삼겹살은 비계와 살코기가 층층이 쌓여 환상적 마블링을 자랑하며 그 두께도 남다르다. 두툼한 삼겹살에 장독대에서 바로 꺼낸 듯한 묵은지를 얹어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 주인장이 매년 직접 담근다는 묵은지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느끼한 삼겹살 맛을 중화시킨다. 삼겹살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에는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가 다음 코스지만 나는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썰지 않고 통으로 넣은 김치, 두툼한 고기를 넣어 바특하게 끓인 김치찌개는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기까지 충분히 배가 부르지만 벨트 풀 각오를 하고 꼭 맛보아야 할 음식이 있다. 남은 삼겹살과 총총 썬 채소, 김치, 잘게 부순 김, 밥을 한데 넣고 볶은 ‘볶음밥’이다. 입천장이 데이는 줄도 모르고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곳이 작고 허름하지만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위에 열거한 맛있는 음식 말고도 주인장의 푸짐한 인심을 빼놓을 수 없다. 채소 가격 파동이 나서 소위 ‘삼겹살에 상추 싸먹는다’는 말이 돌 때도 이곳은 반찬 양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더 달라는 요구에도 인상 찌푸리지 않고 리필해주는 넉넉함이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보광동 ‘한일정육점(02-795-2881)’도 자주 찾는 곳이다. 식당이 아닌 정육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엄선된 육질의 고기를 판매하기에 믿음직스럽다. 이곳은 묵은지를 달달 볶은 김치와 삼겹살을 시키면 맛보기로 나오는 고추장주물럭이 특히 맛있다. 나는 늘 돌판에 삼겹살은 물론 항정살, 목살, 갈매기살, 가브리살을 모두 구워 맛볼 수 있는 돼지모둠을 시킨다. 돌판에 익혀 기름이 쏙 빠져 맛이 담백하면서 육질도 부드럽다. 대폿집 스타일의 1층과 천장이 낮아 다락방 같은 2층 모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대기 때문에 피크 타임에는 기다리는 수고도 필요하다. 김치찌개로 유명한 청담동 현대정육식당(02-540-7205)의 삼겹살 맛도 기가 막힌다. 주문 즉시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무게를 달아 서빙되는 생삼겹살과 깊은 맛이 나는 김치를 불판에 골고루 얹어 구우면 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왕성해지고, 한입 베어물면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
고단하고 힘들었던 하루를 달래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고향 같은 음식, 삼겹살!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삼겹살은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기운을 복돋워줄 ‘대한민국의 힘’이다.

No1. 외식메뉴 삼겹살 먹는 날


홍석천씨는 …
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이자 미식가로 맛은 물론 인테리어, 분위기가 좋은 베스트 맛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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