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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선택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해 올겨울 ‘싱글맘’ 되는 방송인 허수경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여성동아 사진파트

2007. 09. 22

허수경이 오는 12월 엄마가 된다. 지난해 여름 이혼 후 홀로 살아가던 그가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해 임신부가 된 것. 그에게 홀로 아이를 키우기로 마음먹기까지의 과정,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해 올겨울 ‘싱글맘’ 되는 방송인 허수경

방송인 허수경(40)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아이를 임신한 것. 지난해 8월 두 번째 이혼을 한 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한 그는 현재 새 생명을 잉태한 지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8월 중순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난 그는 러브 FM ‘허수경의 가요풍경’ 진행을 마치고 부서 회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발랄한 티셔츠에 단화 차림으로 정문을 나선 그는 밝은 표정이었다.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나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모든 게 조심스러운 듯했다. 임신하고 5개월이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다고 하지만 그는 “어렵게 가진 아이이기에 몸가짐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아빠는 중요하지 않기에 100% 저만 닮은 아기가 태어나면 좋겠어요”
그는 지난 7월 말 SBS 아침방송 ‘김승현·정은아의 좋은아침’에 출연해 싱글맘이 되기로 결심한 배경과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받은 마음의 상처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방송에서 그는 “초음파로 아이의 심장 뛰는 소리를 처음 듣고 내 안에서 두 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가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번째 결혼생활에서 두 번이나 자궁외 임신을 해 양쪽 나팔관 절제 수술을 받은 그는 그 후로 자연임신이 불가능해져 두 차례에 걸쳐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은 유산이 됐고, 한 번은 전 남편의 마음이 바뀌어서 병원에 가지 않아 아이를 갖지 못했다.
이처럼 두 번의 결혼생활에서 모두 아이를 얻을 수 없었던 그는 올봄 어머니의 권유로 또한번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두 번째 이혼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그가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자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노력해보자”고 그를 설득한 것. 하지만 그는 어머니에게 “남편 없이 어떻게 아기를 낳아. 그렇다고 또 결혼을 할 수도 없고 한다 하더라도 아기는 불가능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해 올겨울 ‘싱글맘’ 되는 방송인 허수경

“엄마는 그동안 제가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니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신 거죠. 결국 어머니의 뜻대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죠.”
아버지 또한 어머니의 생각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딸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동안 힘든 일 많이 겪어 안쓰러운 모습을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부디 건강한 아이를 낳아서 새 삶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수경은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 어머니와 함께 처음 자궁외 임신을 했을 때부터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때까지 쭉 다녀온 산부인과를 찾아가 정자 기증과 관련해 상담을 받고 다시 한 번 시술을 시도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큰 용기를 낸 도전은 결국 그에게 엄마가 될 기회를 안겨줬다.
“시험관아기는 시술을 시도한 날부터 임신 하루로 계산이 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어요. 아기의 아빠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시지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확실한 건 생물학적 아빠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100% 저만 닮은 아이가 태어나길 바랄 뿐이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그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매분 매초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마음을 졸였다. 임신이 잘 유지되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잘못될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이란 울타리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과연 아이가 원하는 삶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 수밖에 없었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기 한 달 전부터 매일 기도를 했어요. 아이를 진심으로 원하지만 이 아이가 태어나서 아빠 없이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저 혼자 내릴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한테 ‘내가 엄마로서 마음이 드니? 아빠 없이도 괜찮겠니?’라고 묻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신의 계획에 합당하다면 아이를 주시고, 그렇지 않다면 어떤 좌절과 절망을 겪어도 좋으니까 이번에도 실패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어요. 그러다 임신 3개월쯤 지나고부터는 기도 내용이 좀 바뀌었어요(웃음). 이왕이면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제발 건강한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요.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배 속에 있는 이 아이가 내 자식이라는 느낌보다 제게 맡겨진 하나의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따뜻한 가정을 일구지 못하고 아이마저 낳을 수 없게 되자 신이 원망스러웠어요”
그는 초음파로 아이의 형상을 처음 확인하던 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의사가 화면을 가리키며 “별처럼 반짝이는 게 보이죠? 이게 심장입니다” 하고 말한 뒤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려줬다고. 아이의 척추가 형성되고 손가락이 생기는 과정 또한 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는데, 아이를 가진 여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소소한 것들이 그에게는 매 순간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임신 초기 입덧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임신 전보다 잘 먹고 몸에 좋은 것들로 잘 챙겨 먹었다고. 요즘도 하루 세끼를 푸짐하게 차려 먹고 있는 그는 인스턴트식품은 일체 피하고 과일도 유기농 제품으로만 골라 먹는다고 한다. “아이 덕분에 호강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렇게 순탄하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데 왜 그전에는 그렇게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그때는 때가 아니었나봐요. 아이를 가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를 안 주신 거겠죠. 사실 두 번째 자궁외 임신이 됐을 때는 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행복한 가정, 예쁜 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범한 삶인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었죠. 한편으로는 방송을 통해 얻는 돈과 명예가 ‘진짜 행복’을 빼앗아가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 나는 따뜻한 가정을 일구는 재능도 없고 아이도 낳을 수 없구나’ 하는 절망감이 한동안 저 자신을 많이 힘들게 했어요.”
그는 지난 2000년 영화배우 백종학과 재혼했지만 2년 동안 별거생활을 하다 결국 지난해 8월 이혼했다. 이미 한 차례 이혼을 경험한 그는 어떻게든 끝까지 이혼만은 막고 싶었지만 남편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별거 생활이 시작됐고, 급기야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2년이나 별거를 했던 건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결혼생활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 이혼을 했을 때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의 말과 따가운 눈총을 받았기에 두 번 다시 그 고통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만약 또다시 이혼을 한다면 더 이상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길을 가다가도 돌을 맞을 것 같은 공포심이 들었죠. 그런 두려움 때문에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됐고,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저 혼자 우긴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저의 그런 모습 때문에 오히려 더 화가 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삶을 포기하려 했던 적도 있지만 팬들의 따뜻한 격려가 저를 다시 일으켜세웠어요”
결국 2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쳐왔던 그는 극한 상황에까지 몰리자 두 번이나 이혼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자살을 시도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이틀 만에 기적처럼 깨어났고 오히려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시 살아난 건 하늘이 내게 맡긴 일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용기를 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새 삶을 산다는 기분으로 두 번째 이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날부터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다짐했어요. 흔히 ‘죽을힘 가지고 살아라’라는 말을 하잖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이혼을 하고 나서도 ‘그래 나한테는 죽을힘이 있어. 그 힘으로 잘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생활에서 벗어나 새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는 이혼과 동시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님이 계신 제주도로 내려갔다. 부모님은 3년 전 아버지 퇴직 후 어머니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그동안 애착을 갖고 진행해오던 라디오 프로그램마저 그만두기로 결심한 그는 이삿짐센터 차량을 불러 모든 짐을 제주도로 실어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방송관계자의 설득으로 결국 그는 방송을 그만두지 못하고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는 생활을 했다.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어른들께 꾸지람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데 그렇게 하찮게 여기고 떠나려 하냐고요. 제가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저를 붙잡아주셨죠. 또한 팬들의 격려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줬어요. 두 번째 이혼을 발표하고 나서 많은 비난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저를 아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어떤 분은 제 인생을 몇 페이지 분량으로 분석해서 편지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저의 어떤 점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용기 잃지 말고 잘 살라는 내용이었죠. 그런 고마운 팬들 덕분에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고 더욱 라디오를 사랑하게 됐어요.”
그는 임신하기 전까지 주말마다 제주도로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올해가 세 번째 농사인데, 귤이 맺히는 과정을 행복하게 지켜보시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제주도에 내려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는 “꽃이 지고 귤이 도토리만 한 크기로 맺혔다가 노랗게 물들면서 여물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배 속의 아이를 ‘별이’라고 불렀다. 별이는 부모님이 지어준 태명으로 그에게 별과 같은 희망이 되라는 의미에서 이름 붙였다고 한다. 태몽도 어머니가 꾸어줬는데 뽀얗고 예쁜 아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에 어머니가 달려가서 와락 받았다는 내용이다.
요즘은 청취자들의 사연 중에서도 유독 아이와 관련된 내용에 눈이 더 간다는 허수경.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는 나 자신이 아닌 모성애를 믿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궁금증 해결!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의 차이점

인공수정은 남성에게서 정액을 얻은 후 보관하고 있다가 수정이 필요한 여성의 생식주기에 맞춰 자궁을 열고 정액을 넣는 방식으로 여자의 난자에는 이상이 없고 정자에 문제가 있을 경우 주로 선택한다. 이에 반해 시험관아기 시술은 난자와 정자를 각각 몸 밖으로 채취해 이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키고 2~3일 혹은 5일 정도 배양한 뒤 다시 여성의 자궁 내로 이식하는 방법을 말한다.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 임신 시술을 받는 경우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정자은행을 이용한 임신 시술 사례는 모두 4만9875건으로 이 중 1.5%인 758건이 배우자가 아닌 남성의 정자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 국내에서 임신 시술을 받았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산부인과학회의 권고에 따라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정자를 이용해 시술을 하면 배우자의 동의서를 받는다’고 기록돼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 보고를 하지 않는 게 통상이다.

정자은행 관리는 어디서 할까?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정부에서 정자은행을 관리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아닌 개별 병원들이 정자은행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정자 기증자는 병원이 알아서 수소문하거나 기증을 원하는 사람이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 기증자는 질병검사와 건강진단 등을 거쳐 기증 동의서를 작성한 뒤 건강상태에 따라 1,2주일에 한 번꼴로 정자를 기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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