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아침부터 거리는 무척 분주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자동차 행렬, 뒤늦은 출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 온통 잿빛으로 가득한 도시 풍경을 지나면 한 폭의 그림처럼 푸른 공간이 보인다. 바로 ‘서울숲’ 공원이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숲 덕분에 우리 가족의 주말 풍경은 많이 변했다.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에, 남편은 낮잠에 흐지부지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집 근처에 서울숲이 생기고부터는 무조건 이곳을 찾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꽃사슴에게 먹이를 주고 풀이름, 꽃이름을 익히며 자연스레 생태학습에 체험학습까지 하게 된 것. 그렇다보니 공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공원을 자주 찾을수록 소중한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가꾸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올 봄 ‘서울숲 알림이’ 모집공고를 보게 됐고 바로 신청을 해 지난 6월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숲 알림이’는 소식지를 통해 공원의 행사와 시설 등을 홍보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이다. 매월 한 번씩 소식지를 발간하고 홈페이지 관리 등의 활동을 한다.
공원에 들어서니 새소리에 가슴이 확 트인다. 오늘은 ‘어린이 사진교실’이 있는 날로 꼬마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서울숲 알림이 동료들과 함께 기획한 교실인데 나와 동료 1명이 매주 수요일 초등학생들에게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오전 10시가 되자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교실에 모였다. 이론 설명을 간단히 끝내고 공원으로 나갔다. 공원 이곳저곳을 돌며 아이들이 마음껏 사진을 찍게 지켜본다. 능숙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아이, 처음 만지는 카메라가 어색한지 이것저것 눌러보는 아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아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풀과 나무에 카메라 초첨을 맞추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사진 촬영을 끝낸 뒤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이 찍어온 사진을 보며 간단히 품평회를 진행했다. 주로 나무와 꽃을 찍었는데 솜씨가 제법이다. 언제나 배경으로만 여기던 자연을 주인공으로 찍으니 느낌이 색다른 모양이다. 벌레는 징그러운 것, 이끼 낀 나무는 더러운 것이라고 여기는 아이들도 카메라를 매개로 자연을 만나면 마냥 즐거워한다.
“자, 그럼 다음 시간에는 촬영 기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하자. 매미 얼짱 각도가 몇 도인지 연구들 해와!”
수업을 마치니 벌써 낮 12시가 다 돼간다. 집에 가는 길에 나도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공원 풍경을 담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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