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지만 자기 부부의 성 트러블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진유숙, 유성현 주부.
진유숙(이하 진) 여자는 하기 싫을 때 (섹스를) 하면 오르가슴에 도달하기는커녕 섹스가 고통 그 자체라는 걸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남자는 여자와 근본적으로 달라서 그런지, 하고 싶으면 참지 못하고 꼭 사정해야만 하나 봐요.
유성현(이하 유) 남자는 여자가 (섹스를) 무조건 많이 해주면 좋아하는 줄 알아요.
진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열정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한데 말이에요. 한번을 해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유 아이들 키울 때, 육아 스트레스로 몹시 피곤할 때는 섹스고 뭐고 다 귀찮게 여겨지더라고요. 밤이고 낮이고 아이한테 치여서 힘들어 죽겠는데 섹스를 하자고 하면 너무 짜증나요.
진 맞아요. 저도 아이 키울 때, 밤에도 안 자는 아이를 겨우 재워놓고 막 단잠에 빠지려는데 “아이 자니까 한번 하자”며 남편이 옆에 와서 치근대면 너무 싫었어요. 섹스 그 자체가 싫은 건 아닌데, 그런 상황에서 하자는 게 짜증이 나는 거죠.
유 남자는 섹스를 자주 해줘야지 아내에 대한 도리를 다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은 그게 아닌데 말이죠.
진 전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거의 매일 요구해요. 그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아세요? 피곤하다고 핑계를 대고 남편 옆에 가는 걸 꺼릴 때가 많아요. 어떤 날은 정말이지 ‘그래, 어쩔 수 없이 해준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올라가요.
여자들도 섹스할 때 의무방어전 치르는 기분 들어
유 완전히 의무방어전이네요(웃음).
진 다들 의무방어전을 치르고 살지 않아요? 제 친구나 주변의 아줌마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다수가 의무방어전을 치르고 산다고 하던데….
유 맞아요. 그렇게 의무방어전을 치를 때 여자는 별 느낌 없이 빨리 사정하기만을 마음속으로 바라잖아요. 저도 하기 싫을 때 남편이 건드리면 “빨리 끝내” 하고 말할 때도 있어요.
진 오르가슴은 성기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느낌이나 강도는 다르지만 가슴이나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오르가슴과 비슷한 ‘짜릿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정성스럽게 애무를 주고받을 때 이런 느낌들이 살아나죠. 일단 서로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치한 상태에서 섹스를 해야 최고의 오르가슴을 얻을 수 있어요.
유 서로 몸을 만지기만 해도 좋아서 견딜 수 없는 신혼 초라면 모를까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해서 충분한 전희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진 30대 후반인 저희 부부는 일주일에 한번이 가장 적당할 것 같은데…. 하고 싶어서 하는 날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할 때가 많아서 하루는 남편에게 “체력이 달리고 힘드니까 며칠에 한번씩 하자”고 했더니 “다른 여자들은 안해줘서 불만이라는데 당신은 해줘도 불만이냐”면서 “당신은 축복받은 줄 알아라. 나처럼 이 나이가 되도록 매일 해주는 정력 좋은 남자가 있는 줄 아냐”고 어깨에 힘을 팍 주더라고요. 억지로 하는 날엔 애액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요. 그런데도 전희과정 없이 삽입부터 하려는 게 문제예요. 애무도 해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텐데 그러지 않거든요.
진유숙 주부는 1주일에 한번 정도만 하면 좋겠는데 남편이 너무 자주 요구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유 저는 가끔 ‘나도 즐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섹스에 몰입을 하면 오르가슴에 도달하기도 해요.
진 여자는 섹스를 하면서 먼저 정신적인 친근함을 얻고 싶어하잖아요. 섹스를 하지 않아도 남편의 팔을 베고 누워 있거나 품에 안겨 있을 때 ‘하기 싫은 섹스’를 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도 평온하고 좋거든요.
유 (여자가 섹스를 하기 싫어할 때) 남편이 전희를 충분히 한 후 삽입을 하나요?
진 아뇨. 오히려 오럴섹스를 해달라고 요구할 때가 많아요. 그런 경우 마지못해서 해줘요. 그래야 빨리 끝나잖아요(웃음).
유 적당히 술에 취했을 때 술기운 때문에 하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드나 봐요. 몸은 움직이기 귀찮고 (섹스를) 하고는 자야겠고…. 그럴 땐 여지없이 오럴을 한 다음에 여성상위체위로 해달라고 해요.
진 문제는 남편이 그런 요구를 할 때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남편의 자존심이 상할까봐서죠. 남자는 여자들의 거절이 잦아지면 “내가 시원치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의기소침해한다면서요.
유 하기 싫을 때라고 해서 수동적으로 섹스에 임하면 여자는 불감증에 걸리기 쉽다고 해요. 그래서 점점 더 섹스에 대한 관심과 흥미 대신 ‘섹스는 고통이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고요. 그런 식의 섹스가 잦아지면 부부 사이에도 문제가 생기게 돼요.
진 전 남편에게 “밖에서 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남편이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상할 테니 나 모르게 ‘발산’하고 들어와서 나를 좀 건드리지 말라는 거였죠. 남편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오죽하면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남편은 또래의 남자들보다 ‘횟수가 많다’는 부분에 대해 무척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요.
유 여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남편만 ‘좋고’마는 섹스를 하나 봐요.
진 그런 것 같아요. 신혼 때나 특별히 여행을 갔을 때는 정성껏 애무를 해주는 편이었지만 결혼 햇수가 더해질수록 건성으로 가슴을 몇번 애무해주다 삽입을 하곤 하죠.
유 제 남편도 오럴섹스는 자주 요구하면서도 제게 그렇게 해주는 것은 굉장히 인색해요.
진 저희는 그렇지는 않아요. 오럴섹스를 해달라고 하는 날엔 저에게도 그렇게 해주려고 노력하죠.
유 저희 남편은 늘 (섹스가) 끝나고 나면 “좋았어?” 하고 물어요.
진 맞아요(웃음). 제 남편은 섹스를 하는 도중에도 종종 확인하곤 해요. 그래서 전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아도 대충 “좋아” 하고 대답할 때가 있어요.
유 남자들은 아내가 임신을 해도 그게 참기 힘든 모양이에요. 임신 초기에는 몸조심을 하느라 잘 안하게 되잖아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하루는 오럴섹스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성기에) 로션을 발라서 애무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진 전 남편이 업무상 접대를 하거나 접대를 받기 위해 여자 나오는 술집을 자주 가는데 그곳에서 어떻게 하고 노는지 신혼 초에는 잘 몰랐어요. 술집에 다녀와서 한다는 말이 “난 당신 외에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서 술집 여자가 옆에 앉아도 털끝 하나 안 건드려”하고 얘기하곤 했는데 그 말을 옛날에는 바보처럼 믿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유성현 주부는 때론 성인 비디오를 보면서 섹스하는 것도 성적 흥분을 느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 섹스를 하기 싫을 때 귀찮게 하니까 ‘차라리 바람을 피우고 와서 치근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요?(웃음).
진 그런 마음이 든다는 거지, 실제로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죠(웃음). 얼마 전에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간 적이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 만나서 점심 먹고 수다떨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들이 있는데, 한번은 의기투합해서 나이트클럽에 가기로 한 거죠. 처음엔 별생각 없이 처녀 때처럼 가서 춤이나 추고 맥주나 한잔 마시고 올 생각이었어요. 누군가 “(나이트클럽에 가서) 부킹을 할 테니까 그리 알라”고 귀띔을 해주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죠. 그런데 막상 (부킹을) 해보니까 낯선 남자와 만나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는 게 남편과 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짜릿하더라고요.
유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요.
진 처음엔 그랬죠. 그래서 ‘남편은 밖에서 이보다 더한 행동을 많이 하고 살지 않으냐’는 생각으로 죄책감을 희석시켰죠. 파트너가 생김새도 괜찮고 건네받은 명함을 보니 직업도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 남자와 블루스를 출 때 어색함 속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이 마치 오르가슴을 느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편이 귓불을 애무할 때보다 낯선 남자가 장난삼아 귓불에 살짝 콧바람을 불어넣을 때, 그 쾌감이 아주 색다르고요. 그 남자가 제 청바지 뒷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제 엉덩이를 자기쪽으로 밀착시키는데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속옷이 젖을 만큼 성적으로 흥분이 되더라고요. 남편이 오랫동안 애무를 해줘도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든 거죠.
유 그런 맛 때문에 남자들도 바람을 피우나 봐요.
진 그 느낌은 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후로도 몇번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계속 갔다가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아 그만뒀어요. 그런데 남편과 섹스를 할 때 ‘별다른’ 성적흥분이 생기지 않은데다 ‘억지로’ 해야 될 때가 있으니 ‘밤’이 무서워요.
유 저는 제가 (섹스를) 하고 싶은 날에는 서너번씩 오르가슴을 느껴요.
진 물론 저도 제가 하고 싶은 날에는 오르가슴을 느끼죠. 문제는 하기 싫은 날이에요. 남편이 거의 매일 요구를 하니까 힘들다는 거죠.
유 전 제가 하기 싫은 날에는 성인비디오를 틀어놓고 ‘저거 보면서 하자’고 할 때가 있어요. 성적흥분을 남편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아보려는 거죠. 그렇게 해서라도 즐겁게 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 훨씬 나은 섹스를 할 수 있어요.
진 날마다 하자는 남편에게 매일 ‘이벤트’를 마련해서 섹스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요(웃음)? 가끔은 속궁합이 안 맞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유 그건 결혼 후에 서로 몸도 마음도 무덤덤해진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아요. 외도를 한 어떤 남자에게 “아내가 아닌 여자와 섹스를 할 때의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묵은 김치를 먹다가 겉절이를 먹은 느낌이다”고 하더래요.
진 아주 적절한 표현이네요. 신혼 초에는 그래도 남편과의 섹스가 ‘겉절이’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결혼생활 3년을 넘어서며 ‘묵은 김치’가 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자신들이 섹스 욕구를 느낄 때는 적극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유 요즘은 제가 하기 싫을 때 남편이 하자고 하면 “다음에 ‘확실히’ 재미있게 해 주겠다”고 꼬셔요. 그리고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날 먼저 유혹을 하죠. 샤워를 한 후 속옷도 안 입고 살짝 향수만 뿌린 후 침대로 들어가요. 정성껏 애무를 해주고 체위도 평소 하던 것이 아닌 색다른 체위를 해보고요.
진 저도 제가 하고 싶은 날은 애무를 잘 해줘요. 남자도 의외로 애무해주는 것을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단순히 성기만을 애무하는 것이 아니라 성기 주변까지 (혀로) 애무해줘요. 그러면 남편은 그 느낌이 ‘사정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말해요. 남편이 침대에 엎드리면 그 위에 올라가 가슴으로 등을 애무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아주 좋다고 해요.
유 여자들도 자신의 성감대가 어딘지 남편에게 얘기하는 게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만약 남편이 삽입섹스에만 몰두하고 클리토리스 등을 애무하지 않으면 남편의 손을 그곳으로 살짝 끌어들여 애무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고요.
진 남편에게 성감대가 어디인지 가르쳐 주면서 애무해달라고 하는 여자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남편이 (섹스를) 마치고 나서 “몇번이나 느꼈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한번도 도달하지 못했어도 남편 자존심 세워주느라 거짓말을 할 때가 많아요.
유 저도 그런 적 많아요. 신음소리를 거짓으로 낼 때도 많고요.
진 남편은 그게 거짓으로 내는 소리라는 걸 아는 것 같아요. 제가 진짜로 흥분해서 오르가슴을 느낀 날은 남편이 알아채더라고요. 신음소리가 확실히 틀리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하는데 신음소리조차 안 낸다면 얼마나 힘 빠지겠어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할거고.
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데요. 남자들이 이제는 섹스의 ‘횟수’에 대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번을 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일치됐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섹스를 했으면 좋겠어요.
진 저도 이제부터 생각을 바꿔 남편을 대해야 할 것 같아요. ‘하기 싫다’는 느낌을 지우고 최대한 ‘즐기려고’ 애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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