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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interview

특전사 훈련을 심신 단련법으로 바꾼 무한긍정청년 이승기

editor 김지영 기자

2018. 04. 10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드라마와 예능, CF에 이어 영화 ‘궁합’으로 스크린까지 접수한 이승기가 여성동아 독자들에게만 아주 특별한 심신 수련법도 공개했다. 이 청년, 참 맑고 뜨겁다.

최근엔 군 복무가 스타에게 더 이상 큰 제약이 되지 않는 듯하다. 전역 후 더 큰 활약을 보여주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31)가 좋은 예다. 2004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승기는 1집 앨범의 타이틀곡 ‘내 여자라니까’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무대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했다. 광고업계의 러브 콜도 끊이지 않았다. 반듯한 이미지로 호감을 얻은 덕분이었다. 그렇게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는 2016년 2월 화려한 생활을 접고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 특수전사령부(이하 특전사)에서 복무하고 2017년 10월 만기 전역한 후에는 공백 없이 곧장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와 드라마 ‘화유기’를 오가며 시청자와 재회한 그는 전과 다른 ‘츤데레’ 매력으로 예전의 인기를 회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대 후 찍은 CF만도 10개를 훌쩍 넘었다. 

‘화유기’를 막 끝내고 영화 ‘궁합’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그를 3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밀린 광고 촬영과 영화 홍보 활동으로 쉴 틈이 없던 그가 어렵게 만든 자리였다. ‘화유기’에서 삼장법사(오연서)와 사랑에 빠지는 손오공 역을 맡았던 그는 이 영화에선 혼사를 앞둔 송화 옹주(심은경)와 부마 후보들 간 궁합 풀이에 나서는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으로 분했다.

보통 제대하면 휴식기를 갖는데 이승기 씨는 바로 열일 중이네요. 

저도 드라마 복귀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대하기 전부터 ‘집사부일체’ 팀이 같이 해보자고 해서 받아들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방송을 시작할 줄은 몰랐거든요. 게다가 입대 전 찍은 ‘궁합’이 2월 28일 개봉되면서 의도치 않게 바빠졌어요. 사회 적응기를 거치지 않아 방송에서 군대 얘기를 많이 하는 게 단점이지만, 대신 군에서 연마한 정신력과 체력 덕분에 바쁜 와중에도 좀 더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규칙적으로 생활해 체력이 좋아진 건가요. 



그런 면도 있고 제가 복무한 곳이 특전사 산하에 있는 부대여서 일반 부대보다 훈련이 많았어요. 전투부대 소속 병사들은 특전병이 아니어도 대부분 훈련에 동참하거든요. 처음에 대대장님께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진짜 웬만한 훈련은 다 시키시더라고요. 

군대에 다녀온 후 훨씬 남자다워진 느낌이에요. 피부도 상하지 않았고요. 송중기 씨처럼 군 복무 시절 ‘1일 1팩’을 했나요. 

지난해 여름 해상 훈련을 받는 동안 피부가 엄청 탔어요. 탈의하고 하루에 바닷가에서 10km씩 뛰다 보니 얼굴이 진한 구릿빛이 됐죠. 근데 제대 후 바로 드라마에 복귀해야 하니까 마지막 휴가 때는 팩을 매일 붙이고, 피부과에서 많은 관리를 받았어요. 그 덕분에 차츰 하얘졌는데, 아직도 까무잡잡해요. 

제대하자마자 방송에 복귀한 송중기 씨도, 이승기 씨도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왜일까요. 

송중기 씨가 ‘태양의 후예’로 큰 사랑을 받은 건 군 복무에 성실히 임하며 몸에 밴 좋은 에너지가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일 거예요. 요즘 군대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거든요. 저도 군 생활을 하며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방송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커져 전역 후 바로 복귀한 겁니다(웃음). 

‘화유기’가 방영 초반 잡음이 일어 아쉬웠을 듯해요(이 드라마는 2회 때 편집되지 않은 영상이 송출되는 방송 사고가 났고, 이에 앞서 촬영 세트를 설치하다 스태프가 추락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너무 안타까운 사고죠. 배우들 간에 불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스템적인 문제로 일어난 사고니까요. 컴퓨터그래픽(CG)으로 인한 방송 사고든, 시스템적인 문제로 인한 사고든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겠죠. 특히 시스템적인 문제들은 공론화해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어요. 

‘궁합’은 군 입대 전 촬영한 작품이라 제대 후 영화를 본 소감이 몹시 궁금하네요. 

지금과 다른 모습 때문에 보기 민망하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는 없는 풍부한 볼살이 영화를 보는 데 방해되는 수준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화유기’ 속 제 모습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예전에는 볼살이 과한 느낌이 있거든요. 하하하. 

‘화유기’에서 연기한 손오공은 상남자 같은 매력을 풍겼어요. 원래 그런 성격인가요. 아니면 군 생활의 영향인가요. 

군 생활의 영향도 있고 살이 많이 빠져 그런 것 같아요. 군대 가기 전에는 체중이 80kg이었는데 전역할 때는 73kg까지 줄었어요. ‘화유기’ 작가님이 좀 더 날카로운 모습을 원해 촬영하며 1kg만 더 감량해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빠져 지금은 69kg이에요. 

10kg 이상 감량한 비결이 뭔가요. 

다이어트 이야기 좀 해드릴까요? 사실 연예인들은 다이어트를 달고 사는데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식이요법만으로는 체중 감량이 쉽지 않아요. 닭가슴살만 먹거나 고구마 몇 개만 먹는 다이어트는 저랑 안 맞더라고요. 차라리 일반식을 적당히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어요. 찌개나 튀김류는 조금만 먹고, 저녁에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 날 샐러드로 간단히 때우는 방식으로 식사 조절을 하면서 일과 운동을 열심히 하면 감량이 수월하더라고요(웃음). 

평소 어떤 운동을 즐기나요. 

군대 가기 전에는 헬스 위주로 했는데 특전사에서는 서킷 트레이닝을 시키더라고요. 특수 훈련을 위한 운동이죠. 사람이 이렇게까지 운동할 수 있구나, 이렇게 해도 죽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도가 센데 부대를 나와서 보니 그게 ‘크로스핏’이더라고요. 그걸 만든 분도 특수부대 출신이에요. 그래서 마지막 휴가 때는 오전에 크로스핏, 오후엔 수영, 저녁 시간엔 요가로 몸을 풀었어요. 

30대를 시작하는 작품으로서 ‘화유기’와 ‘궁합’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화유기’의 손오공은 거친 악당에 퇴폐미가 있는 인물이어서 촬영하는 동안 신선한 재미를 느꼈어요. ‘궁합’도 재미있게 찍었어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진중한 성격의 천재 역술가라는 점에 끌려 출연했는데 관객분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 내심 흐뭇했어요. 두 작품 모두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꺼리는 배우도 많은데 이승기 씨는 그동안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넘나들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해요. 

20대엔 저도 ‘한 가지 길을 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정답은 없더라고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사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죠. 저는 음악도, 드라마도, 예능 프로그램도 다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같이함으로써 에너지가 더욱 충만해지는 스타일이거든요. 더구나 지금은 가수가 연기를 하고, 배우가 노래를 하는 일이 흔해 영역의 경계가 희미해졌어요. 물론 지금도 한 가지 길만 고집하는 연기자가 많지만 제겐 예능을 같이하는 게 배우 생활에도 득이 됐어요. 

데뷔 이후 줄곧 탄탄대로를 달려왔는데 남들이 몰랐던 어려운 시기가 있었나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제가 평탄하게 잘 지내온 것처럼 보이겠지만 제 머릿 속에는 항상 고민이 많아요. 남들이 한 번에 크게 쓰는 고민 에너지를 저는 매일 나눠 쓰는 느낌이랄까요. ‘이승기가 하면 망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기대감이 제겐 큰 부담으로 다가와 늘 잘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제 자신을 괴롭히죠. 그런 고통을 이겨내고 스스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 때는 뿌듯하기도 하고요. 반드시 큰 실패를 겪어야 교훈을 얻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리 일이 잘되더라도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항상 마음에 담아두려고 해요. 

불안감이나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내나요. 

체력이 중요하니까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어요. 또 제게서 더 나올 것이 없을 때를 대비해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 드라마 모니터링도 꾸준히 하고, 국내외 영화제 수상작들도 챙겨 보고, 다른 선배들이 한 인터뷰도 찾아 봐요. 몸이 피곤하더라도 이런 것들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해야 안심이 되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역술가를 여러 명 만났다고 들었어요. 본인 사주도 봤나요. 

제가 맡은 역이 역술가다 보니 역술에 관한 대사가 많았어요. 그대로 달달 외워도 되지만 배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할 것 같아 진짜 역술가들은 사주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보려고 역술원 다섯 군데를 찾아갔어요.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사주팔자가 나오는데 이걸로 오행이 균형을 이루는지 1차적으로 판단해요. 제 경우는 오행이 다 있어 좋다고 하더라고요. 여기까지는 다 같은 의견을 내놨는데 앞으로 10년간의 운이나 대운에 대해선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하더라고요. 또 저한테는 추운 나라와 빨간색이 좋고, 개띠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해서 놀랐어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차승원 형, (강)호동이 형, 이서진 형 모두 1970년생 개띠거든요. 그 형들과는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어요. 

‘궁합’의 상대 배우 심은경 씨와의 연기 궁합은 어땠어요. 

영화에서 심은경 씨가 연기한 송화 옹주는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에요. 송화 옹주의 절박함이나 진심이 배어나지 않으면 영화가 허당이 됐을 텐데 은경 씨가 그 감성을 아주 잘 살려냈죠. 은경 씨의 그런 섬세한 감성과 진지하게 연기하는 자세가 참 좋았어요. 덕분에 저도 연기 호흡을 맞추기가 수월했고요. 

어떤 여성상을 좋아하나요. 

외모도 보지만 밝은 에너지와 착한 심성을 가진 여성이면 좋겠어요. 저는 첫인상을 중시하는 편이에요. 

20대 때의 이승기 씨를 생각하면 ‘바른 생활’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30대엔 어떤 이미지가 생기길 바라는지요. 

매번 같은 색 옷만 입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근데 변화를 위한 변화를 추구하진 않아요. 이미지를 깨기 위한 연기 변신은 사심이 들어가기 때문에 작품에도, 자신에게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죠. 다만 신선한 마이너적 요소를 지닌 캐릭터를 해보고 싶긴 해요. 기존 이미지를 걷어내고 이승기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입혀보고 싶다는 감독님이 계시다면 당장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주연이 아니어도 상관없나요. 

제가 꼭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작품이 좋으면 비중 안 따집니다. 저는 송강호 선배님처럼 기라성 같은 배우들 옆에서 10회차 정도만 촬영해도 괜찮으니 어깨너머로 같이 호흡해볼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요. 나홍진, 김지운 감독님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분들이고요. 

연예인이 안 됐다면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음식점 사장님 됐을 것 같아요. 메뉴를 안 정해놓고 오는 사람에게 다 맞춰주고, 아무거나 시켜도 맛있는 음식점요. 

요리를 잘하나 봐요.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요. 맛도 나쁘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고요. 근데 최근 방영된 ‘집사부일체’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하고 파스타 요리를 망쳐 몹시 아쉬워요. 

지금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가 아닌가 싶어요.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여전히 현역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20대의 이승기는 가수와 배우, 방송인 활동을 병행하는 풋풋하고 열정적인 친구였어요. 30대에는 일에 대한 열정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을 듣고 있고요.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냥 막내가 아닌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고 전과 다른 면모도 보여주고 있거든요. 40대에는 이런 모습이 더욱 다듬어져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방송이나 작품을 통해 보다 전문적이고 임팩트 있게 전달되면 좋겠어요. 

그때는 결혼을 했을까요. 

예전에는 나이 마흔이 되기 전 결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장담할 수가 없어요. 제 주위에 있는 형들을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천천히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그렇지만 이서진 형만큼 결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랍니다. 하하하.

designer 김영화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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