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수학 최경희 강사](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7/a2/b9/aa/67a2b9aa0237d2738250.jpg)
달콤수학 최경희 강사
수학 정서는 보통 4~7세 유아기에 성립된다. 유아기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수학적 요소를 접하는 시기로, 가족들과 과자를 나눠 먹거나 집에서 마트까지의 걸음 수를 세어보는 등 보고 만지는 경험을 통해 수학적 감각을 키워나간다. 주변의 다양한 상황과 물건 등을 잘 활용하면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문제를 탐색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유아수학 스터디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학 전문가이자, ‘꿀쌤’으로 유명한 에듀 인플루언서 최경희 강사는 “유아기부터 수학이 일상이 되도록, 재미있고 친숙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렇다고 무조건 놀이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유의미한 활동이 될 수 있게 준비된 커리큘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 최경희 강사를 만나 ‘내 아이를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 방법에 대해 들었다.
4세에 수학을 시작하는 건 너무 빠르지 않나요.
수학을 덧셈, 뺄셈, 곱셉, 나눗셈 등과 같은 연산에만 관련지어 생각해서 그래요. 수학의 범위는 다양해요. 숫자 세기, 크다 작다의 개념과 같이 수학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대부분의 부모님은 ‘크면 다 알게 되겠지’라고 생각하세요. 물론 일부는 스스로 깨우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4세에 본격적인 입시 수학을 준비하자는 뜻이 아니라, 그때그때 습득할 수 있는 수학적 사고를 즐겁게 깨우치자는 의미예요.
어릴 때부터 수학적 사고를 갖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유리할까요.
유아기 때 접한 수학적 사고가 입시와 직결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긍정적인 수학 정서를 갖게 된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문제집만 푼 학생들에 비해 놀이하듯 수학을 접한 아이들은 청소년기가 돼서도 수학을 즐거워해요. 어릴 때부터 쌓아온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덕분에 수포자가 될 확률도 줄어들고요. 수학적 사고의 학습 목표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아닌,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거예요.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값비싼 교구, 장난감, 문제집보다 일상에서 아이가 직접 보고 만지며 탐구하는 경험이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지름길이에요. 방법은 매우 간단해요. 사탕 한 봉지, 연필 한 다스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학습지에 동그라미를 그려가면서 숫자를 세는 게 아니라 봉지나 박스 속에 들어 있는 사탕 혹은 과자를 활용해 숫자 세기를 하는 거죠. 또 리모컨에 적혀 있는 +, - 표시를 보며 +를 누르면 소리가 커지고 -를 누르면 소리가 작아진다든지, 전자레인지에 명시된 숫자를 보며 1, 2, 3, 4 등의 개념을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고요. 형식적인 수업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다루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의미 있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겁니다.
유아기에 이 같은 경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수학 개념을 익히려면 추상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어떤 물건의 모습은 달라도 그 수는 같다’는 일반적인 사실, 즉 수학의 개념을 획득하는 거죠. 스위스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2~7세 아이는 구체적인 사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조작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일반화된 개념을 확인하고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이처럼 유아기의 아이들은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논리보다는 감각, 직관에 의존합니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고요.
예를 들어주세요.
구슬을 한 줄로 놓고 아이와 함께 수를 세어보세요. 다음에는 여기저기 구슬을 흩어 놓았다가 네모 모양으로 늘어놓아요. 이렇게 모양을 바꿔도 구슬의 숫자는 같겠죠. 구슬 대신 레몬이나 젤리, 물병을 활용해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는 이 과정을 통해 ‘모양과 크기가 바뀌어도 수는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4~7세 아이들은 문제집이 아닌, 다양한 물건을 손으로 만져보고 세어보고 쌓아보고 오려보면서 개념을 익혀요. 이런 방식으로 보고 만지며 경험한 수학이 추상적인 교과 수학으로 이어지는 거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부모예요. 아이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요. 대부분 ‘학원에 보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학원에서는 일관된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아이가 뒤처진다면 보강 학습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게 전부예요. 내 아이의 유아기는 단 한 번뿐이에요. 이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직접 나서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표 유아수학’을 활용하면 아이의 수학적 사고를 키우는 것은 물론, 부모와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놀면서 가르치는 유아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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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단해요. 수학을 일상화하는 거죠. 아이들은 어디서든 오감을 통해 수학을 경험하고 있어요. 그러니 일상에서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순간들을 잘 활용해보세요. 가장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수학적 사고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거예요. “박스 안에 주스가 몇 개 들어 있을까?” “고구마 1kg을 가져와볼래?” “우리 집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계단은 몇 칸이나 될까?” 같은 질문을 한 뒤 집적 확인해보는 거예요. 아이에게 실제 주스의 수를 세어보게 한 뒤 예상했던 수와 비교해보세요. 우리 집에서 1층까지의 계단 수는 만만치 않아요. 아이가 100칸, 1000칸이라고 큰 수를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큰 수를 다룰 때 아이가 느끼는 성취감은 정말 커요. 자신감도 솟아오르죠. 일상 속 즐거운 수학 경험은 아이의 수학 정서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줘요.
일상에서 진행할 수 있는 놀이도 있나요.
숫자를 하나 정해 아이와 함께 찾아보는 거예요. 아이가 하원을 할 때 “오늘은 ‘1’의 날이야”라고 이야기한 뒤 함께 숫자 1을 찾는 거죠. 주차장, 엘리베이터, 마트 등 수많은 장소에서 해당 숫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숫자가 아닌 수학 기호나 도형도 찾아보세요. 특히 덧셈 기호(+)는 교회나 병원, 계산기, 리모컨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요. 리모컨의 덧셈 기호를 누르면 소리가 커지는 걸 확인하면서 ‘커진다’의 의미도 학습할 수 있고요. 이 밖에 주변의 다양한 장소, 물건 등을 활용하면 숫자와 기호, 도형의 개념은 물론 ‘수학은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조금씩 생길 겁니다.
수학의 개념을 직접 설명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개념과 의미를 직접 가르치기보다는 발문을 하는 겁니다. 발문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개념을 획득하거나 답을 찾도록 돕는 질문 유형을 뜻해요. 말이나 행동을 통해 부모가 아이에게 약간의 힌트를 주면, 아이는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마침내 스스로 깨우치게 돼요. 유아수학의 핵심 기술이죠. 예를 들어 아이에게 세모와 네모에 대해 알려주고 싶을 때, “뾰족한 부분이 3개면 세모고, 4개면 네모야”라고 말하는 건 발문이 아닙니다. 교구를 앞에 놓은 뒤 아이가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 발문이에요. 다양한 모양의 도형을 아이에게 보여준 뒤 “같은 모양끼리 모아볼까?” “왜 이렇게 모았어?” “둘이 뭐가 달라?” 이런 발문을 들은 아이는 관찰을 하며 열심히 답을 찾겠죠. 그 과정에서 ‘뾰족한 부분이 3개, 4개 혹은 선이 3개, 4개 등의 표현으로 대답할 거예요. 이런 식으로 아이가 답을 찾을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거죠.
발문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요.
아이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겁니다. 아이는 어른에 비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부모님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아무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또 아이의 답변에는 오답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아이가 잘못 말해도 그 생각을 인정해준 뒤 정답과 근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또다시 질문하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의 생각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가야 해요.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급적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과도한 친절함이에요. 학습 내용을 가르칠 때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와요.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유아기에 많은 부모가 문제집의 지시문을 읽어줘요. “초콜릿이 6개 있었는데 4개를 먹었습니다. 남은 초콜릿은 몇 개일까요?” 이때 많은 부모가 ‘6개’ ‘4개’ ‘남은’에 동그라미나 밑줄을 여러 번 긋고 강조해서 읽습니다. 그럼 아이는 핵심어만 듣고 기계적으로 계산하게 되겠죠. 부모의 이런 행동은 아이가 문장 안에서 스스로 핵심어를 파악할 기회를 빼앗아간 것과 같아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부모 없이 문제 푸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따라서 문제를 풀 때 지시문은 억양의 높낮이 없이 일정한 톤으로 읽어주고,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고 풀 수 있게 지켜봐주세요. 만약 문제를 풀다 막히면 구체적으로 힌트를 주는 것이 아닌 발문으로 아이의 생각을 유도하고요.
일상 속 물건 등을 통해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엄마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교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엄마가 아이를 가르치기 위한 준비 등으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교구 활용을 추천해요. 엄마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아이도 고스란히 느끼니까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좋은 교구를 선택해 학습에 활용하세요.
좋은 교구를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비싸고, 화려하고, 화면 속 아이가 우월하게 잘하는 것 같고, 다양한 학습 효과가 있다고 해서 좋은 교구는 아닙니다. 교구는 단순한 것이 좋아요. 시중에는 도형 학습을 위한 교구에 연산, 측정 등 다른 분야가 섞여 있는 제품들이 많아요. 이보다는 도형 학습에 집중한 교구가 훨씬 좋습니다. 소리, 빛이 나는 형태는 집중력을 방해하니 피하는 것이 좋고요. 또 아이가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구성이 간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다음 단계로 사고가 이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7조각의 칠교도가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100피스짜리 퍼즐보다 효과가 훨씬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교구의 활용법이 디테일하게 안내돼 있거나 교구 활동을 위한 워크북이 동봉된 것을 추천해요. 그래야 부모가 지도하기 좋고 지속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거든요.
뚝심 있고 체계적인 학습 위해 로드맵 작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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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이요. 목표가 없으면 흔들리니까요. 요즘은 유아를 위한 교구, 학습지, 학원 등이 넘쳐나요. 만약 제 아이가 지금 4~7세라면 저도 수많은 광고에 현혹됐을 거예요. 로드맵은 이런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교육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좀 더 명확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로드맵만 잘 짜놓으면 목표도 확실해지고 수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로드맵은 어떻게 짜나요.
가장 먼저 아이의 학습 태도를 파악합니다. 수학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거죠. 이는 엉덩이 힘과 같이 눈에 보이는 태도는 물론, 문제를 꼼꼼하게 읽고 푸는 습관이나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내면의 태도도 해당돼요. 아이의 학습 태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아이가 수학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앞서 언급한 다양한 놀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어줘야 해요. 이를 바탕으로 내 아이만을 위한 학습 목표를 세운 뒤 수준에 맞는 연산 문제집과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선택해 꾸준하게 풀리면 됩니다.
사고력 수학 문제집과 연산 문제집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연산 문제집은 속도와 정확도를 올리는 계산 연습이 목적이에요. 반면 사고력 수학 문제집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이루어졌죠. 숨은그림찾기, 미로 게임 등 얼핏 보면 놀이를 위한 책으로 착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는 모두 수학적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들이에요. 간혹 학부모들이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특별할 건 없습니다. 그림이 많고 해설 방법이 다양하게 제시돼 있으면 돼요. 그림을 통해 생각할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거죠. 다양한 문제 풀이 과정을 접하다 보면 아이는 어느 순간 수학적 경험이 쌓여 있을 거예요.
로드맵의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로드맵은 개념 익히기와 능숙해지기를 병행해 진행합니다. 유아기의 개념 익히기는 보고 만지는 수학동화, 보드게임을 통해 이뤄져야 해요. 능숙해지기는 개념 익히기 활동과 문제집 풀이로 이뤄집니다. 아이의 연령이 낮을수록 개념 익히기 활동 비율이 높고, 연령이 높을수록(6세 후반 기준) 문제집의 비율을 높여야 해요. 문제집은 연산 문제집과 사고력 문제집을 활용합니다. 연령별로 학습 시간 역시 달라져요. 5세의 경우 개념 익히기 활동을 주 4회 20분씩 진행하고, 연산 문제집은 주 2회 5분씩, 사고력 문제집은 주 2회 5분씩 푸는 것이 좋아요. 6세가 되면 문제집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개념 익히기 활동은 주 4회 25분씩, 연산 문제집은 주 3회 10분씩, 사고력 문제집은 주 2회 20분씩 실시해요. 7세는 개념 익히기 활동을 주 4회 30분씩, 연산 문제집은 주 3회 10분씩, 사고력 문제집은 주 2회 30분씩을 추천해요.
엄마표 수학을 진행할 아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은 뭔가요.
“어렵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백지 상태인 아이들에게 수학이 어려운 건 당연해요. 아이가 이해를 못 할 때 “어렵지?”라고 얘기하는 건 아이의 자신감을 더욱 무너뜨리는 격입니다. 대신 “지금은 잘 안 풀릴 수도 있지만 반복하면 쉬워질 거야”라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이는 ‘계속하면 쉬워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또 아이가 문제를 풀 때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감을 느끼고 주눅이 들어요. 잘 풀 수 있는 문제도 놓치게 되죠. 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엄마는 잠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옆에서 책을 읽는 등 다른 행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표수학 #유아수학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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