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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대 자산가 박성현 달러가 주식보다 매력적인 이유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1.07.13 10:30:01

주식이나 부동산은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달러나 금은 개인투자자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전업투자자 박성현 씨는 달러만큼 괜찮은 투자처도 없다고 말한다.
아이 넷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박성현(45) 씨는 2017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빠른 은퇴를 실현한 파이어(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 됐다. 일찌감치 월급만으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것이 4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시작은 미미했다. 2000년대 초 그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만화방 보일러실을 개조한 3.3㎡짜리 월세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CJ 및 KT 계열사에서 18년 동안 근무하며 가정을 이뤘지만 팍팍한 삶은 그대로였다. 2010년대 초부터 시작된 불경기로 부동산 필패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던 2014년, 그는 ‘지금보다 더 쌀 수 없다’는 확신에 소위 말하는 ‘영끌’로 한강변 건물과 아파트 여러 채에 투자했다. 시간이 갈수록 부동산 가격이 올라 지금은 곱절이 됐다.

과감한 선택 덕에 단기간 수십억원대 자산가가 됐지만 그는 회사를 완전히 나올 수는 없었다.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매월 풍족하게 생활비가 나오는 건 아니었기 때문. 2017년 육아휴직계를 내고 직장을 잠시 쉴 때는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다. 그러나 그는 젊은 시절 주식투자로 번번이 손실만 입었던 터라 섣불리 주식투자에 다시 나서고 싶지 않았다. 주식보다 안정적인 투자처와 투자 방법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도서관으로 출근해 경제 서적을 읽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달러투자에 눈뜨게 됐다. 당시 예정됐던 해외 출장 건이 불발된 것이 계기였다. 출국을 앞두고 그는 여비 1천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했는데 일정이 취소되자 재환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 환율이 올라 수수료를 제하고도 약 10만원을 더해서 돌려받았다. 노동을 하지 않고 단순히 환전하는 것만으로 수중에 돈이 생기자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박성현 씨는 2018년 레버리지를 활용해 1억원으로 본격적인 달러투자에 나섰다. 주식투자에 비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적으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투자금이 커 환전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덜 내는 은행을 찾았고, 몇 년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매수하기에 적절한 환율이 어느 정도 선인지도 정했다. 환율이 낮다고 한꺼번에 환전하지 않고 7번에 걸쳐 분산매수하고, 7번 분산매도하는 본인만의 방식을 만들어 그 틀 안에서 투자해 나갔다. 또한 환율이 비교적 높을 때 환전했어도 ‘절대로 손절매하지 않는다’는 자기만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렇게 해서 1년간 17배 수익률을 달성했다.



박성현 투자자는 자신의 달러투자 성공기를 블로그에 써내려갔고, 이를 토대로 지난 5월 말 ‘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를 펴냈다. 이제는 어엿한 전업투자자로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성현 씨를 만나 그만의 달러투자 비법에 대해 들었다.

많은 직장인의 로망인 파이어의 꿈을 일찌감치 이루셨습니다. 이미 7년 전 부동산으로 돈방석에 앉았는데 다른 투자처를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분은 좋았지만 내 삶은 그대로였어요. 수익형 부동산은 아니었거든요. 보유 자산의 가치가 올랐다고 해서 회사를 그만둘 용기도 없었고요. ‘1년만 육아휴직해야지’ 했던 게 2017년이었어요. 막상 집에서 쉬다 보니 생활비가 필요했죠. 재테크의 목적은 크게 ‘자산 증식’과 ‘현금흐름 창출’ 2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파이어족을 꿈꾸는 많은 분이 “몇십억을 모으거나 벌면 은퇴하겠다”고 말하지만 자산 증식보다 중요한 건 현금흐름 창출이더라고요.

보통 직장인들은 주식투자를 많이 하는데, 달러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게 주식투자고 저 역시 그랬어요. 직장 생활하는 동안 주식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어요(웃음). 사고팔수록 잃으니까 도박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러면 제대로 투자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2017년 말 몇 달 동안 주식투자와 경제 흐름에 관한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기회가 왔죠. 해외 출장을 앞두고 1천만원을 환전해야 했는데 큰돈이니까 최대한 환전수수료를 우대받을 수 있는 은행을 찾았어요. 이후 출장이 취소돼서 재환전하러 갔죠. 당연히 9백98만원 정도 들어오겠거니 했는데 1천10만원이 들어온 거예요. 환전수수료가 0.35%니까 1천원을 기준으로 하면 1천14원으로 오른 셈이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러투자에 나섰어요.

달러투자를 어떤 식으로 시작하신 건가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작했어요(웃음). 달러 환전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환전수수료 때문에 돈을 벌 수 없다”며 의심부터 해요. 저는 우리나라의 모든 은행과 증권사에 가서 환전을 해봤어요. 어디가 환전하기 편하고 수수료가 적은지, 증권사 환전은 어떤 면에서 유리한지, 각 회사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경험해봤죠. 그런데 경제 상황과 시즌에 따라 유리한 곳이 매번 바뀌더라고요. 결국 은행 중에서 환전만큼은 국민은행이 제일 낫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달러 직접투자를 고려하시는 분들이라면 팁을 드리고 싶어요. 국민은행은 달러를 현금으로 입금했다가 곧바로 원화로 인출하면 수수료 1.5%가 부과되지 않아요. 재환전 수수료가 없는 셈이죠. 그런데 다른 은행은 입금 후 출금을 하면 1.5%가 부과돼요. 1천만원이면 15만원이 수수료인 셈이죠. 기왕이면 수수료가 안 붙는 곳이 낫겠죠.

근원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주식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잖아요. 달러는 우상향 없이 등락을 반복하는데 장기투자처는 아니지 않나요.

달러투자의 대표적인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하죠. 우상향하지는 않지만 잃을 위험이 그만큼 적으니까요. 그래서 달러투자는 단기투자처라고 봐야 해요. 2018년 1월 1일에 환전해서 그대로 놔뒀다가 12월 31일에 팔면 5.7%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 그 사이에 매수만 3백억원어치를 해서 원금의 17배 수익을 달성했어요. 수중에 3백억원이 있어서 그만큼 샀다는 게 아니라 1억원어치를 3백 번 샀다는 얘기죠.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재투자했으니 복리의 마법이 작용한 셈이고요. 1만 달러 환전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평균 0.5%라면 하루에 5만원을, 이렇게 매일 수익을 얻으면 한 달에 3백만원도 벌 수 있어요.

말씀만 들으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론 그렇지 않아요. 박성현 투자자님만의 차별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맨땅에 헤딩은 했지만, 투자 원칙을 세워서 철저히 지킨 것이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역대 최고 원 달러 환율은 1천7백원, 최저는 7백원이었어요.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평균 환율은 1천2백원 정도라고 볼 수 있어요. 그 밑으로 사면 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또 한 가지는 분할매수, 분할매도 전략을 세운 거예요. 매수 시점에 따라 투자금에 ‘넘버1’ ‘넘버2’ 등 순차적으로 네이밍해두죠. 그렇게 ‘넘버7’까지 나눠서 매수하고 산 가격보다 오른 것은 분할매도했죠. 보통 주식투자하는 많은 분이 분할매수는 하지만 분할매도는 하지 않는데 분할매도가 더 중요해요. 또 하나는 ‘절대 손절매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환율이 떨어지면 팔지 않고 기다리다가 분할매도한 거예요. 손절매를 하지 않으니 돈을 잃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 몇 달 동안 적정 매도 시점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내가 산 금액보다 높은 환율이 오는 때가 1년도 더 걸릴 수 있죠. 그러면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럴 때 돈을 놀게 하지 않았어요. 제일 마음이 편한 건 달러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거예요. 2018년에 원화로 정기예금을 넣으면 이율이 1%대였는데 달러로 정기예금을 넣으면 이율이 2%대였어요. 심지어 달러는 2일 이상 맡기면 이자가 붙어서, 만기 자동연장을 걸어두면 빼기 전까지 이자가 계속 쌓였어요. 물론 지금은 마이너스 금리라 그렇게 이자가 붙지는 않아요. 또 다른 방법은 미국의 월배당 ETF예요. 달러투자를 하는 이유가 돈을 잃지 않고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거였으니 변동성이 적고 배당 수익이 큰 월배당 ETF와 성격이 맞죠. 배당뿐 아니라 주가가 20% 오르기까지 해서 비자발적 수익률이 더 높은 상황이 됐어요. 또 미국은 리츠가 보편적이기 때문에 맨해튼 건물을 통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배당 리츠에 넣어뒀어요. 이처럼 달러투자는 패자부활전이 많다는 측면에서 다른 투자처보다 장점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주식투자로 돈을 번 적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주식투자는 안 하시나요.

주식투자도 달러투자와 마찬가지로 7번 분할매수, 7번 분할매도 전략으로 나갔더니 처음으로 벌었어요. 그런데 주식은 종목을 선택해야 하고, 변동성이 달러에 비해 높은 데다가 개인의 분석 능력에 따라 수익률 편차도 크잖아요. 최근 슈퍼개미 한 분을 만났는데 HMM 한 종목으로 수익률 1500%를 기록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 종목으로 잃은 사람도 많아요. 반면 달러투자는 종목 분석이나 경기 예측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사실 환율은 신의 영역이라 예측하기 힘들어요. 대외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좋아져도 원 달러 환율은 높을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달러투자가 잘 맞아요.

원래 어릴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릴 때 가난했으니까 돈을 벌고 저축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죠. 많은 직장인이 돈을 벌어서 모으는 2단계까지는 잘 가요. 그런데 경제적 자유를 얻는 3단계는 이루기 힘들어서 계속 직장을 다니게 되죠. 저는 운 좋게 부동산으로 자산을 쌓았지만 경제적 자유는 얻지 못해서 추가로 노력을 한 거예요. 시드머니가 얼마냐 하는 것보다 자산을 늘려가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 내 자산이 얼마냐 하는 것보다 1억원으로 한 달에 3백만원을 버는 실력을 갖추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 실력은 어떻게 하면 갖춰질까요.

공부하면 돼요.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죠. 저 같은 경우 1~2년 동안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때 읽은 책 가운데 ‘가치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쓴 ‘현명한 투자자’가 있는데, 힘들게 1~2년 동안 체득하고 깨달은 바가 그대로 다 나와 있어서 놀랐어요. 꼭 책이 아니더라도 주식의 경우 요즘은 괜찮은 유튜브 채널이 많으니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서 공부하면 돼요. 저 역시 시드머니에 신용대출 5천만원으로 달러투자를 시작해 현재 월 3백만원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어요. 처음부터 배경지식이나 경험 없이 무작정 투자를 시작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르죠.

육아휴직을 하면 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아이들 돌보느라 시간이 없거든요. 공부나 투자에 얼마나 시간을 쏟았나요.

전 달러투자도 휴대폰으로 해요. 많게는 하루에 4번 정도 확인을 하지만 일상이 바쁠 때는 확인을 못하죠. 사고파는 걸 한 번도 못한 날이 있는 반면 하루에 5번까지 한 적도 있고요. 전업투자라고 해서 계속 들여다보지는 않아요. 일주일 후에 본다든가 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오더라고요.

자산이 70억원이라고 하셨는데,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전체 자산의 80%는 부동산이고 나머지는 달러와 주식, 현금으로 구성돼 있어요. 부동산이든 달러든 쌀 때 사는 게 좋아요. 2014년 영끌로 부동산을 샀는데, 지금은 그 가격에 살 수 없거든요. 현재 다주택자라 양도세 때문에 부동산은 팔지 못하는 상태고, 달러투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까 계속하고 있어요. 부동산 비중이 크긴 하지만 알짜 자산은 현금 창출을 하는 달러라고 볼 수 있죠.

일반투자자들에게 달러투자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분야가 더더욱 그래요. 주식투자를 할 때도 리딩방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내고, 일부의 사람만 알고 있다는 정보를 좇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책을 많이 읽고 자기 철학을 갖추길 조언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면 ‘진짜 공부한다고 될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의심하지 마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또 이런 기사가 나가면 ‘내가 공부해봤는데 안 되더라’고 댓글 다시는 분들이 있는데, 죄송하지만 공부를 했는데도 돈을 못 벌었다면 그건 공부를 안 한 거예요.

사진 지호영 기자 게티이미지 



여성동아 2021년 7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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