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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house

가족의 로망, 주말주택에 도전하다

글 강현숙 기자

입력 2020.11.23 11:40:11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찾아 주말마다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쌍둥이네 이야기.
가족 모두 마음껏 힐링할 수 있는 마당이 딸린 박정은 씨 가족의 가평 주말주택.

가족 모두 마음껏 힐링할 수 있는 마당이 딸린 박정은 씨 가족의 가평 주말주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마음껏 여행을 다니던 시절이 꿈처럼 아득하다. 가족 여행, 아이와 체험 나들이 등이 어려워진 탓에 그 대안으로 ‘주말주택’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평일에는 도심 속 아파트나 빌라 등에 살다가 주말이면 자연과 어우러진 주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힐링 시간을 갖는 것. 특히 어린아이를 둔 집은 공동주택에 살면서 층간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잦아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정원 딸린 단독주택에 대한 꿈을 꾸곤 한다. 


두 아이가 훗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마음 한구석에 가평 집에서의 기쁨과 행복이 남아 있을 거라 기대한다.

두 아이가 훗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마음 한구석에 가평 집에서의 기쁨과 행복이 남아 있을 거라 기대한다.

네 살배기 남매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 박정은(39) 씨는 서울의 한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평소 주택살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말주택을 알아보게 됐다. 

“서울 집은 4세 아이 둘의 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많이 좁아요. 층간소음도 우려됐고요. 그래서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주말에는 사람 없는 동네 숲을 전전하며 지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외출과 어린이집 긴급 보육이 걱정되더라고요. 남편과 저 모두 재택근무를 한다 해도 지금 집에서 어른 둘이 근무하고 아이 둘이 놀기에는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했거든요. 이런 이유로 아이들을 긴급 보육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도 회의감이 들었고요. 처음에는 휴직을 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1년간 살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아무래도 돈이 부족했어요. 고민 끝에 주말주택을 생각해냈답니다.”


코로나19로 외출조차 힘든 요즘, 가평 집의 마당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다.

코로나19로 외출조차 힘든 요즘, 가평 집의 마당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다.

남편은 휴직보다 낫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양가 부모님들 역시 ‘돈 낭비’라며 한마디씩 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좋아하셨다. 경기도 가평에 전세로 주말주택을 구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200점이다. 그동안 항상 주택을 꿈꿔왔지만 솔직히 꿈만 꾸다 끝날 줄 알았는데, 실현 가능한 현실이 돼서 만족스럽다고. 주말에나마 원하는 삶의 형태로 살다 보니 평일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원이 되고, 무엇보다 두 아이가 너무 즐거워한다. 


층고 높은 단독주택을 찾아서

층고가 높아 답답함이 없는 실내(왼쪽). 다락방은 이젤과 장난감을 놓아 아이들 놀이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층고가 높아 답답함이 없는 실내(왼쪽). 다락방은 이젤과 장난감을 놓아 아이들 놀이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 씨가 주말주택을 구할 때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자금 여력에 맞는가 여부였다. 또한 층고가 높은 단독주택을 원했고, 마당이 큰 도로와 인접하지 않고 어느 정도 담이 있어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여부도 중요했다. 1년만 살아볼 계획이라 1년 계약 조건도 포인트였다. 



“집을 구할 때 네이버 부동산 앱과 부동산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두 곳에 제가 정리한 검색 조건을 걸고 조건에 맞는 글이 올라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계속 봤지요. 이렇게 해서 실제 방문한 집은 세 곳이고, 주말주택 거주를 결심한 지 한 달 만에 운 좋게 집을 구했답니다. 주변에서 전세가를 많이 궁금해하시는데 오픈하기는 좀 부담스러워요(웃음). 다만 발품 팔아 알아보니 집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실제로 저희 집과 앞집의 전세가는 5천만~6천만원 정도 차이가 난답니다.” 


집 안의 모든 창에 커튼이 없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왼쪽). 가족이나 지인들을 초대해 소소한 모임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

집 안의 모든 창에 커튼이 없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왼쪽). 가족이나 지인들을 초대해 소소한 모임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

박 씨 가족의 주말주택은 2층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다락방이 있고 작은 마당이 자리하는 구조다. 가족이 주말마다 내려와 놀기에 충분하고, 지인들과 함께하기에도 적당한 크기를 갖췄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커튼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앞뒷집이 있지만 집 안이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모든 창에 커튼을 달지 않았다. 덕분에 창을 통해 집 위로 펼쳐진 하늘과 산 등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또한 아침에 눈을 뜨면 떠오르는 해를 보고, 밤이 되면 나타나는 달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든다. 한밤중이 되면 발코니에 나가 양치질을 하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는데, 그때마다 ‘정말 집을 구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공간은 마당과 아이들 놀이 방으로 사용하는 다락방이에요. 마당에 트램펄린과 미끄럼틀을 놓아 놀이터처럼 꾸며줬어요. 아이들은 장난감 오토바이를 타며 마당을 자유롭게 누비고, 비눗방울 놀이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즐기고 있지요. 간혹 지인들을 불러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도 열고, 단풍이라는 이름의 반려묘도 데리고 와 일광욕을 시켜주고 있고요. 또 서울 집의 아이 방은 좁은 편이라 이젤을 사주고 싶어도 계속 망설였었어요. 주말주택을 마련한 뒤 이젤을 구입했는데 넓어진 공간에서 한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아이는 기차놀이를 하는 풍경을 바라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배가 불러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 가능한 주말주택

밤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자연을 관찰하는 일도 주말주택에서의 즐거움 중 하나다.

밤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자연을 관찰하는 일도 주말주택에서의 즐거움 중 하나다.

주말주택이긴 하지만 두 집 살림이다 보니 가구나 가전을 따로 구입해야 하진 않을지 고민되게 마련. 박 씨는 집 자체가 주는 매력에 기대 최소한의 살림살이만 갖고 살고 있다. 다행히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고 TV나 테이블 등 집주인이 놓고 간 세간도 많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두 집 살림을 하면서 무언가를 덧칠할 여력은 되지 않았어요(웃음). 실제로 산 가구는 침대와 소파, 가전은 커피머신뿐이에요. 침대를 뺀 나머지 크고 작은 아이템들과 마당 물품은 대부분 ‘당근마켓’ 같은 중고 장터를 이용했고요. 서울 집이 자리한 동네에서 소파를 5만원에 구입해 차에 싣고 무사히 가평까지 온 게 가장 뿌듯했습니다.” 

박 씨 가족의 가평 집은 1년 계약이다. 때문에 모든 계절과 순간이 딱 한 번뿐이라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아직 어린 두 아이가 먼 훗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이나 머리 한구석에 가평 집에서의 기쁨과 행복이 남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는 집 근처로 단풍을 보러 갈 계획이에요. 한겨울에는 남편이 천체망원경을 중고로 구입해 별을 보겠다며 벼르고 있고요. 그동안 함께하기 힘들었던 가족이나 친구들을 초대해 소소하게 즐기는 일도 무척 행복해요. 저희 가족에게 이 집에서의 시간은 잊지 못할 예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평일과 주말의 균형을 잘 맞춰 성실히 일하고, 또 성실히 노는 생활을 이어가려 합니다.” 

박 씨 가족처럼 요즘 주말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전하는 선배로서의 조언에 대해 물으니 “마음만 있다면 자기가 가진 조건으로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거주는 수많은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선택할 수 있어 까다롭지만, 주말주택은 그것보다 선택지가 심플하기 때문. 지금 이 순간 주택살이를 꿈꾸고 있다면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면 어떨까.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박정은



여성동아 2020년 1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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