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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쉼 없이 배우는 아이들 못 이기죠”

‘서울대·삼성전자 출신 수학 강사’ 이창준

이슬아 기자

2026. 06. 10

이창준 원장은 평범한 아이들도 얼마든지 최상위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상을 벗어나
일상생활과 공부를 연결 지을 수만 있다면.

유명하다는 학원을 보내고 열심히 문제집을 풀리는 데도 꿈쩍없는 성적. 이때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탓하게 되는 것은 아이의 지능 혹은 노력 부족이다. 이창준 생각루트 수학아카데미 원장의 생각은 정확히 그 반대다. 그는 성적 하위권 학생들에게 쉽게 ‘머리가 나쁘다’ ‘불성실하다’는 낙인을 찍지 않는다. “지능은 생각보다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모든 아이는 공부를 잘하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며 “제대로 된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공부를 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 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효과적인 공부법을 성적 향상이라는 실사례로 증명해보이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수학 학원에서는 성적 하위권으로 시작해 최상위권까지 올라선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40점대에서 100점으로 수직 상승이 이뤄지고, 수학만이 아니라 전 과목 성적이 골고루 오른다. 

이 원장은 자신이 한 일은 단 하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공부와 일상생활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문제 풀이를 반복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아이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공부 솔루션을 집약한 책 ‘평범한 아이들은 어떻게 최상위권이 되었을까’를 펴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서울대, 도쿄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11년간 재직한 사교육 강사다. 삼성전자라는 안정적 직장을 뒤로하고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그저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그는 직장 생활 중에도 ‘아빠수학연구소’ 블로그와 ‘생각루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했다. 일상에서 ‘공부 근육’을 길러주는 것이 모든 교육의 핵심이라는 이 원장과 만나 ‘하우 투(how to)’를 물었다.

“서울대생은 마트에서 경제학 이론 떠올려요”

공부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오랫동안 “서울대 나왔다”고 하면 주변인들이 자동으로 저를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싫었어요. 거꾸로 말하면 공부를 못하면 불성실하다는 건데,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학창 시절에 저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각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달랐을 뿐이죠. 저는 과외나 교육 봉사를 많이 한 편이에요. 그러면서 알게 된 게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는 거였어요. 그걸 “성실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공부 잘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방법이 있다고요.

대학생 때 경제학과에 다니는 형이랑 마트에 간 적이 있어요. 저한테 “너 왜 마트들이 최저가가 아니면 보상해주겠다는 정책을 시행하는지 알아?” 하고 묻더니, “그 마트에서 파는 상품이 진짜 싸서가 아니라 그렇게 했을 때 보상해줘야 하는 비용보다 그걸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야. 그걸 경제학에서는 무슨 이론이라고 해” 하고 설명하더라고요. 그 형 이외에도 전공 수업에서 금속의 결정구조를 배우고 나면 “야 저 당구장 표시가 무슨 구조랑 비슷하지 않냐” 하는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희끼리는 이런 대화가 자연스러웠죠. 서울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공부할 때도 비슷한경험을 하면서 공부 잘한다는 얘기 좀 들어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실제로 써먹고, 뭔가를 배울 때 일상에서 겪은 일을 떠올리는 거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거스름돈 개념을 어려워하거든요. 거스름돈이 자기 돈에 플러스가 되는지 마이너스가 되는지 잘 몰라요. 그러면 어릴 때는 어려웠던 게 커서 어른이 되면 왜 쉬워질까요. 우리가 실생활에서 계속 그 지식을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걸 이기는 공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쉼 없이 배우는 아이들과 책상 앞에 앉았을 때만 간신히 배우는 아이들은 효율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요. 그리고 이건 저만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전이 효과, 점화 효과 같은 이론들이 인지심리학에 이미 다 나와 있죠. 그동안 우리가 이런 이론을 너무 무시하고 그렇게 안 가르쳐왔다고 생각해요.

공부와 일상생활을 연결하는 아이들은 뭐가 다른가요.

먼저 연결을 못 하는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하나도 모르겠다”는 말이에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그 시작점을 못 찾겠다는 의미예요. 예를 들어 ‘거리는 시간 곱하기 속력’을 배웠다고 해볼게요. 아이들 대부분이 이 공식을 잘 못 외워요. 그러면 어떤 아이들은 공식을 까먹었으니 바로 ‘모르겠다’로 흘러요.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잠깐, 시속 5㎞면 1시간에 5㎞를 간다는 뜻이니까 2시간이면 그 2배네?’ 하고 생활 속의 단순 곱셈식으로 만들어서 풀죠. 전에 외웠던 내용, 선생님이 해준 설명에서밖에 시작을 못 하는 아이들은 그걸 잊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하지만 자신만의 오리진이 있는 아이들은 공식을 잠깐 까먹어도 다시 역추적해낼 수 있어요.

책에 공부를 잘하려면 9가지 습관이 중요하다고 소개돼 있어요. 그중에서도 구조화, 반문, 잘 쉬기를 우선으로 꼽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머지 6가지(관찰, 기록, 적용, 계획, 약속, 기억)는 부모님들이나 우리 사회가 이미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3가지는 중요하다면서도 못 하게 막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구조화는 큰 틀을 보는 거예요. 그래야 추후에 머릿속에 들어오는 지식을 탁탁 정리, 분류하고 의미를 알 수 있죠. 이걸 하려면 전체 맥락을 좀 파악할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그걸 용납하지 않아요. 옛날 경찰 드라마를 보면 회의하고 나서 경찰서장이 “뭐 해, 당장 안 나가!” 하고 불호령을 내리잖아요. 그러면 밑에 경찰들이 범인을 잡으러 밖으로 막 뛰어나가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체 어딜 가는데’ 싶지 않나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좀 하고 자료도 찾아보고 하는 게 맞잖아요.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부모님들은 “공부 시작” 하면 아이가 마구 달리기를 원해요. 문제를 쭉쭉 풀어내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목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너 뭐 하니” 하세요. 하지만 지금 배우는 내용이 나중에 어떤 내용과 연결되는지, 지금 자기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아는 게 그보다 더 중요해요. 큰 틀이 없으면 배운 내용이 다 흘러 나가버리죠.

반문은 바로 그 구조화를 잘 안 시켜주기 때문에 필요한 거예요. ‘이거 왜 배우는 거지?’ 혼자서라도 고민해봐야 구조화라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반문하면 어른들은 잘 긁혀요. 대든다고 말하고 반문 자체를 막아버리죠. 그게 공부 효율을 떨어뜨리는 길이에요. 어른들이 아이들의 ‘왜?’ 하는 질문에 긁히지 않고 충분히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쉬어야 한다는 것도 이 연장선에 있어요. 어떨 때 아이들이 반문을, 비판적 사고를 할까 하는 거죠. 반문은 생각할 시간이 있을 때 나와요. 학원 뺑뺑이를 돌고 문제를 계속 푸는데 어떻게 반문이 나오겠어요. 뇌과학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있어요. 멍하니 쉴 때 뇌 기능이 더 활발해진다는 거죠. 아이들 머릿속에 배운 지식이 살아 움직일 때 잠시 휴식을 주면 거기서 한층 확장된 사고를 할 수 있어요. 다만 여기서 쉰다는 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라는 게 아니에요. 산책 등을 하며 생각하는 여유를 갖는 거죠.

“‘왜?’ 아이들 반문하는 습관 막지 마세요”

공부 방법을 바꿀 때 아이들이 가장 하기 어려워하는 게 뭔가요.

“지금 문제 풀 때가 아니야. 계속 고민해봐, 구조화해봐” 하면 아이들은 “저 그냥 문제 풀면 안 돼요?”라고 해요.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든 거예요. 제가 말하는 공부법이 겉으로는 느슨해 보일 수 있어도 절대 그렇지 않아요.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훨씬 힘들죠. 그래서 아이들이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자꾸 돌아가고 싶어 해요. 문제는 소위 ‘뇌 빼고’ 외운 대로 풀면 되니까요. 풀고 나서 맞고 틀리고, 채점하면 도파민도 나오고요. 물론 그렇게 문제 풀이만 10번씩 반복하면 언젠가 머리에 들어오긴 할 거예요. 그런데 어떤 아이는 2번 만에 하는 걸 어떤 아이는 8번이 넘어야 겨우 하잖아요. 그걸 바꿔줘야 하는 거죠.

공부법 변화가 유독 더딘 아이들도 있나요. 특징이 있다면요.

듣는 훈련이 안 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애를 먹어요. 일단 뭘 하려면 남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말의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소리로 처리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listen to’가 안 되고 ‘hear’만 하는 거죠. 정말 심각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생각해요. SNS,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정보 처리 능력이 크게 떨어진 건데, 가정에서부터 이런 부분을 신경 써야 해요. 

기존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성적을 잘 내던 아이들도 방법을 바꿔야 할까요.

아뇨, 그 아이들은 유지해도 된다고 봐요. 우리는 거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똑똑하니까 창의적인 교육을 시키고,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외우라”고 하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그 반대여야 해요. 타고나기를 사고력이 좋아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배운 것을 잘 활용하는 아이들은 그냥 지식을 퍼부어주면 돼요. 그것만으로도 훨훨 날아가요. 프로 축구 선수들 훈련하는 걸 생각해보세요. 기본기를 유지하면서 게임만 많이 뛰면 스스로 고민해서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내요. 반대로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몸에 필요한 근육을 발달시켜주고, 어떻게 재미를 붙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알게 해줘야 하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암기와 반복만 강조하는 건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최근 사교육계의 ‘극선행’에 찬성하는 건 아니에요. 과거에는 상위 30% 정도를 타깃으로 심화·선행을 했다면 요즘은 2~3%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떨어지는 분위기예요. 대다수가 패배자가 되는 건 교육 전체로 봤을 때 절대 긍정적이지 않아요.

이 원장은 “아이들의 ‘왜?’하는 질문을 충분히 받아줘야 공부 효율이 오른다”고 강조한다.

이 원장은 “아이들의 ‘왜?’하는 질문을 충분히 받아줘야 공부 효율이 오른다”고 강조한다.

“생각하는 공부법 입시에서도 먹혀요”

교육계 전체가 공부 방법 가르치기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사실 이런 공부법은 공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사교육계에서도 채택하기 어려워요. 계속 물어봐 줘야 하고 질문에 답해줘야 하고, 효율적이지 않죠. 하지만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지면 결국 이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글로벌 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나요. 그에 맞게 대학, 기업이 뽑고 싶어 하는 사람도 계속 바뀔 거예요. 

제가 해외에서 공부하며 만난 친구 중에는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이미 창업을 해서 자기 영역을 구축한 사람이 많아요. 반면 지금 비슷한 나이대의 우리 청년들은 어떤가요. 자격증 시험, 취업에 매달리고 있죠. 그 친구들이 가고 싶어 하는 우리 기업들은 AI를 비롯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고 있고요. 전통적인 ‘패스트 팔로어’ 전략도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죠. 이런 마당에 계속 문제 풀이식 교육을 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들어요. 이 식은땀 나는 환경을 부모님들이 체감했으면 좋겠어요. 사교육 환경이 시대나 제도 변화를 결코 앞서가지 못한다는 것도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공부법을 확 바꾸기가 두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늘 강조하는 게 있어요. 제가 말하는 공부 방법이 지금의 입시 제도에서도 승리한다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입바른 소리를 해도 당장 입시에 실패하면 학부모님들은 안 하실 거란 말이죠. 그런데 이 방법으로 공부하면 실제로 아이들 성적이 올라요. 그래서 학부모님들도 ‘저렇게 공부하는 게 좋은 건 알았지만 진짜 입시에서도 먹히네’ 하시는 거죠. 그동안 저와 함께 공부해서 성적이 향상된 수많은 학생이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공부법 변화의 최적기는 언제인가요. 늦었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나요.

저희 학원에 고등부가 있기는 하지만 가능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사실 저도 초등학생 가르치기 힘들어요. 고등학생 30명 모아놓고 딱 강의하는 게 편하지, 초등학생들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렇지만 어린 시절에 자기 머리를 써서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이후에는 정말 공부의 레벨 자체가 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르치는 거예요. 그 아이들은 “머리 아프고 힘든데 공부가 재밌고 또 하고 싶다”는 말을 자연스레 하죠.

#이창준 #최상위권교육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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