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사회탐구(사탐) 과목 선택자의 급증이다. ‘사탐런’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의대, 메디컬 계열과 이공계 지원에서도 사탐이 인정되면서 촉발됐다. 실제 수능 접수 결과 전체 수험생 55만여 명 중 32만 명 이상이 사탐 2과목을 택해 전년 대비 6만 명 넘게 늘었고, 이는 전체 탐구 응시자의 61%에 해당한다. 사탐과 과학탐구(과탐)를 1과목씩 혼합해 응시하는 비율도 16%에 달하며, 수험생 중 사탐을 1과목 이상 선택한 비율은 무려 77%에 이른다. 특히 사회문화는 전년 대비 42% 이상 증가한 26만여 명이 몰리며 국·영·수를 제외하고 최다 선택 과목으로 올라섰다. 전체 수험생의 절반 가까운 49%가 사회문화를 선택하면서 EBS 사탐 일타강사 박봄 선생님 강의 역시 수강생이 크게 늘었다. 이과 학생들이 사회문화를 택하는 주요 이유는 표와 통계 등 수학적 요소가 많아 비교적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BS 사회문화 강의 인기 급등
박봄 강사는 동국대 정치행정학부를 졸업하고 2004년 교직에 입문했으며, EBS 수능 연계 정책이 처음 시행된 2010년부터 EBS 사탐 강의를 맡아왔다. 2011년 교육 정보화에 기여한 공로로 교육부장관상을, 코로나19 시기 긴급 강의 공로로 장관 감사장을 받았다. 학창 시절 발음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이름 ‘박봄’은 이제 학생들에게 ‘봄샘’으로 불리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교단과 EBS 강의를 병행하며 체력과 정신적 소모가 큰 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교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교사로 쌓은 경력만큼 EBS 강의도 오래 이어가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올해 수능에서 사탐 선택자가 급증했는데, 입시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EBSi 홈페이지에 ‘주간 인기 강좌 TOP 5’가 나오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문화가 거기에 든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갑자기 2~3위에 오르더니 올해는 국·영·수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교재 재인쇄도 크게 늘고, ‘사탐런이 진짜 두드러진 현상이구나’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사회문화에 학생들이 몰리면 평균과 등급 컷이 올라가고 표준점수(표점)가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9월 모의평가는 오히려 등급 컷이 떨어지고 표점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시험이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1등급 컷이 40점대 초반, 2등급 컷이 30점대로 떨어졌을 정도거든요. 보통 사회문화는 1~2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가는데 이번엔 3문제 이상 틀려도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을 만큼, 난도가 높게 설정됐습니다. 제가 수능 검토위원으로 참여해본 경험상, 출제진이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사회문화로 대거 넘어온다’는 점을 고려했을 겁니다. 변별이 확보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아예 마음먹고 난도를 높였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표 문제는 예년 수준으로 출제됐지만 개념 부분에서 낯설고 지엽적인 소재들이 등장해 당황한 학생들이 많았죠. 표 문제만 파고들어 공략하면 되는 단순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체감 난도가 더 높았습니다. 게다가 표 문제 개수도 한때 2개로 줄었다가 다시 3개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부담이 커졌습니다.
그럼 수능 난이도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보통 6월 모의평가는 학생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유형의 문제들을 출제하고, 9월에는 본시험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유형이나 변별 요소를 반영합니다. 학생들은 이미 9모에서 한 차례 ‘고난도 경험’을 했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문제가 본시험에 나온다 해도 체감 난도는 낮게 느낄 수 있어요. 출제진 역시 이런 학습 효과를 고려해 난이도를 조정해왔습니다. 수능은 9모와 비슷한 난도를 유지하면서도 학생들에게는 조금 더 수월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탐을 포기하고 사회문화로 바꾼 이과 학생들은 성적이 잘 나오고 있나요.
주로 성공담을 듣고 있어요. 예를 들어 EBS에서는 사교육 없이 공교육과 EBS 강의만으로 대학 진학에 성공한 학생들을 ‘꿈장학생’으로 선발해 지원하고 있는데, 거기서 만난 한 학생의 경우 지난해 과탐에서 사탐으로 바꾼 뒤 9모에서 크게 실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험을 계기로 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실력을 끌어올렸고,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고 해요. 사실 과탐에서 1~2등급을 꾸준히 받는 학생들은 의대와 약대 등 최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데, 그런 곳들은 대부분 과탐에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 학생들은 과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과탐에서 4등급 전후에 머물던 중위권 학생들은 사탐으로 바꾼 뒤 성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탐은 과탐에 비해 학습량이 적고, 분석을 통해 대비하기 좋은 구조라 공부 대비 효율이 높은 과목이기도 하거든요.
사탐으로 전환한 이과생들의 성적이 잘 나온다면 문과 학생들이 손해 보는 구조 아닌가요.
이과에서 공부 잘하던 학생들이 넘어왔다고 하니 문과 학생들이 긴장하기도 하는데, 응시 인원이 늘면서 모수가 커지고 등급에 해당하는 학생 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탐런’ 열풍으로 박봄 선생님의 사회문화 강의 수강생도 크게 증가했다.
암기 치중하기보다 개념 이해하고 구조화해야
사회문화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건 왜 그런가요.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이나 EBS 강의에서 상담했던 사례를 보면, 실제로는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내신 문제를 낼 때 교과서와 교재에 충실하듯, 수능 출제진 역시 정책적으로 EBS와 50% 연계를 지켜야 하기에 EBS 교재를 꼼꼼히 분석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연계 교재인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1회독 이상 공부한 학생이 많지 않아요. “강의를 들었다”는 것도 대개는 틀어놓고 흘려듣거나, 스스로 정리하며 머릿속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나왔다”는 말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충분히 개념을 정리하고, 연계 교재를 확실히 소화하고, 문제 풀이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충실히 거쳤다면 사탐은 반드시 성적이 오르는 과목입니다. 특히 수시 원서 접수 후 수능까지 두 달간이 점수를 끌어올릴 골든타임이에요. 사탐 과목은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개념이 수능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 부분만이라도 확실히 공부해두면 반드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사탐을 암기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올바른 공부법을 추천한다면요.
과학은 선생님이 원리를 설명해주면 잘 이해되는데, 사회는 달달 외워야 하는 과목이라 싫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저 역시 암기를 잘 못 하는 편이라 항상 개념을 이해하고 구조화하는 데 집중했어요. 이른바 ‘목차 공부법’이라고, 큰 틀에서 구조를 먼저 잡고 개념을 사례와 연결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행정부 수반’이란 용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왜 쟁반처럼 ‘반’ 자가 붙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행정부의 우두머리’라고 설명해줬더라면 훨씬 빨리 이해했을 겁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학생들에게는 모르는 용어를 그냥 넘기지 말고 반드시 확인하면서 문해력을 키우라고 강조합니다.
강의할 때 드라마나 주변 사례를 자주 인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맞아요. 사회문화에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단어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예를 들어 ‘구조화된 행동’을 설명할 때는 드라마 ‘비밀의 숲’을 인용해요. 황시목(조승우) 검사가 특검이 되자 친구였던 김정본(서동원)이 그를 더 이상 “시목아”라고 부르지 않고 “검사님” “특검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죠. 같은 사람이지만 제도와 구조에 들어가면 관계와 호칭이 달라져요. 이게 바로 구조화된 행동이고, 거시적 관점을 이해하는 데 좋은 예입니다. 현실을 세련된 언어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사회학은 참 멋있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이걸 공부하다 보면 세상을 새롭게 보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곤 하죠.
사회문화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통계 문제인데요. 문제를 좀 더 잘 푸는 방법이 있을까요.
많은 학생이 ‘왜 이렇게 어려운 통계 문제를 내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학생들을 괴롭히려고 내는 문제가 아니에요. 사회 현상을 글로 장황하게 풀어 쓰면 눈에 잘 안 들어오잖아요. 예컨대 ‘사회 계층 구조와 불평등의 심화’에 대해 한 페이지 써 내려가기보다 도표나 그래프로 보여주면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죠.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사회 현상을 읽으라’고 알려주기 위해 표와 통계 문제를 내는 거예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우리가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다루는 숫자는 사실상 비율, 증가율, 감소율이 대부분이에요. 임금 격차든, 빈곤율이든 결국은 그 안에서 출제돼요. 그리고 9모 같은 경우는 제시문이 사회과학서의 일부분을 따온 것처럼 어려웠는데, 시간이 충분하다면 독서를 많이 해서 문해력을 높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사회문화 시험에서 학생들이 많이 하는 실수는 뭔가요.
쉬운 개념 문제에서 ‘당연히 맞혀야 하는데 왜 틀렸지?’ 싶을 수가 있는데,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중 맞는 것을 전부 고르시오’라는 유형의 문제에서 ㉠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이 들어간 선지들을 전부 지운 뒤 남은 선지만 보고 빠르게 답을 찾아가는 식이죠. 시간 절약에는 도움이 되지만, 모든 선지를 꼼꼼히 검토하지 않다 보니 실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문제 꼼꼼히 읽고 질문의 요지 파악해야
결국은 시간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 같아요. 타임 어택에 대비하는 방법도 있을까요.수능에선 유형이 반복 출제되니까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이전 기출을 연결해서 풀어보는 게 좋아요. 또 하나는 문두(문제의 앞부분)를 보는 습관이에요. ‘이 문제는 문화의 속성을 묻는 거구나’ ‘롤스의 정의론을 묻는 거구나’ 등의 힌트를 문제 앞부분에 주는데, 학생들이 그걸 건너뛰고 제시문부터 읽다가 다시 무엇을 묻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돌아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문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EBS 꿈장학생에 선발된 학생도 9모를 분석해보고는 ‘출제진이 수험생들을 약 올리려고 문제를 낸 게 아니다. 문제 안에 단서들이 충분히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고, 그런 자세로 수능에 임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앞으로 통합사회는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아직은 출제 경향이 뚜렷하지 않아요. 다만 지난해와 올해 평가원에서 낸 예비 문항들을 보면, 생각보다 난도가 높아서 교사들이 놀랄 정도였어요. 고1 학생들에게는 내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수능 대비의 1회독’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한번 배운 개념을 잊지 않도록 꼼꼼히 복습하는 게 중요해요. 앞으로 모의평가에서 경향이 더 드러날 테니 그걸 지켜보면서 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상담하면서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데 그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사실 저도 지금 제 일이 정말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아이들이 당장 ‘나는 뭘 좋아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대학에 가서 전공을 바꾸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에요. “한 번에 완벽한 선택을 하려고 스스로 압박하지 말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다”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수능 #사회문화 #사탐런 #박봄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EBSi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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