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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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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벗으니 더 예쁘지 말입니다” 김지원

기획 · 김지영 기자 | 글 · 곽현수 동아닷컴 기자

2016. 05. 03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마치 겨울을 잘 버텨낸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랄까. 그래서인지 무명 혹은 신인 시절의 설움을 딛고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들을 봐도 비슷한 감정이 든다. 최근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데뷔 6년 만에 자신의 재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김지원도 그런 배우 중 한 명이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는 ‘아시아의 여신’이라 불리는 송혜교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여배우가 있다. 그 어떤 미모도 묻어버린다는 군복을 입고도 빛이 난 군의관 윤명주 역의 김지원(24)이다. 김지원은 이 작품에서 상대 배우인 진구와 함께 ‘구원 커플’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태양의 후예〉에서는 저 스스로도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좋은 배역을 맡았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드디어 뭔가를 해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윤명주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것 같지만 김지원이 누리는 지금의 뜨거운 인기는 어느 날 갑자기 쏟아진 행운이 아니다. 그녀는 가수 지망생으로 연습생 시절을 보내다 2010년 음료 브랜드의 CF 모델로 등장, ‘오란씨 걸’로 얼굴을 알린 뒤 배우로 전향해 드라마 〈갑동이〉의 마지울,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설한나, 〈상속자들〉의 유라헬 등 다양한 배역을 거치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그녀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당찬 여고생 역을 맡으면서부터다. 이 작품에서 조연으로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다수의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았지만 대중과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녀에게 행운의 동아줄을 내려준 사람이 바로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등 다수의 히트작을 낸 김은숙 작가다.

“〈상속자들〉을 찍으며 유라헬 같은 멋진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주신 작가님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때 제게 이런 기회가 또 오진 않을 것 같아서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윤명주’라는 멋진 캐릭터가 제게 다시 찾아왔어요. 캐스팅 제의를 받자마자 작가님께 전화해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지금도 작가님이 왜 제게 두 번이나 좋은 기회를 주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김지원은 2013년 〈상속자들〉의 유라헬을 통해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자신의 매력들을 다부지게 어필했다. 그 덕분에 유라헬은 가련한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임에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지원은 이 작품으로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뉴스타상을 거머쥐었다. 배우로서의 잠재력과 스타성을 모두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구원 커플’의 찰떡궁합은 진구의 ‘외조’ 덕

김은숙 작가의 두 번째 부름을 받고 송중기, 송혜교, 진구 등 최강 라인업에 합류한 김지원은 지난해 초부터 〈태양의 후예〉의 대본 리딩 연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윤명주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대본 리딩할 때는 워낙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있으니까 ‘윤명주 역을 맡은 김지원입니다’라는 한마디를 하는 것조차 어려웠어요. 김은숙 작가님의 〈상속자들〉을 해봤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줄 알았는데 그건 저의 착각이었죠. 오로지 써주신 대로 대본 속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지상과제였죠.”

시청자들은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오가는 ‘구원 커플’에게 열광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김지원은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방송을 보면 “강모연(송혜교) 예쁘다” “유시진(송중기) 멋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데, 윤명주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저게 최선이었나요?”라고 자문하게 된다면서.

사실 김지원에게 윤명주는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생소한 캐릭터였다. ‘사랑하기에 더욱 성실하게 도망치는’ 남자 친구에게 자존심 버리고 끈질기게 구애하는 집요함이나 ‘다나까 말투’로 속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윤명주의 직진 본능도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진구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대본 리딩 때부터 진구 선배에게서 어른의 여유와 함께 소년의 매력을 느꼈어요. ‘이런 사람이 서대영 역을 하면 진짜 멋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대본을 맞춰보니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더라고요. 진구 선배와 연기 호흡을 맞추며 상대와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어요. 말투도 가르쳐주시고, 저 스스로 감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진구 선배에게 감사한 게 정말 많아요.”



연기자로서 발견한 ‘송송 커플’의 매력

김지원은 지난해 사전 제작된 〈태양의 후예〉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평소 존경하던 배우인 송중기와 진구, 송혜교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보고 배울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사전 제작이다 보니 다른 연기자들과 친해질 시간도 충분했다고 한다. 

“드라마를 찍기 전만 해도 송중기 선배 하면 부드러운 밀크남이나 영화 〈늑대소년〉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어서 제게도 연예인 같은 선배였는데 직접 만나보니 반전 매력이 있더라고요. 실제로는 카리스마도 있고 스마트한 분이에요. 극 중 배역 유시진과 싱크로율이 거의 100%랄까요. 그리고 송혜교 선배는 너무 예뻐서 같이 연기하는 저도 제대로 ‘눈 호강’을 했어요. 처음엔 ‘무서운 분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제가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든 장면을 찍을 때는 살뜰히 챙겨주셨고요. 송혜교 선배에겐 여배우가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일까. 김지원은 갑자기 쏟아진 인기에 취할 법한데도 담담하게 자신이 나아갈 길만 바라보고 있다. 극 중 한 남자만 바라보는 윤명주 중위처럼. 그렇다면 실제로 윤명주와 김지원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

“제 생각엔 50% 정도인 것 같아요. 털털한 성격은 명주와 비슷하지만, 명주가 지닌 강단이나 카리스마는 제게 없거든요. 실제 성격은 좀 조심스러운 편이에요. 처음 대본으로 만난 명주는 메간 폭스 같은 느낌의 여자였어요. 주체적이면서 당당하고, 자기가 결정한 것에 대해선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죠. 특히 사랑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면이 무엇보다 부러웠고, 그 덕분에 연기하면서 속이 후련했어요(웃음).”

극 중 윤명주는 아무나 하지 못할 연애를 당당하게 한다. 아버지의 반대도, 지진 같은 천재지변도 이들의 사랑을 막지 못한다. 이토록 애절한 사랑을 해볼 기회는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최근 같은 소속사 동료인 유연석과 해프닝 같은 열애설에 휩싸인 바 있는 김지원도 이런 사랑을 꿈꾼다.

“사랑하는 여자의 미래를 위해 성실하게 도망치는 서대영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도망치는 남자를 끝까지 좇는 명주한테도 놀랐어요. 명주를 연기하면서 실제로도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명주처럼 사랑에 ‘올인’할 수 있을까 싶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끝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유시진과 서대영의 매력을 다 가진 남자가 이상형

그녀는 작품을 끝내고 쉴 때 집에서 애견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집순이’로 불린다. 하지만 평소 그리던 이상적인 남성을 만난다면 집순이 생활을 기꺼이 청산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딱히 이렇다 할 만한 이상형이 없었고 그때그때 바뀌었는데, 저 역시 〈태양의 후예〉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유시진과 서대영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분이면 좋겠다 싶네요. 비현실적인 바람이라는 건 알지만 이상형은 말 그대로 이상형이니까요.”

신인 시절부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차근차근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김지원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도 많고, 해내야 할 과제도 많다고 말한다. 유라헬이나 윤명주를 통해서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준비도 돼 있다. 

“윤명주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배역을 고를 처지가 아니에요. 어떤 작품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할 거예요. 다음에 또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냐고요? 기회가 오면 당장 달려가야죠. 호호.”

활짝 핀 벚꽃 같은 미소를 머금고 속내를 들려준 김지원. “배역의 비중에 연연하지 않고 그동안 배운 것들을 다음 작품에 다 녹여내고 싶다”는 그녀의 ‘착한 욕심’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 제공 · 킹콩엔터테인먼트, 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 NEW | 디자인 ·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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