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설탭’ 개발한 고예진 오누이 대표가 말하는 AI 시대의 교육

조지윤 기자

2024. 02. 23

2025년 3월부터 도입되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필두로 공교육 현장에서 AI 교육이 본격화한다. AI가 가져오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국내 최초 비대면 과외 서비스 ‘설탭’을 개발한 고예진 오누이 대표에게 들어봤다. 

산업 전 영역에 걸쳐 AI 도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2025년 초등 3·4학년, 중1, 고1부터 일부 과목에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2028년에는 대다수 학년·과목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학생 데이터 기반의 맞춤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지금껏 시도한 적 없는 파격적인 변화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더불어, 급변한 교육 환경에서 이전과 같은 방식의 학습법을 고수해도 되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도 있다.

올해의 교육 트렌드로 ‘비대면’ ‘초개인화’ ‘AI’를 꼽은 SKY 대학 기반 비대면 과외 서비스 ‘설탭’을 운영하는 고예진 오누이 대표는 이 같은 변화를 긍정한다. 2019년 6월 국내 최초 태블릿 PC 기반 1대1 과외 서비스를 시작한 설탭은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약 53만 명, 누적 매출 800억 원을 달성했다. 서류-필기-음성 테스트 3단계 절차로 선발된 SKY 대학 출신 학생 1만2000여명이 튜터로 활동하고 있다.

비대면 과외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교육의 효과를 입증한 설탭은 AI 교육으로의 전환이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상위권 학생들과 달리 중하위권 학생들이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해당 개념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자신이 무슨 개념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해서 어떤 개념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고 지나친다는 점. 하지만 AI 진단 서비스 등은 오답 분석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교과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개념이 무엇인지를 통합적으로 알려준다.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방향으로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쯤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든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양질의 도구와 수단이 마련된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한 끗을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예진 대표에게서 AI 교육 시대에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견지해야 할 학습법에 대해 들어본다.

AI 도입 후 달라지는 교육 환경

고예진 대표는 “AI 교육 시대에도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예진 대표는 “AI 교육 시대에도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뀔 거라고 보시던데요.

한 반에 있는 아이들이 1명의 교사에게서 똑같은 교육 콘텐츠로 수업을 받고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평가하다 보면 개개인은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은 이전까지의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이해했다는 가정하에 이뤄지니까요. 학생 수도 줄어들고 AI 기술이 도입되는 상황에서는 이제 학생 하나하나가 해당 교육과정을 이해했는지를 살피는 방향으로 옮겨갈 겁니다. 학생 하나하나의 학습 상황과 성향을 고려한 교육이 가능해지는 거죠.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교실 내 모바일 기기 사용 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효과가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디바이스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교육 콘텐츠가 담겼다면 매개가 종이든 태블릿 PC든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일방향으로 교육 콘텐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와의 충분한 소통이 이뤄진다면 AI 디지털 교과서의 학습 효과는 높다고 생각합니다.

AI 교육 시대에서도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까요.

이전에도 개념서나 문제집, 인터넷 강의 등 질 좋은 교육 콘텐츠는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의지를 갖고 공부를 이어가는 것인데, 학생 스스로는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과 교육 콘텐츠 중간에 사다리를 놔주고 공부에 필요한 멘털 관리, 동기부여 등 정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결국 선생님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설탭은 전문 과외 업자가 아닌 대학생을 튜터로 선발합니다.

전문 지식을 전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는 많습니다. 이제 AI도 보조적인 교육 도구로 사용할 수 있고요. 학생들에게 필요한 선생님은 단지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까지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입시를 경험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대학생들이 제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봐도 단지 지식을 잘 알려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부모님 외에 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어른이 필요했거든요. 제가 대학생 때 만난 과외 학생들도 부모님께 말 못 하는 고민을 제게 털어놓기도 하고, 저 역시 제 과거를 돌아보며 진심으로 조언을 전했고요. 대학생 튜터라면 지식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멘토-멘티로 발돋움할 수 있겠다고 봤어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멘토는 어떤 존재인가요.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통로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사촌 형제들이 모두 서울대생인 학생이 있는 반면에 서울대생을 유튜브에서만 본 학생도 있겠죠. 부모님이 의사, 변호사 등이라서 자연스레 이 같은 직업을 꿈꾸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외의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분명히 조금의 자극과 도움만 있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은 학생인데도 말이죠. 설탭을 개발한 이유 중 하나가 지방에 사는 학생도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에 다니고 전공을 배우는 선배들을 만나게 하고 싶어서예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주변 환경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게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거든요. 그렇게 시야가 트여야 자신이 무엇을 할지 고민할 수 있고요. 제 아이도 학창 시절에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20명의 어른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고요.

SKY가 아닌 중상위권 대학생들이 공부를 눈높이에 맞게 가르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학력과 무관하게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분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도 SKY 출신이 아닌데도 대학생 때 과외를 잘하기도 했고요(웃음). 다만 튜터 선발 절차에 있어서 SKY 학생이라면 교과목 지식에 대해 검증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학생들의 진로 다양성을 고려해 의대와 수의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으로 튜터 풀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필요한 이유

학습을 데이터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I 디지털 교과서뿐 아니라 글로벌 에듀테크 업계의 공통적인 방향성이기도 한데요. 한 학생의 학습 전 과정을 기록하고 분석해 개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수학Ⅰ을 배우는데 중학교 교과과정인 인수분해나 도형의 개념이 부족하면 따라가기 힘들어요. 이때, 학생이 보완해야 할 개념을 파악하고 이에 관련된 기초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게 하면 부족한 점을 조금씩 메워갈 수 있겠죠. 예전에는 교사가 직접, 혹은 학생 스스로 이 같은 지점을 분석해야 했는데 이제는 AI를 통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공부가 상당히 쉬워질 것 같은데요.

AI 기술이 탑재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곧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담긴 백과사전을 주는 것과 같아요. 공부를 쉽게 할 수는 있지만, 공부를 ‘하고 싶은 것’과는 또 다른 문제죠.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고, 믿고 있다는 신뢰와 유대감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챗봇이 고도화하면 멘털 케어, 입시 노하우 전달 등의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결국 교육에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특히 청소년기 교육에는 사람 교육자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저만의 확실한 기준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갈 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대인관계 능력입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봐도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고 답하죠. 어떻게 보면 모두가 어린 시절에 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대다수 사람의 학창 시절을 보면 주변에서 가까운 인간관계가 가족과 친구 몇으로 한정됩니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삶을 접하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이해하기도 힘들어지는 거죠. 그렇기에 오히려 또래가 아닌 어른 교육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학부모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가 공부하는 방법을 아는지를 물어보시면 좋겠어요. 좋은 학원을 보내고 과외 선생님을 붙이기 전에 아이 스스로 오늘 공부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꼭 점검해야 합니다. 물론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들이 일명 ‘커리큘럼’이라고 해서 학업 계획을 대신 짜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계속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좋은 학원과 선생님을 알아보는 것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공부의 본질은 결국 ‘나’를 아는 것

디지털 시대 교실의 변화 모습.

디지털 시대 교실의 변화 모습.

학력고사는 배운 것을, 수능은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한다고 합니다. AI 교육 시대에는 어떤 학습 능력이 필요한가요.

본질을 파악하는 힘을 길러야 해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고, 내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싶은지 등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만의 답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배움이 너무 쉬워진 시대예요. 온라인 시대에 정보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양질의 정보를 얻으려면 정보의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하죠. 좋은 키워드로 검색하는 법도 알아야 했고요. 이제는 모르는 것을 검색할 필요도 없이 챗GPT한테 일상어로 질문해도 답이 바로 나옵니다.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해서 무엇을 할지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현실적인 어려움을 파악해 문제 정의를 하고, 메타인지를 바탕으로 지금 자신이 해야 하는 것들을 실천하는 힘이 필요해요. 즉, 자기 효능감을 길러야 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저는 자기 효능감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는 것이라 정의하는데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대개 자기 효능감이 높아요.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도 ‘못 푼다’고 생각해 지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반면 자기 효능감을 느낀 경험이 적은 아이들은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와 시험이 벽처럼 여겨질 수 있어요. 작은 도전, 작은 실패, 작은 성취를 반복하면서 자기 효능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AI 교육을 통해 이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맞춤화된 교육 속에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는 거죠.

자기 효능감은 왜 중요한가요.

쉽게 말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예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학에 간 이후, 혹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방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몰라서 괴로워하기도 하고, 뒤늦게 자퇴하거나 퇴사하고 꿈을 찾아가기도 해요. 그렇게라도 길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길을 바꾸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어릴 때 충분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I를 통한 교육의 평등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AI 교육을 통해 학습 역량의 기초 라인을 높일 수는 있다고 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 접근성이 좋아진 것처럼, 내가 모르는 게 있다고 해도 AI 기술과 교육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AI라는 좋은 도구가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만큼 이것을 잘 쓰게 해주는 것, AI로 습득한 정보를 통해 무엇을 할지를 충분히 고민하게 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설탭 #AI교육 #AI디지털교과서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오누이 교육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