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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오피스 웨어의 본질 비즈니스 코어

오한별 프리랜서 기자

2024. 01. 18

어깨 라인을 힘 있게 부풀린 재킷과 얇고 좁은 블랙 타이, 빳빳한 버튼다운 셔츠, 블랙 하이힐, 군더더기 없는 톱 핸들 백까지. 빈틈없는 차림새의 비즈니스 코어 트렌드가 런웨이를 장악했다.

매 시즌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비즈니스 룩.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지루한 스타일이라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대성을 반영하며 미묘하게 변주된 트렌드를 제시하는 흥미로운 카테고리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비즈니스 룩은 거추장스러운 레이어드나 가볍게 보이려는 캐주얼한 요소는 들어내고 본질에 좀 더 집중했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재킷부터 팬츠, 화이트 셔츠, 클래식한 로퍼나 옥스퍼드 슈즈, 장식 없는 톱 핸들 백까지 비즈니스 룩을 상징하는 핵심 아이템으로 잔뜩 힘주는 것이 포인트다.


이번 시즌 비즈니스 코어가 메가트렌드로 새 생명을 얻게 된 데는 다름 아닌 ‘넥타이’의 공이 크다. 치열하게 회사 생활을 하는 비즈니스맨의 심벌처럼 여겨지던 넥타이가 여러 패션 하우스에 등장하며 조용한 카리스마를 발휘한 것.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2023 F/W 레디투웨어의 메인 아이템으로 ‘블랙 타이’를 선택했다. 총 73개의 런웨이 착장에 블랙 타이를 매치했는데, 셔츠와 재킷의 클래식한 조합에서 시작해 정교한 플라워 자수와 비즈, 비즈 장식의 나이트웨어에까지 단정하게 묶어냈다. 디올도 발렌티노의 공식에 동참했다. 풍성한 A라인 스커트와 화이트 셔츠, 무톤 재킷, 데님 팬츠 등과 매치해 뉴 레이디라이크 룩을 선보였다. GCDS와 알렉산더맥퀸은 1980년대 파워 슈트 룩에 넥타이를 묶어 비즈니스 코어의 정석을 보여줬다. 작지만 큰 힘, 젠틀 우먼의 방점과 같은 타이가 이토록 커다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

비즈니스 코어를 보다 간결한 방식으로 확장한 디자이너들도 있다. 프라다는 차분한 그레이, 네이비, 블랙 컬러와 특유의 세심한 테일러링이 어우러진 슈트로 군더더기 없는 룩을 완성했다. 겉보기에는 매우 단순하지만, 옷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 부분. 뾰족하고 섬세한 탈부착 칼라 장식을 더해 시각적인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남성복’과 ‘여성복’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생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비즈니스 코어를 좀 더 시크하게 해석했다. 거대한 파워 숄더 재킷과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펜슬 스커트, 깔끔한 이너 웨어와 핀 스트라이프, 글렌 체크 등으로 마무리해 남성 슈트가 가진 강인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근 오트쿠튀르와 레디투웨어를 통해 미니멀 무드를 이어오고 있는 펜디도 주목할 만하다. 펜디는 좋은 소재로 만든 단순명료한 컬렉션을 잇따라 선보였는데, 풀린 넥타이를 연상케 하는 네크라인의 비대칭 카디건과 어깨 부분을 컷아웃 처리한 베스트, 칼라를 이중으로 댄 테일러드 코트 등으로 남성복적 요소를 우아하게 해석했다.


한편 런웨이 밖에서도 비즈니스 코어 트렌드가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올드 머니, 콰이어트 럭셔리의 부흥을 이끈 젠지들이나 옷 좀 입는 셀러브리티들이 열광하는 아웃핏으로 비즈니스 코어 룩을 꼽고 있으니까.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믹스 매치를 덜어내고 비즈니스 룩의 정의에 맞게 포멀함을 갖췄다는 점.

폴란드 배우 카시아 스무트니아크는 레드카펫에서도 비즈니스 코어는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그녀는 발렌티노의 ‘블랙 타이’ 컬렉션을 멋지게 소화했다. 비즈니스 코어의 키 컬러인 블랙과 화이트에 타이를 더한 룩을 선택해 고전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완성한 것. 일상에서 타이 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이탈리아 배우 베네데타 포르카롤리의 룩을 눈여겨보자. 정갈한 화이트 버튼다운 셔츠와 레더 펜슬 스커트 차림에 블랙 타이로 정갈하게 마무리한 모습이다. 로퍼나 하이힐이 아닌 부츠를 선택한 센스 역시 멋스러워 보인다. 비즈니스 코어의 근본은 역시 슈트. 이미 셋업으로 매치되었으니 고민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모델 이자벨 골라르트처럼 헐렁한 핏의 블랙 턱시도 슈트에 화이트 셔츠 버튼을 몇 개 풀어서 연출해도 시크하고, 엠마 코린처럼 컬러풀한 카디건을 받쳐 입는다면 훨씬 경쾌한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한 베스트를 자신의 취향대로 다양하게 즐긴 패션 인플루언서 잔느 다마스의 룩도 참고해보자.



#비즈니스코어 #오피스룩 #넥타이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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