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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메디치상 받은 한강의 정수를 한 권에

문영훈 기자

2023. 11. 22

‘디 에센셜: 한강’
한강 지음, 문학동네, 1만7000원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찾아온 11월 10일, 조간신문 문화면이 따스한 소식으로 채워졌다. 책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한강(53) 작가의 얼굴이 가득했다. 메디치상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프랑스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치상과 번역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문학상이 있다. 밀란 쿤데라(1973), 움베르토 에코(1982), 폴 오스터(1993) 등 전 세계 쟁쟁한 소설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제주4·3사건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발표된 장편소설이다. 기자 출신 소설가인 ‘경하’는 친구 ‘인선’의 급한 연락을 받고 제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인선의 가족사를 짚어가며 70년 전 벌어진 제주의 비극을 체화한다. 한강은 책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이 작품을 표현했다. 산문 ‘출간 후에’를 읽어보면 이 ‘사랑’의 의미를 좀 더 파악할 수 있다.

“그 고통이 대체 무엇이었던가를,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야 했다. (중략) 설마, 그건 사랑인가? 지극한 사랑에서 고통이 나오고 그 고통은 사랑을 증거하는 걸까? 그렇다면 그 사랑에 대한 다음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한강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쓰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기로 한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소설”의 결과물이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회고를 담은 ‘출간 후에’를 비롯해 에세이 8편, 소설 3편을 ‘디 에센셜: 한강’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기 한 해 전 그는 ‘문학과 사회’에 시로 먼저 등단했다. 그의 유일한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로 묶인 다섯 편의 시도 이 책에 실려 있다.

‘디 에센셜’은 교보문고와 출판사가 공동 기획해 한 작가가 쓴 핵심적인 글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는 기획이다. 2020년 11월 조지 오웰을 시작으로 스콧 피츠제럴드, 알베르 카뮈 등 전설적인 작가의 이름이 ‘디 에센셜 쌍점’ 뒤에 달렸다.

책을 펼치면 언어를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이 독자를 처음 맞이한다. 발목에 화상을 입은 여자가 등장하는 단편 ‘회복하는 인간’,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는 소설 ‘파란 돌’까지 상실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한강의 글을 읽으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문장을 써 내려갔다는 인상을 받는다.

“펜촉 또는 송곳을 들고 등신대의 종이 화폭 앞에 선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이 형상에 대해 느끼는 고통은 무슨 고귀한 창작의 진통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피부가 찢어지는 것같이 괴로운 감각이었을 것이다.”(산문 ‘기억의 바깥’ 중)

한강의 작업이 어디서 기원하는지에 대한 힌트와 함께 그의 유년 시절에 대한 회고, 엄선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이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 작가의 위치에 오른 한강의 입문작으로 권한다.

#디에센셜:한강 #한강 #메디치상 #여성동아

사진제공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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