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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우리 댕댕이도 ‘개인기’가 필요해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3. 08. 21

반려견으로부터 고통받는 일부 보호자들은 센터를 찾아 “저는 산책도 잘 시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반려견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반려견의 체력 증진과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산책을 강조하고 있어서인지, 보호자들은 매일 산책만 잘 시켜주면 반려견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사람들은 반려견이 말썽을 부리면 ‘문제’라는 꼬리표를 단다. 그리고 이의 해결을 위해 교정, 교화라는 단어를 덧붙인다. 사실 이 두 단어는 교도소 수감자들을 출소 후 사회에 다시 잘 적응시키기 위한 훈련을 뜻한다.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자신의 가족인 반려견에게 이런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려견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반려견과 트러블이 있는 집은 그 본능을 충분히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반려견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통 보호자들은 반려견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반려견에게 ‘부족한 부분을 충족해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반려견 삶의 질을 좌우하는 3가지 열쇠

반려견 삶의 질을 높여주고 싶다면 3단계를 기억해야 한다. 밥, 물, 휴식 공간 등 반려견의 안전을 위한 기본 요소가 1단계며 2단계는 운동, 규칙적인 생활, 보호자와의 관계 및 소통이다. 이 중 2단계인 규칙적인 생활과 보호자와의 관계 및 소통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규칙적인 생활은 일상의 패턴화를 의미한다. 반려견은 하루하루를 질서 없이 불규칙하게 보내면 심적으로 불안해한다. 중고등학생이 오전 8시 30분에 등교해서 낮 12시에 점심을 먹고 다시 수업을 들은 뒤 오후 5시에 귀가해 7시에 학원을 가는 것처럼, 반려견에게도 일정한 규칙이나 패턴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보호자와의 관계 및 소통 역시 중요하다. 보호자는 반려견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계속 “앉아, 앉아, 앉아. 기다려, 기다려!!”라고 소리치면서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이 그런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은 보호자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소통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반려견이 불편해하며 보디랭귀지로 신호를 보냈음에도 보호자가 그것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경험이 많이 쌓일수록 반려견은 보호자의 신호를 점점 무시하게 된다.

반려견 삶의 질을 높여주는 마지막 3단계는 보호자의 예측 가능성과 행동 풍부화다. 보호자 대부분은 반려견에게 2단계까지만 충족해준다. 산책만 잘 시켜줘도 반려견이 사고를 안 친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요소에서 딱 절반만 충족해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성격이 얌전하고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반려견은 큰 트러블이 없지만,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반려견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다시 말해 3단계를 충족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반려견이 문제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보호자가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삶의 질 3단계까지 모두 충족해줘야 반려견의 본능이 모두 해소되고, 보호자와의 트러블도 생기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실제 반려견의 문제 행동 때문에 힘들어하는 보호자가 앞의 솔루션을 실행한 뒤 트러블이 해소된 사례도 있었다.

3단계에 해당하는 예측 가능성은 반려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1, 2단계가 완전히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일상에 패턴이 생기고 보호자와의 소통이 원활하면 반려견은 보호자의 제스처만 봐도 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행동 풍부화는 보호자가 직접 발로 뛰는 노력이 없다면 충족하기 어렵다.

반려견에게 직접 발바닥으로 다양한 물체의 질감을 느껴볼 기회를 주고 산책 외의 운동도 시켜줘야 건강해진다. 또 새로운 장난감과 먹잇감 등을 제공하며 풍부한 경험을 안겨줘야 한다. “저희 강아지는 매일 노즈 워크(강아지가 코로 냄새를 맡으며 하는 모든 활동)도 하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아요!”라고 말하는 보호자도 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노즈 워크와 비슷한 모양의 장난감은 사람으로 치면 그 밥에 그 나물일 뿐이다. 결국 매일 똑같은 것만 하며 행동 풍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반려견이 보호자 품에 안겨 마치 이성을 잃은 것처럼 목 놓아 짓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을 통상적으로 ‘공격성’이라고 부르는데 필자는 이와 같은 표현을 반대한다. 무서워서 짓는다, 사나워서 짓는다, 공격하려고 짓는다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고 의인화다. ‘짖음’은 반려견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거나 무언가를 요구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따라서 반려견의 이런 행동은 의인화가 아니라 스트레스 시그널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 처한 상황으로부터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이다.

‘행동 풍부화’를 충족하는 방법

도그 스포츠는 반려견의 건강 관리와 보호자와의 관계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도그 스포츠는 반려견의 건강 관리와 보호자와의 관계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사람을 보면 미친 듯이 짖는 반려견이 있는가 하면 얌전하고 조용한 반려견도 있다.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면 반려견이 사람을 보며 짖는 이유는 행동 풍부화의 미비로 사회화, 일반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반려견의 타고난 성격에 따라 단계를 나눠 차근차근 새로운 경험을 시킨다면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반려견이 짖는 것을 문제로 인식해 보호자가 목줄을 잡아당기거나 때리는 등의 행동을 하면 당장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반려견이 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짖을 때마다 이런 행동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행동 풍부화를 충족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2가지를 추천한다.

01 보호자와 호흡을 맞추는 연습! 반려견 개인기
보호자와의 소통과 관계를 훌륭하게 충족하며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행동 풍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배운 개인기를 카페, 운동장, 공원 등 장소를 바꿔가면서 연습하면 언제 어디서든 보호자에게 집중을 잘하는 반려견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02 어질러티, 프리스비, 도그 피트니스 등 반려견과 하는 도그 스포츠
건강관리, 운동, 보호자와의 소통과 관계 개선, 행동 풍부화까지 4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도그 스포츠는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EPL이나 NBA처럼 시즌, 프리시즌, 비시즌이 있을 만큼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필자는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도그 스포츠를 추천하고 싶다. 선수처럼 엄청나게 잘할 필요도 없다. 조금 겁이 많아도 천천히 하면 어떤 개든 가능한 것이 도그 스포츠다(Any one, Any dog). 이 외에 캐니크로스, 센트워크, 플라이볼 등이 있다.

교육보다 삶의 질이 먼저!

필자는 보호자가 반려견의 행동으로 고민이 돼서 반려견 센터를 찾았을 때 “이것 좀 고쳐주세요!”라든가 다짜고짜 교육, 훈육,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다른 센터도 찾아가보길 권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선생님도 아이가 떼쓰고 말을 안 들을 때는 첫 번째로 부모님과 아이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이야기한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반려견과 보호자 관계와 삶의 질이 충족된 후 발현된 행동에 대해 먼저 교육하는 것이 옳다.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어떤 것이 부족한지, 어떤 것을 더 충족해야 하는지 체크해봤으면 좋겠다.


서상원
현) 더 나은 반려견교육상담소 운영
미국 전문 반려견트레이너 협회(APDT) Professional Member
미국켄넬클럽(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사) 한국애견협회 반려견지도사 자격

#반려견 훈련볍 # 반려견 사회성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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