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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명품 값 오른 지금이 중고 구매 적기” 중고 명품 거래 앱 ‘시크’ 최서영 CMO

정세영 기자

2024. 04. 29

불황으로 온라인 명품 플랫폼 매출은 반토막 났지만 중고 명품 거래액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 ‘사기’의 대명사로 불렸던 ‘중고’의 이미지가 호감으로 바뀌고, 거래량이 활발해진 이유를 중고 명품 거래 앱 시크의 최서영 CMO에게 물었다. 

중고 명품 거래 앱 ‘시크’ 최서영 CMO

중고 명품 거래 앱 ‘시크’ 최서영 CMO

고물가 시대에 지출 줄이기의 일환으로 중고 거래를 찾는 알뜰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친환경 가치 소비의 확산과 환경, 동물복지 등을 고려하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중고 시장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리서치앤마켓은 “글로벌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9조 원에서 2025년 56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고 명품 플랫폼 트렌비의 최근 3년간(2021~2023) 중고 제품 판매 성장률은 평균 40%에 이른다.

중고 거래가 대중화하면서 중고 시장은 패션업계의 주요 카테고리로 성장했다. 이에 맞춰 중고 거래에 특화된 앱과 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네이버 크림(KREAM)의 자회사 팹(PAP)이 운영하는 시크(CHIC)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한 중고 명품 거래 대표 앱이다. 월평균 거래액은 100억 원 수준으로 수많은 거래자와 관련 업체의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크가 중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이유는 ‘안전성’에 있다. 명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계좌, 신용카드, 주소, 사기 내역 등 총 5단계의 인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자체 검수 센터 ‘시크랩’에서 정품 여부를 판단하고 상품 등급을 확인하며, 검수 과정을 거친 상품이 가품으로 판정되면 구매 가격의 300%를 보상한다.

또 에디터, 디자이너 등 업계 전문가를 동원해 명품에 걸맞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서영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시크의 창립 멤버다. 과거 백화점 VIP일 정도로 명품 구입에 진심이었던 그는 중고 거래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쌓게 됐다. 중고 거래로 경제적 이익은 물론, 지속 가능한 럭셔리의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된 것. 최서영 CMO를 만나 쇼퍼홀릭이 중고 거래 예찬자로 돌아선 계기와 똑똑하게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팁에 대해 들었다.



해외에서 각 명품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촬영한 제품 사진들.

해외에서 각 명품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촬영한 제품 사진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수시로 가격을 높이고 있는데요.
샤넬은 원래 매해 평균 3∼4회 가격을 인상했어요. 다른 명품 브랜드도 최소 연간 1회 이상 가격을 올리고 있고요. 명품 값은 매해 비슷한 빈도수로 상승하고 있어요. 명품 브랜드가 이렇게 꾸준히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높은 수요’ 때문이에요. 값이 올라도 명품을 찾는 사람들은 증가했거든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세련된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많이 필요하니 계속 가격 인상을 시행하고요.

명품 값이 오르면 중고 명품 값도 오르나요.
아니요. 이번 시즌 샤넬 클래식 라인 가격이 7% 올라 1500만 원을 찍었어요. 등급마다 다르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평균 900만~1000만 원 선으로 판매되고 있고요. 기존 클래식 라인과 비슷한 가격대죠. 중고 사이트는 명품을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방문해요. 공급자들은 이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목적이고요. 목적 달성을 위해 공급자들끼리 보이지 않는 가격 경쟁도 합니다. 따라서 시세보다는 중고 사이트 내의 판매가와 추이에 더 집중해요.

명품 값 상승이 중고 거래를 더 활발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명품은 갖고 싶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구매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요. 구매력이 있더라도 ‘명품에 이렇게 비싼 값을 할애할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시고요. 이런 분들이 자연스럽게 ‘중고’라는 옵션을 고려하는 것 같아요. 동일한 모델을 시간 소모 없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MZ도 중고 명품을 많이 찾는다고 하던데요.
아직까진 30~40대 여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MZ의 유입이 증가하는 추세예요. 합리적인 가격대로 명품에 입문할 수 있고, MZ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 문화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또 더 이상 출시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희소성과 헤리티지를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어요. 자신만의 개성이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중고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시크에서는 MZ 유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브랜드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MZ는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처럼 누구나 가진 명품으로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고가의 명품을 무리해서 소장하는 것보다 새롭고 합리적인 브랜드로 자신을 드러내려 하죠. 때문에 MZ가 원하는 스타일과 감각을 찾고 트렌드 공부에 힘쓰고 있어요. 그에 걸맞은 ‘신’명품 브랜드 발굴과 수집에도 집중하고요.

‘중고’라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쳤나요.
앱 제작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중고 제품이지만 명품 브랜드 구매에 어울리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명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우아함과 럭셔리잖아요. 이 같은 무드를 적극 반영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죠. 또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브랜드 소식과 핫이슈, 할인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사이트가 되길 바랐어요. 꼭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와서 뉴스도 읽고 비주얼도 감상하다 가는 거죠. 그 와중에 갖고 싶었던 제품이 있으면 구매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정보도 공유하고요.

제공하는 콘텐츠가 패션 잡지 기사 못지않게 전문적이에요.
시각적으로만 고급스러우면 아무 소용없어요. 선보이는 콘텐츠도 퀄리티가 높아야 성공할 수 있죠. 비용 부담은 있지만 브랜드의 방향을 확고히 하고 내실을 다지려면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크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주로 패션이에요. 내부 직원 대부분 패션에 관심은 많지만 전문가는 아니죠. 사람들에게 감도 높은 고퀄리티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했고,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패션 잡지 ‘보그’ 등 업계에서 일했던 분들과 협업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잡지 기사를 보는 것 같다” 등 고객들의 좋은 반응은 신뢰도로 이어졌어요. 콘텐츠를 선보이며 제품 공급률과 판매율 모두 상승했거든요. 브랜드, 고객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죠.

신중하고 합리적인 명품 소비 유도하는 중고 거래

좋은 물건을 수급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셀러 대부분은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에 민감해요. 값비싼 제품을 잘 관리하고 보관한 대가를 받고 싶어 하죠. 그래서 카드사 혜택,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대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셀러 유입을 위해 SNS나 블로그 광고도 활용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해요. 요즘 대부분 브랜드가 시행하는 진부한 마케팅 방식이니까요. 저희는 1:1 커뮤니티를 시행해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거나, 위탁 매물을 받고 있어요. 앱에 가입하고 제품을 업로드하는 모든 과정이 귀찮은 분들도 있거든요. 그럴 땐 직접 찾아가 제품을 픽업해서 앱에 올린 뒤 판매되면 정산해드리고 있어요.

연예인, 재벌가들도 거래를 한다고 들었어요.
위탁 매물을 받기 위해 집에 찾아가면 TV나 SNS로 봐왔던 유명인이 맞아주는 경우가 있어요. 명품 커뮤니티를 통해 시크를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은 거의 판매만 하세요. 내놓으시는 제품은 정말 희소성이 있어요. 품절템, 리미티드 에디션 등 중고로도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들이죠. 관리를 잘하셔서 컨디션도 최상급이고요. 개인적으로 탐나는 물건도 정말 많았어요.

시크에서는 오직 중고 거래만 할 수 있나요.
새 제품도 구매할 수 있어요. 많진 않지만 저희가 바잉해온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합니다. 정품과 가품을 확인하는 작업도 실행해요. 해외 빈티지 매장에서 중고 명품을 구입한 분들이 많이 의뢰해주시죠. 제품을 보여주면 검수 가능한지 확인한 뒤 검수 전문가들의 작업을 거쳐 결과를 보내드리고 있어요.

요즘은 가품도 고차원적으로 만들어 검수가 힘들다고 하던데요.
가품 제작 기술이 정말 발달했어요. 며칠 전 외관과 내부까지 진품과 99% 흡사한 샤넬 백을 본 적이 있어요. 놀랐던 건 정품 가방 내부에 부착된 내장 칩을 가품에 붙여놓았더라고요. 내장 칩을 핀셋으로 떼어낸 뒤 가품에 이식한 것 같았죠.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상황들 때문에 중고 거래를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알리,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중고 제품을 70~80%까지 할인한 가격으로 팔아요. 가능한 일인가요.
대부분 가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위와 같은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샤넬은 진품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제품을 터무니없는 헐값에 내놓는 셀러는 단 한 명도 없으니까요. 명품 브랜드의 영원한 상징성과 희소성은 가격으로 환산됩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중고 제품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고 무조건 비싼 제품을 구매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출처가 불분명하고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한 플랫폼은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책이 구축돼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고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해외 직배송 새 상품 및 중고 상품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체적으로 해외 아웃렛이나 부티크에서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케이스예요. 해외 아웃렛에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요.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한 뒤 인터넷 쇼핑몰에서 선보이죠. 부티크 거래는 보통 대량 구매를 통해 이뤄져요. 다양한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해놓은 뒤 판매하는 형식으로, 구매자들은 부티크의 VIP로 등록돼 있어요. 좋은 물건이 나오면 먼저 보여주고, 할인도 해준다고 해요. 따라서 원가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할인을 많이 해주면 판매자는 남는 게 있나요.
사실 따지고 보면 상품 가격이 무척 싼 건 아니에요. 최종 결재할 때 가격이 확 올라 있을 테니까요. 판매 사이트에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가격을 올려 사람들을 끌어모은 뒤, 최종 결재할 때 살며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가격을 제시하죠. 또 여기에 배송비까지 포함하면 최종 가격은 원가와 거의 비슷합니다.

개인이 중고 명품을 팔 때 이익을 많이 남기려면 제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팔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시세 파악, 관련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 프로모션 등을 꾸준히 살펴보면서 적절한 시기를 찾아야 해요. 대부분 명품 값이 인상될 때 중고 제품이 잘 팔려요. 구매는 하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중고로 눈을 돌리는 거죠. 이 시기를 잘 파악해서 거래하면 이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또 인보이스, 보증서 박스 같은 상품의 구성품은 절대 버리지 마세요. 본 제품만 있는 것보다 판매 등급이 훨씬 올라가거든요. 영수증도 버리지 말고 꼭 챙겨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고 명품 플랫폼, 사이트에서 거래할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체계적인 보상 제도예요. 보상 제도가 철저하게 명시돼 있는 곳은 정품을 선별하고 판매하는 데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거든요. 또 자체 검수 센터와 검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지, 판매자의 사기 이력 조회가 가능한지도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이 직업을 통해서 변화한 점이 있다면요.
물건을 쉽게 보낼 수 있게 됐어요(웃음). 예전에는 물건을 처분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안 쓰는 것들을 나누는 일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물건을 방 한구석에 처박아놓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파는 것이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거든요. 또 백화점을 거의 안 가요(웃음). 원래 백화점 VIP였는데 작년부터 등급이 떨어지더니 지금은 일반 회원이 됐어요. 중고 거래 관련 일을 하면서 명품을 제값 주고 사는 게 너무 아까운 거죠. 저도 갖고 싶은 명품 있으면 중고 거래를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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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제공 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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