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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푸틴 뒤통수 친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누구?

김명희 기자

2023. 06. 26

무장반란을 일으킨 푸틴의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 [뉴시스AP 제공]

무장반란을 일으킨 푸틴의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 [뉴시스AP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의 무장반란으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용병 부대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있는 프리고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 지도부 축출을 위한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푸틴은 프리고진의 반역에 대해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불과 몇 시간 후 크렘린 측은 “프리고진이 러시아 인근 국가 벨로루시로 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 반란은 일단 유혈사태로는 번지지 않았다.

푸틴의 최측근에서 반란군 수괴로 돌아선 프리고진은 유명세에 비해 개인적인 이력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196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그는 유년시절 육상선수를 꿈꿨으나, 운동선수보다 범죄자로서의 이력이 더 화려하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20대의 거의 대부분을 절도, 사기, 미성년자 매춘 알선 등의 혐의로 감옥을 들락날락하며 보냈다.

출소 후 핫도그 가판을 차려 크게 성공한 그는 이후 요식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러시아 최대 급식업체인 ‘콩코드(Concord) 케이터링’을 창립했다. 그가 운영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급 선상 레스토랑 ‘뉴 아일랜드’는 러시아를 찾는 국빈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고, 프리고진은 2003년부터 크렘린 행사의 케이터링도 맡아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올리가르히(정권과 결탁한 러시아 신흥 재벌) 반열에 오른 그는 푸틴의 정치 자금을 대는 것은 물론 2014년에는 용병 부대 ‘바그너 그룹’을 창설하고 군부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폭력 전과가 있거나, 죽거나 다쳐도 찾을 가족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바그너 그룹의 용병들은 반대파 숙청, 해외 민간인 학살 등에 동원됐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신 손에 피를 묻히며 그와 신뢰를 쌓아나간 것이다. 시리아 내전 등 정규군 투입이 어려운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며 러시아의 영향력을 넓히는데 일조했고, 특히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최격전지인 동부 지역에 배치돼 돌격대 임무를 수행했다. 인터넷 조사기관을 설립,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경합하던 2016년 미국 대선 여론 조작에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푸틴의 ‘더러운 일’ 도맡아 했으나 권력 싸움에서 밀려

프리고진의 이력 중에는 무시무시한 삶이 궤적에 비해 다소 생경한 것도 있다. 동화작가 경력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20여 년 전 자녀들과 함께 동화책을 펴냈다. 동화책의 주인공은 몸집이 지나치게 커져 백성들을 제대로 통치할 수 없게 된 소인국 왕이다. 책에서 왕은 “내 백성들이 이토록 작다면 어떻게 내가 그들을 통치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내가 그들을 파괴해버릴 수도 있다. 제발 나를 전과 같은 몸집으로 되돌려 달라”고 말한다. 프리고진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데, 자녀들은 SNS에 가족이 소유한 전용 제트기와 호화 요트 등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프리고진은 푸틴 정권에서 남치, 암살, 전쟁 등 ‘더러운 일’을 도맡아 수행해왔음에도, 모스크바 관료들 사이에서는 아웃사이더나 다름없었다. 이에 올초부터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이번 무장반란은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했으며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범 #요식업대부 #동화작가 #용병그룹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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