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6년 밴드 아키버드 보컬로 데뷔해 ‘홍대 여신’으로 주목받은 레이디 제인은 ‘마녀사냥’ ‘로맨스가 더 필요해’ 등의 토크쇼에서 솔직담백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정 프로그램만 7개, 탁월한 입담으로 방송가를 휩쓸던 당시 기자는 한강에서 레이디 제인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열정적으로 한강변을 걸으며 포즈를 취했는데, 이번에는 그때처럼 오래 걷기는 무리지만 엄마가 된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그녀와 한낮의 수다를 이어갔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싱그러운 에너지는 여전했다.
맘 카페 둘러보며 임신과 출산 공부한 열혈 남편
요즘 컨디션이 어떤가요.지금 임신 주수가 만삭은 아닌데 단태아 기준으로 거의 만삭처럼 배가 나왔어요. 10kg 넘게 찌기도 했고 몸이 많이 무거워요. 태동도 장난이 아니에요(웃음). 체리와 리본이 둘 다 엄청 활발해서 자다가 새벽에 매일 깨요.
체리와 리본이란 태명은 어떻게 지었나요.
임신 사실을 알기 전 체리를 엄청 많이 먹어서 체리라고 지었고, 리본은 시어머니 꿈에서 딴 거예요. 멀리서 강아지와 말이 다가오더니 어머님 앞에서 장난감처럼 조그마해지더래요. 예뻐서 리본으로 묶어 양 주머니에 하나씩 소중하게 넣으셨다고 해서 리본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쌍둥이 임신부치고는 크게 체중이 증가한 것 같진 않아요. SNS에서 보니 부지런히 움직여서 그런가 봐요.
많이 움직이려고는 해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소화도 안 되고 혈액순환도 잘 안돼서 차라리 움직이는 게 낫더라고요. 친구들이 저처럼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임신부는 처음 본대요(웃음). 베이비페어도 두 번 다녀왔고 며칠 뒤 플리 마켓도 열어요. 플리 마켓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만나고 수익금으로 좋은 일도 할 겸 매년 해왔는데, 올해는 잘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해요. 쉬거나 앉을 틈 없이 한 6시간 정도 진행하거든요.
집을 비운 만큼 아이 물건이 들어오겠네요. 아이 맞을 준비는 잘돼가고 있나요.
남편이 알아서 잘해서 제가 딱히 준비할 게 없어요. 남편은 엄청 적극적인 성격이고, 저는 좀 느긋하게 있다가 닥치면 하거든요. 남편은 출산 가방도 벌써 다 싸놨어요. 임신 전부터 인터넷 맘 카페를 찾아보면서 공부하더니 요즘은 저한테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면서 먼저 챙겨줘요.
결혼 2년 만에 부모가 되기까지 남편 역할이 큰 듯해요. 보통 난임 치료할 때 남편이 협조를 잘 안 해서 서운해하기도 하잖아요.
그건 확실해요. 저희는 남편이 주도하고 제가 협조했죠. 하하. 처음에는 신혼을 즐길 만큼 즐기고 천천히 준비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유난일까 싶었어요. 저는 시험관시술을 빨리 시도할 생각도 없었고, 딱 세 번 도전해보고 안 되면 하지 말자고 선을 그었을 정도로 약간 회의적이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밀어붙였어요. 돌이켜보면 그렇게 해줘서 지금 건강하게 출산을 앞두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회사 출근하는 날에도 병원에 꼭 같이 갔어요. 덕분에 제가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 영상을 보니, 쌍둥이를 원한 건 아니었다면서요.
생각도 못 했어요. 시험관시술 준비할 때도 의사 선생님이 “노산이기도 하고 쌍둥이 임신 자체가 단태아일 때보다 좀 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건강상의 이유로도 그렇고, 1명 키우기도 힘들 텐데 2명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자궁에 배아를 1개만 이식하려 했는데, 마지막 시도에서 어쩌다가 2개를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그게 쌍둥이 임신으로 이어진 거예요.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때 쌍둥이라고 해서 눈앞이 깜깜했어요. ‘내가 임신 기간 동안 잘 버틸 수 있을까’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은 소식을 듣자 좋아서 울더라고요. 그야말로 동상이몽이었죠.
양가 부모님들은 임신 소식을 듣고 반응이 어떻던가요.
부모님들은 다 ‘일타쌍피’라고 좋아하셨어요.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얘기하시길래 저는 처음에는 ‘내 속도 모르고 저런 말씀을 하신다’고 속상해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쌍둥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1명이었으면 혼자 외로울까 봐 둘째를 낳아야 하나 고민했을 것 같아요.

“쌍둥이 육아, 겁나지만 닥치면 잘하겠죠?”
태교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특별히 태교라 할 만한 건 없어요. 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독서하는 정도? 대신 남편이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아침저녁으로 태교 타임을 갖고, 차 타면 태교에 좋다는 클래식 음악만 틀어요. 지금 시기는 청각이 발달해서 아빠 목소리를 들려줘야 나중에 세상에 나왔을 때 알아듣는다면서 동화책도 읽어주고요. 저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요리학원도 다녀요.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서 남편이 같이 입덧하는 모습을 보니 ‘찐 사랑’이 느껴졌어요.
올해로 만난 지 10년 차인데,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은 20대였어요. 원래도 다정한 성향인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헌신적이고 가정을 잘 꾸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됐어요.
연애할 땐 모르다가 결혼 후 남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있나요.
아뇨. 주변에서 아무리 오래 연애해도 결혼은 완전히 다르다고, 싸울 일이 생길 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없는 듯해요. 결혼하고 나서도 연애할 때랑 똑같아요. 아무래도 나이 차가 있다 보니 제가 남편을 좀 잡나 봐요. 하하. 남편도 앞으로 딸들이 태어나면 자기는 3명을 모시고 살아야 하니까 각오하고 있다고 해요.
아이가 태어난 후 가장으로서 남편은 어떨 것 같나요.
지금도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듯해요. 아무래도 부담되겠죠. 남편이 연기하면서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광고 에이전시 일도 하고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본업이 배우이고 사업은 작품이 없을 때 하는 사이드 잡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제가 임신하고 나서는 회사에 출근을 꼬박꼬박하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듬직하죠.
남편이 출연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 하이스쿨 히어로즈’가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예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인데 5월 30일 공개되는 걸로 결정이 났어요. 아무래도 기다린 만큼 기대가 크죠. 찍어놓은 다른 작품들도 빨리 다 공개되고, 배우로서도 작품 활동 열심히 하면 좋겠어요.
남편이 바빠지면 쌍둥이 육아는 어떡하나요.
제가 쌍둥이를 다 돌볼 수 없으니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남편은 둘 다 볼 수 있다고 자기한테 맡기래요. 심지어 남편은 밤에 저를 통잠 재우는 게 목표라며 새벽 수유도 혼자 하겠대요. 자기는 젊어서 괜찮다고요.
신생아 둘을 돌보는 일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통 힘든 게 아닐 텐데요.
조카가 얼마 전에 막 돌이 지났어요. 육아 선배인 동생이 “형부, 절대로 그렇게 못 한다. 꿈을 꾸는 거다”라고 말려도 남편은 자신 있대요.
방송에서 보니 시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이 대단하던데요.
남편 성격이 아버님을 꼭 닮았어요. 하지만 적극성과 열정은 아버님의 100분의 1도 안 돼요. 아버님이 정말 스위트하신데, 가끔은 어머님도 고개를 절레절레하실 정도로 열정이 넘치세요. 지금도 쌍둥이를 데리고 오면 본인이 만날 봐주겠다고 하시는걸요. 남편도 믿는 구석이 있겠죠. 사실 저는 지금 될 대로 되겠지 싶어요. 당장은 아이들을 무사히 낳는 데까지만 신경 쓰고 그 이후는 생각하고 싶지 않거든요. 동생 말로는 아기 개월 수마다 발달 과정에 맞게 해줘야 할 일이 있어서 쉴 틈이 없고, 이제 제 인생은 없는 거로 생각하래요. 정말 그런지 걱정은 되지만, 엄마도 했고 동생과 친구들도 다 하는 일인데요. 저도 막상 닥치면 해내겠죠.

“출산 후 육아 콘텐츠도 기대해주세요”
‘이런 부모가 되고 싶다’ 생각해둔 건 있나요.아이들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있을 거잖아요. 유난스럽게 재능을 거슬러 공부시킬 생각은 없고, 저는 마음이 선한 아이로 자라도록 인성교육 하나만큼은 똑바로 시키고 싶어요. 그런데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또 아이 교육이잖아요. 한번은 아이가 “엄마가 뭘 알아” 이러면서 삐뚤게 행동하는 악몽을 꾼 적도 있어요. 제가 MBTI에서 N 성향이라 원래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타입인데, 가뜩이나 별의별 걱정이 많은 시기잖아요. 바라는 건 딱 하나예요. 인성 좋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처럼 가수나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지원할 의향이 있나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제가 남편한테 물어봤어요. 남편은 아이가 자기처럼 연기하고 싶다고 해도 절대로 안 시킨대요. 배우는 대중한테 항상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자기는 그런 부분이 너무 힘들어서 딸들은 마음고생 안 했으면 좋겠대요. 저는 좀 달라요. 아이 본인 인생이니까 하고 싶다면 지원해주고 싶어요. 지금 생각으론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밀어주고 싶은데, 혹시 모르죠. 말은 이렇게 해놓고 ‘헬리콥터맘’처럼 학원 라이딩 다니느라 바쁠지도요. 하하.
헬리콥터맘이 되면 학원 라이딩 브이로그 부탁해요. 출산 후 달라질 유튜브 콘텐츠들이 기대됩니다.
일단 업로드 공백기 없이 산후조리원에서도 영상을 찍을 생각이긴 한데, 여건이 될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할 얘기는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육아템은 중고 거래도 많이 하잖아요. 남편은 당근 거래를 하루 종일 한다니까요(웃음).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인데 가수로 활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요.
생각도 못 했는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그런데 요즘 음반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도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출산하고 나면 많은 부분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은 육아에 더 많은 신경을 쓸 듯하고요. 기회가 된다면 연기 활동을 좀 더 하고 싶긴 한데, 그것도 제 마음처럼 다 되진 않으니까 조금 더 알아보려 해요.
얼마 후면 어마어마한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그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출산일까지 잘 버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사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한두 달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걱정이 많아요. 소화가 잘되질 않아서 많이 먹지도 못하고 늘 속이 답답한 상태거든요. 의사 선생님도 조산 기미가 보이면 입원하라고 하셨어요. 쌍둥이라 더 빨리 낳아야 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요. 좋은 날로 수술일을 잡았으니 그 전에 급격한 컨디션의 변화가 없길 바랄 뿐이에요. 몸 관리 잘하고 있겠습니다!
#레이디제인 #임현태 #출산 #여성동아
사진제공 레이디제인(by 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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