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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Y2K 다음? 인디 슬리즈 어서 오고!

오한별 프리랜서 기자

2023. 06. 27

Y2K 패션은 이제 그만! 지금은 힙스터 패션, 1980년대의 맥시멀리즘, 1990년대의 그런지 룩이 한데 뒤섞인 ‘인디 슬리즈’ 스타일이 대세다. 

로라이즈부터 크롭트 티셔츠, 카고 팬츠, 미니스커트, 바게트 백, 알록달록 사탕 같은 플라스틱 액세서리까지. 지난 몇 시즌 동안 패션계는 Y2K 무드에 푹 잠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초 단위로 돌아가는 변덕스러운 패션 월드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 Y2K 트렌드를 대신할 스타일을 찾아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인디 슬리즈(indie sleaze)’다. 인디 슬리즈란, 1980년대의 화려함과 1990년대의 그런지 무드가 한데 어우러진 자유분방한 룩을 말한다. 작년 말, 유명 틱토커이자 패션 트렌드 메이커로 활동 중인 ‘맨디 리’가 인디 슬리즈의 귀환을 예고했는데, 이 게시물은 30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2010년대로 시간을 돌려 당시의 패션에 집중하는 것! 그야말로 대혼돈의 멀티버스였던 2000년대 초를 지나 2010년대에 다다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어두컴컴한 지하의 클럽이나 펍에서 로큰롤, 디스코 무드의 음악을 즐기던 청춘들. 당대의 힙스터들은 술과 담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자연스럽게 인디 록, 파티, 페스티벌 등이 패셔너블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쾌락주의, 자유, 반항 등의 키워드와 떼놓을 수 없는 인디 슬리즈 스타일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질서의 미학’이다. 보헤미안 무드의 미니드레스와 벨트 그리고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레인부츠를 신고 페스티벌 룩을 선보인 케이트 모스, 해진 데님 팬츠를 각자의 취향에 맞춰 멋스럽게 연출한 알렉사 청과 픽시 겔도프, 후줄근한 티셔츠에 넥타이를 걸친 모델 이리나 라자레누, 스카프나 헤어벤드를 머리에 둘러 보헤미안 스타일을 연출한 올슨 자매, 찢어진 망사 스타킹에 데님 쇼츠와 초커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테일러 맘슨까지. 이때 땀에 흠뻑 젖은 듯 기름지고 헝클어진 헤어스타일과 퀭한 눈, 아래 속눈썹까지 두껍게 그린 블랙 아이라인과 스모키 아이도 빠질 수 없다.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않은 스타일이 곧 인디 슬리즈의 정체성이 된 것이다.

과거 자신들의 뮤즈와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하던 럭셔리 하우스 디자이너들도 인디 슬리즈의 귀환을 하나둘 알리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셀린의 에디 슬리먼! 2000년 디올 옴므부터 2012년 생로랑, 지금의 셀린까지 꾸준히 로큰롤 감성과 힙스터 무드를 불어넣었던 그에게 인디 슬리즈의 부활은 더없이 반가웠을 터. 이미 2023 S/S 컬렉션에서 2000년대 인디 스타일의 대표 아이콘 ‘스키니 진’의 부활을 알렸던 에디 슬리먼은 2023 F/W 컬렉션을 통해 본격적으로 인디 슬리즈를 향한 적극적인 애정을 드러냈다. 연출부터 캐스팅, 세트 디자인까지 모두 디렉팅한 그는 ‘인디의 시대’라는 주제로 인디의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모델들은 저마다 미니드레스, 스팽글 재킷, 데님 팬츠, 프린지 스웨이드 부츠, 슬림 슈트, 밀리터리 무드 블레이저 등으로 차려입고 로큰롤 미학의 정수를 보여줬다.

에디 슬리먼만큼 열렬한 구애는 아니지만, 디자이너들도 런웨이에 저마다 재해석한 인디 슬리즈 코드를 심어두었다. ‘구찌 트윈스버그’라는 테마로 쌍둥이 모델 68쌍을 패션쇼에 세운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성별, 시대, 국적 등의 경계를 넘어선 룩을 선보였다. 레오퍼드 프린트 레깅스나 오버사이즈 바이커 재킷, 스팽글 장식 헤어 스카프 등 인디 슬리즈 스타일의 아이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는 뉴욕 코니아일랜드 부두와 다큐멘터리 ‘파리 이즈 버닝’에서 영감을 받아 2023 S/S 컬렉션을 완성했다. 빈티지 워싱을 더한 오버사이즈 레더 재킷으로 오프닝을 장식했고, 해골 펜던트를 단 히피풍의 비즈 목걸이나 하이톱 슈즈, 베이비 돌 드레스와 메리 제인 슈즈 등 2010년대 알렉사 청의 옷장을 보는 듯한 룩들이 눈길을 끌었다.

자, 그렇다면 옷 좀 입는다는 셀럽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2023년 인디 슬리즈 스타일은 어떨까? 영화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여자 친구로 잘 알려진 모델 수키 워터하우스는 1970년대 글램 록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로 쇼츠에 가슴이 깊게 파인 실크 셔츠, 턱시도 재킷, 새빨간 장미 초커로 포인트를 주고 까만 스타킹과 풍성한 화이트 퍼 재킷을 걸쳐 글래머러스한 무드 완성! Z세대들의 아이콘,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로큰롤의 여신으로 변신했다. 독특한 컷아웃 디테일의 미니드레스에 까만 스타킹, 가터벨트, 플랫폼 힐, 마무리로 초커까지 매치해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드러머이자 코트니 카다시안의 남편 트래비스 바커나 미국의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도 인디 슬리즈의 대표적인 아이콘. 이들은 프린트 티셔츠에 비즈 목걸이를 레이어드하거나 찢어진 청바지에 체크 셔츠를 걸치는 등 멋스러운 룩을 즐긴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 부활하며 ‘유행은 2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가설을 증명한 인디 슬리즈. 2010년대에 입고 다녔던 물 빠진 스키니 진이나 스키니 스카프, 스터드 디테일 액세서리, 찢어진 망사 스타킹, 로큰롤 무드의 낡은 티셔츠가 아직 옷장에 남아 있다면 꺼내볼 것. 이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함까지 갖춘다면 인디 슬리즈를 맞이할 준비는 끝난 것이다.

#인디슬리즈 #패션트렌드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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