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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젠더특위는 젠더 갈등 외면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

오홍석 기자

2023. 06. 26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한국 사회 내 젠더 갈등이 매우 심각하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답했다. 20대에서는 응답 비율이 78%로 치솟았다. 사회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젠더 갈등. 이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주어진 송보희 청년젠더 공감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청년세대 내 젠더 갈등 해소를 목표로 설립된 청년젠더 공감 특별위원회를 이끄는 송보희 공동위원장.

청년세대 내 젠더 갈등 해소를 목표로 설립된 청년젠더 공감 특별위원회를 이끄는 송보희 공동위원장.

지난 20대 대선은 청년세대 내 젠더 이슈가 전면에 등장한 첫 대통령 선거였다. 대선 이전, 젠더 이슈는 평등을 향한 논의보다는 갈등의 양상으로 전개돼 정치권에서는 섣불리 건들다간 델 수 있는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다. 그런 의미에서 20대 대선은 정치권에 젠더 이슈가 청년의 삶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각인되는 계기였다.

그래서일까. 지난 4월 21일 정부가 “젠더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 산하 ‘청년젠더 공감 특별위원회(젠더특위)’를 출범한 것. 젠더 갈등 해결을 목표로 내건 젠더특위 위원장에는 김석호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청년 위원 송보희(37)가 이름을 올렸다.
송보희 위원장은 통합위에 합류하기 이전, 국가미래전략과 청년정책을 고민해온 연구자다. 청년의 관점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자문과 실태조사 기반의 연구를 제공하고 관련 내용을 강연했다. 2016년부터는 한국청년정책학회 학회장을 역임해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그는 “예전부터 공공기관과 청년정책 관련 교류가 잦았던 것이 연이 돼 (위원장직) 제안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젠더 갈등, 사회 활력 억제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청년젠더 공감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청년젠더 공감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져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월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에는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며 ‘세대·젠더 갈등 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젠더 갈등이라는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풀기 위한 혜안은 무엇일지 송보희 위원장에게 물었다.

청년정책이란 분야가 굉장히 폭이 넓은데, 평소 젠더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나요.

저는 국가 차원의 미래 전략을 연구해왔는데 사회적 갈등, 특히 청년세대 내 젠더 갈등을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젠더 갈등은 지금의 청년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세대에도 영향을 미칠 만한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6년부터 청년을 연구해왔는데 몇 년 전부터 젠더 갈등 이슈가 비단 20, 30대가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에까지 확대되고 있어요. 갈등 완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위원장님도 청년인데 젠더 갈등을 체감한 적이 있나요.

청년을 연구하다 보니 또래와 어린 청년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특정 젠더 이슈에 대해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를 목격할 때가 많았어요. 특히 청소년에게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했을 때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과거 한국 사회의 지역갈등처럼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일종의 위기감도 느꼈고요.



젠더 갈등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이 개인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성별에 의해 판단되거나 역할을 부여받다 보니 역량을 펼칠 공간 자체가 좁아지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나 새로운 도전의 의지가 꺾이는 등 악영향을 미치는 거죠. 청년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고 또 새로운 꿈을 위해 도약하는 세대인데, 이들의 의지가 꺾일수록 사회는 활력을 잃게 됩니다.

젠더 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전면에 나섰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통합위는 단순한 담론 논의 수준에 그쳤던 역대 위원회의 한계를 넘어서, 실용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나 올해 통합위의 과제는 ‘청년’과 ‘사회적 약자’라는 두 키워드로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청년들이 당면한 갈등 중에서 특히 젠더 갈등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국민 전체의 성평등 인식과 양성 불평등은 지표상으로는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청년세대에서만 유독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젠더특위에서는 도대체 왜 청년세대 안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일어나고 있는지 원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이번 정부가 젠더 갈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통합위에서 젠더특위가 운영된다는 것 자체가 청년들의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젠더 갈등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주체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일각에서 제기한 남녀 갈등을 정치적인 자산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개선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사회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 시민 단체 등이 힘을 합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젠더 갈등 해결의 주체는 청년 자신

송보희 공동위원장은 “젠더 갈등이 지역갈등처럼 고착화될 위기감을 느껴 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보희 공동위원장은 “젠더 갈등이 지역갈등처럼 고착화될 위기감을 느껴 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젠더특위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활성화할지 궁금합니다.

청년세대 안에서의 젠더 갈등은 대면보다는 비대면, 온라인 상황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만남이 적다 보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이 생기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저희 젠더특위는 공모전이라든지 토론회라든지 청년들이 직접 만나 객관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을 도우려 합니다. 결국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저희 젠더특위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님은 어떤 역할을 맡나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젠더특위에 포함돼 있는 위원 모두의 역할이기도 한데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의 생각과 관점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또한 청년의 관점에서 다뤄야 할 의제를 발굴하고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젠더특위는 송보희 위원장을 포함해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구성원의 다양성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기구를 생각하면 중년 남성들 중심인 조직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젠더특위의 성비는 남녀 5:8이며 청년이 6명이다. 최연소 위원은 1991년생이다. 통념에서 벗어나는 구성원을 어떤 계획 아래 구성했는지 궁금했다. 또한 젠더특위가 내놓은 진단과 해법이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환원될지에 대해 송보희 위원장에게 물었다.

젠더특위 구성원 면면이 다양합니다.

통합위에서 이번 젠더특위를 준비하며 구성원을 모으는 데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지난해 청년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청년이 생각하는 젠더 갈등의 해결 주체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청년이 ‘청년 자신’이라고 답했습니다. 결과에 따라 젠더특위에는 해결 주체인 청년들이 다소 포진되어 있습니다. 특히 연령이나 성별을 많이 고려했습니다. 이에 더해 의제의 폭넓은 확대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젠더, 법학, 사회정책 전문가도 위원으로 모셨습니다.

한국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지표상으로는 성평등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왜 청년 젠더 갈등은 이전보다 심화됐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정이나 사회 곳곳에 아직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나 행태가 관습으로 존재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제도와 변화하는 인식의 충돌이 지표로는 잡히지 않지만 갈등의 모습으로 전 세대에 걸쳐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청년 여성의 경우 아직도 가정에서의 돌봄, 일터에서의 채용과 승진에 차별이 있고 불공정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면 남성은 이미 약자가 아닌 여성이 더 배려받고 지원받아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기성세대 남성들이 누렸던 유리한 상황을 청년 남성이 경험하지 못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죠. 결국엔 이 상반된 남녀 간의 인식격차에서 일정 부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남녀 간 인식의 차이가 큰데, 어떻게 괴리를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

새로운 젠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의 변화를 위해선 서로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고, 이를 마련하는 것이 젠더특위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또한 제도적인 개선점 또한 같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소소한, 체감되는 정책이 해결의 첫걸음으로 적합”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정책’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가 내건 기치는 ‘모두가 공감하는 젠더 간 평등한 정책’입니다. 특정 성(性)에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책임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모두를 배려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책의 추진 방향은 국민 여러분이 언론을 통해서만 보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령 ‘여성 전용 주차장’을 ‘가족 배려 주차장’으로 변경한다든지 남성 화장실 내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는 등의 정책입니다. 남녀 모두 상황에 맞게 배려받고,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소한 정책들이 과연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활동하면서 검토해보니 채용, 직장 문화, 젠더 폭력처럼 중요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다 해결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젠더특위가 운영되는 기간 내 국민들이 젠더 갈등이 개선됐음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보니 구체적인 의제를 선별해서 깊이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첫걸음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뗄 때 젠더 문제 해결에 더욱 다가가기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

젠더특위가 진단, 해법을 내놓으면 대통령에게는 어떤 식으로 전달되나요.

통합위에서는 저희 젠더특위뿐만 아니라 상반기에 총 8개 특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특위 활동이 종료되면 정책 제안서를 대통령과 국민에게 보고합니다. 젠더특위 내 위원들뿐만 아니라 특위 과정에서 청취한 청년들의 의견을 모두 담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제안을 드릴 예정입니다.

젠더 갈등이 줄어든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 활력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청년은 굉장히 주체적인 세대거든요. 학벌, 가정환경 등에 가장 영향을 덜 받습니다. 성별에 있어서도, 물리적인 차이는 인정하되 남녀라는 틀에 구분되기보단 한 사람의 개인으로 존중받을 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청년들이 세상의 기준보다는 나만의 기준으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달려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민통합위원회 #청년젠더공감특별위원회 #송보희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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