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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해봤다

“이번 생엔 결혼 포기”…미혼 20대 여기자가 결혼식 견적 내보니

예식만 최소 3000만원? 예비부부 울리는 ‘웨딩플레이션’ 체험기

이경은 기자

2023. 04. 28

저출산 첫 번째 해결책은 결혼이다. “요즘 애들은 결혼을 안 해서 문제”라지만 결혼은 공짜로 하나, 첫 단추인 결혼식부터 난관이다. 20대 기자가 직접 모의 결혼을 준비해봤다.

#1 지난해 사정이 생겨 올해로 결혼식을 늦췄다는 30대 예비 신부 A 씨는 1년 사이 잔뜩 오른 웨딩 물가에 속이 쓰리다. 그는 “1년 사이 웨딩 홀은 1000만 원,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및 헤어)는 100만 원 정도 올랐다”며 “말로만 듣던 웨딩 인플레이션이 체감된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2 올해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는 예비 신부 B 씨도 급격하게 오른 웨딩 물가로 고민이다. 그는 “아무리 견적을 줄여도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너무 비싸다’고 훈수 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답답한 B 씨는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산 점검을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그동안 오른 물가가 웨딩업계 전반을 강타했다. 일명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이다. 혼인 건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껏 뛴 웨딩 물가가 예비부부 발목을 잡는다. 대한민국 웨딩 물가 현주소를 알고자, 20대 기자가 직접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결혼 준비 업체를 찾아가 결혼식 견적을 뽑아봤다.

결혼식 당일 3000만 원 가까이

식 한번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상은 더했다. 더 하자면 끝이 없고 덜 하자니 아쉬운 게 결혼식이다. 기자는 평소에도 이벤트를 귀찮아하는 편이다. 그에 맞춰 결혼식 구색을 맞출 만한 수준으로 견적 상담을 진행했다. 예식 일정은 이듬해 3월로 가정했다.

웨딩 홀 2000만 원+α

우선 식을 올릴 웨딩 홀이 필요하다. 보통의 웨딩 홀 사용 금액은 크게 대관료와 식대로 구성된다. 웨딩 홀 관계자에 따르면 금액은 위치보다 컨디션(시설, 뷔페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도심이라고 비싸고 외곽이라고 저렴하지 않다. 또 같은 웨딩 홀이라도 원하는 일자와 시간대, 희망 대관료, 하객 규모(최소 보증 인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보증 인원이 많으면 대관료를 할인해주기도 한다. 웨딩 홀의 주 수입원이 보증 인원에 곱해지는 식대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교통이 편리한 서울 강남권에 위치하고 서비스도 적당하게 좋은 중상위급 웨딩 홀을 추천받았다. 그렇게 추천받은 A 웨딩 홀 사용 견적은 대관료 600만 원에 식대 1400만 원(최소 보증 인원 200명×인당 7만 원)을 더한 2000만 원. 골든타임(토요일 낮 12시~오후 3시) 예식을 원할 경우 웨딩 홀에서 더 많은 보증 인원을 요구해 금액이 오를 수도 있다. ‘단 하루에 저 돈을 다 태워야 한다니?’ 싶었지만 결혼 준비는 이제 시작이다.

스드메 250만 원+α

웨딩 홀은 정했으니 스드메 차례다. 스튜디오 촬영은 본식 촬영과 식에 쓰일 웨딩 사진을 찍는 걸 포함한 것이다. 촬영 장소가 실내인지 야외인지, 배경이 있는지 없는지 등에 따라 가격대가 달라진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및 헤어 역시 촬영용, 본식용을 각각 준비해야 한다. 알아볼 게 많아 최근엔 워크인(업체를 각각 알아본다는 웨딩 용어)보단 3가지를 세트로 묶여 편의를 고려한 토털 스튜디오가 뜬다는 게 웨딩 플래너의 설명이다. 워크인과 금액 차이는 크지 않았다.

상담을 진행한 한도연 다이렉트결혼준비 웨딩 플래너는 “스드메는 대개 100만 원 초반에서 200만 원대”라며 “대부분 150만 원 전후로 설정한다”고 말했다. 1000만 원 단위의 웨딩 홀 가격을 보고 온 탓인지 150만 원이면 ‘껌값’ 같았다.

기분 좋을 찰나 ‘별도 비용’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별도 비용은 스튜디오 촬영 원본, 수정본 데이터 비용(44만 원), 촬영 도우미(20만 원), 본식 도우미(20만 원), 드레스 피팅비(15만 원) 등을 포괄하는 금액이다. 이름은 별도 비용이지만 사실상 필수 항목으로 금액도 1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 비용’도 있다. 이는 다행히 사진 앨범 장수를 늘리거나 신상 혹은 고급 드레스를 입는 등 추가 항목을 선택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다. 기자는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항목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드메는 총 250만 원.

그 외 필요 사항 301만 원+α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랑이 입을 턱시도를 알아봐야 한다. 예복 숍 정장 구매는 70만 원 이상, 대여는 20만~25만 원 선으로 형성돼 있었다. 정장은 몸에 딱 맞는 핏이 중요한 의복이다. 기자는 가상 남편에게 100만 원짜리 정장 하나를 맞춰주기로 했다.

의상과 메이크업은 결혼 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혼주도 한복과 메이크업 및 헤어 스타일링이 필요하다. 의상은 대여와 맞춤 중 선택할 수 있는데, 기자는 1인당 30만~35만 원 선에 형성돼 있는 대여를 골랐다. 맞춤 의상 가격대는 대여의 2배 이상이다. 메이크업 및 헤어는 보통 여자 혼주 인당 15만~18만 원, 남자 혼주 5만5000원 정도다. 양가 혼주를 4명이라고 가정하고 가장 저렴한 옵션을 택하니 161만 원이 나왔다. 슬슬 어지럽다.

이 밖에도 10만~15만 원에 형성된 부케(부케+부토니에르+코르사주 6종), 폐백 음식비(약 5만 원), 사회자 수고비(식 진행하는 경우 약 30만 원), 음악 제공비(피아노 삼중주 1곡당 30만~40만 원), 청첩장(약 30만 원) 등이 있다. 모의 상담을 받다 지쳐버린 기자는 폐백과 사회자를 시원하게 생략하고 음악도 MR로 대체하기로 했다.

위 상담 내용은 예식과 식사 공간이 다른 ‘분리 결혼식’ 견적이다. 기자에겐 1, 2부로 나눠 예식과 식사를 한곳에서 진행하는 ‘동시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웨딩 플래너에게 비슷한 기간과 규모의 동시 결혼식 견적을 물으니 “동시 결혼식 웨딩 홀은 4500만 원부터 시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로망은 이럴 때 버리라고 있는 것이다.

30대 초 자력 결혼? ‘헛된 꿈’

모두 종합하니 결혼식 당일 견적만 약 2550만 원이다. 현실 결혼에서는 기자처럼 효율적으로 선택하기 힘들 뿐 아니라 혼수, 신혼여행, 상견례, 답례품, 결혼 전 관리, 웨딩 링, 웨딩 카 등 수많은 품목에 따른 비용이 추가된다. 웨딩업체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예비부부가 평균적으로 결혼을 위해 들이는 돈은 웨딩 홀(식대 포함 1800만 원), 스드메(300만 원), 허니문(500만 원), 혼수(1200만 원) 등을 포함해 최소 3800만 원 이상이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서 공개한 지난해 20대 중후반(25~29세) 평균 연봉은 3464만 원, 실수령액은 월 254만 원이다. 결혼식과 부대 비용에만 평균 연봉의 절반 이상을 써야 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웨딩 물가가 잔뜩 오른 것도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해 웨딩 홀 식대는 20% 이상, 스드메는 10~20% 인상됐다. 기자가 선택한 웨딩 홀(대관료 600만 원, 식대 인당 6만~7만 원 선)도 3년 전엔 대관료 300만~400만 원, 식대 인당 5만 원 선이었다고 한다.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웨딩 산업 전반이 지난 3년간 많은 적자를 봤는데, 최근 높아진 수요로 이를 메꾸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 새 폭증한 식자재비와 인건비 그리고 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데 드는 초기비용이 웨딩플레이션의 원인”이라며 “최근 들어 높은 금액에 부담을 느끼는 예비부부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온라인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선 금전과 관련된 고민 글이 대부분이다. 한 글쓴이는 “한 달이라도 벌지 않으면 (결혼 준비에 쓴) 카드 빚을 못 갚는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부품처럼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썼다. 20년간 웨딩업에 종사한 정주희 웨딩 플래너는 “많은 예비부부가 금전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결혼도 결국 돈으로 하기 때문에 파혼 사유 대부분이 금전 문제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비용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한종희 다이렉트결혼준비 대표는 현실적인 할인 팁을 공유했다. 우선 웨딩 홀은 1, 2, 7, 8월 같은 비수기와 토요일 오후 4시 또는 일요일 등 비인기 시간대를 이용하면 대관료나 식대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공실이 임박한 잔여 타임의 할인율도 매우 커 웨딩 홀 홈페이지마다 올라온 잔여 타임을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스드메도 스튜디오 촬영 대신 셀프 세미 촬영으로 진행하거나 비인기 기간인 7~8월, 오전 10시를 예약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커뮤니티에 각종 후기를 써 포인트를 받아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대표는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포인트를 쌓아 활용하는 고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 플래너는 확실하게 돈 쓸 부분을 정해두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절약하거나 생략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부분별 예산을 조금씩 줄일 순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주변을 보면 남들은 다 풍족하게 예식을 올리고 나만 쪼들리는 것 같잖아요. 제가 봤을 땐 다 비슷한 상황이에요. 다른 부부와 비교하지 말고 두 사람에게 집중하세요.”

#예비부부 #결혼 #웨딩플레이션 #여성동아

사진제공 다이렉트결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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