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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drama

골라보는 재미, 3색 법정드라마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2. 07. 31

온 국민, 아니 세계인의 시선이 법정에 쏠렸다. 드라마 이야기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닥터 로이어’, ‘왜 오수재인가’까지. 브라운관을 점령한 세 편의 드라마가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울고 웃긴다. 

우리는 왜 법정물에 열광할까.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 받은 ‘비밀의 숲’,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비롯해, 뉴욕 로펌을 배경으로 초보 변호사의 성장기를 다룬 미드 ‘슈츠’(Suits), 경단녀로 살던 변호사의 부활을 그려낸 ‘굿 와이프’(TheGoodWife) 등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각국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올 여름, 시청자들은 또 한 번 법조물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세 편이 동시 방영되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중. 휴머니즘 드라마부터 서스펜스 복수극, 법정 로맨스까지 골라보는 재미를 한껏 느껴보자.

온 가족이 믿고 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외의 곳에서 잭팟이 터졌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주제로 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얘기다. 1회 시청률 0.9%로 시작했던 ‘우영우’는 입소문만으로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 6회의 분당 최고 시청률이 11.8%로 3주 만에 10배 가까운 시청률을 달성, 화제성 평가 역시 197%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ENA라는 신생 채널에서 방영되는 핸디캡을 고려하면 결과는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넷플릭스 공식 글로벌 Top10 주간차트(7월 첫째 주)에서도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기록 중인데 곧 유럽과 남미 넷플릭스에도 소개될 예정이라니 돌풍은 더욱 거세질 듯하다.

높은 IQ와 낮은 EQ를 지닌 변호사 우영우가 편견 없는 시선과 
적극적인 자세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프로페셔널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높은 IQ와 낮은 EQ를 지닌 변호사 우영우가 편견 없는 시선과 적극적인 자세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프로페셔널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이 드라마의 성공 비결은 착한 스토리에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변호사의 이미지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증상을 동시에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영우’에서는 이 공존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높은 IQ와 낮은 EQ를 지닌 변호사 우영우가 편견 없는 시선과 적극적인 자세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프로페셔널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영우가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 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라고 말한 3화의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우영우를 둘러싼 주변의 인물들은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첫 화에 우영우를 못마땅해 하던 선배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은 “보통 변호사에게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후 금세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고 사과한다. 영우가 장애로 인해 괴롭힘 받는 상황에서 대신 나서 상황을 정리하는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회전문 통과를 어려워하는 영우에게 손을 내밀고 좋아하는 김밥이 제공되는 날을 알려주는 동료 ‘최수연(하윤경)’의 행동은 우리가 친한 친구에게 보이는 모습과 별다르지 않다. 이런 장면에서 장애를 가진 사회구성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탄탄한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의 섬세한 연기도 탁월하다. 박은빈이 배역을 수락하는 데까지 1년이 걸렸다는 후일담이 있다. ‘어느 하나 거슬리지 않고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그녀를 믿고 기다린 제작진의 판단이 빛을 발한 셈이다.

병원과 법정 넘나드는 복수의 향연 ‘닥터 로이어’

의학드라마와 법정물은 각각 강력한 에피소드와 캐릭터로 사랑 받는다. 그런데 이 둘을 합쳤다면 금상첨화일까, 과유불급일까. 닥터 로이어의 주인공 한이한(소지섭)은 한때 천재의사로 불렸지만 조작된 수술로 가족과 연인, 커리어까지 모든 걸 빼앗긴 뒤 복수를 위해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모든 것을 줄 수도, 빼앗을 수도 있는 병원장에서 더 나아가 복지부장관까지 노리는 권력자 구진기(이경영)와는 질긴 악연으로 얽혀 있다. 약혼자 한이한에게 수술을 맡겼다가 동생과 약혼자를 모두 잃게 돼 사건 해결에 더욱 몰두하게 된 의료범죄전담부 검사 금석영(임수향)도 있다. 이 세 사람 사이에 로비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계 기업의 아시아본부장이자, 그 속을 알 수 없는 비즈니스맨 제이든 리(신성록)가 끼어들면서 이들의 무대는 병원과 법원을 넘어 국회와 언론까지로 확대된다.



닥터로이어는 개인의 이익을 쫓고자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강력한 에피소드로 몰입감을 높인다.

닥터로이어는 개인의 이익을 쫓고자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강력한 에피소드로 몰입감을 높인다.

등장인물의 면면이 강렬한 만큼 사건 역시 매운 맛과 짠 맛을 오가면서 강력하게 이어진다. 대리수술을 하는 셰도우 닥터를 붙여서라도 아들이 탄탄대로만을 걷게 하려는 아버지, 권력자와 관계를 위해 어린 환자의 가슴을 열고 심장을 꺼내는 의사, 지병이 있는 자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환자의 희생을 외면하는 간호사, 공매도를 통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지분을 확대하려는 기업인까지. 개인의 이익을 쫓고자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강력한 에피소드가 몰입감을 높이고 시선을 잡아끈다. 실제 SNS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건이 쉴 새 없이 이어져 눈을 떼기 어렵다” “복수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등의 시청후기가 쏟아진다.

인간성 회복 프로젝트 ‘왜 오수재인가’

시작 전부터 방영 초기까지 큰 관심을 모은 드라마. 성공을 위해 ‘독한 년’ 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변호사 오수재(서현진)가 매운맛을 넘어 마라맛으로 펼쳐낸 장면들이 SNS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선배 체면 지켜주는 거잖아” “도와 달라고 꿇어, 원하는 정치인생 얻지 못하고 종치던지 아니면 나한테 무릎 꿇던지” “나만큼 TK에 돈 많이 벌어 오신 분?” 등 오수재의 거침없는 발언이 조회수 100만회를 거뜬히 넘겼다. 고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굴지의 로펌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큰소리를 떵떵 치는 오수재의 ‘사이다’ 캐릭터가 주목도를 높인다.

고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굴지의 로펌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큰소리를 떵떵 치는 오수재의 ‘사이다’ 캐릭터가 주목도를 높인다.

고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굴지의 로펌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큰소리를 떵떵 치는 오수재의 ‘사이다’ 캐릭터가 주목도를 높인다.

오수재 역을 맡은 서현진의 열연이야말로 흥행 포인트. 탁월한 연기력은 물론, 정확한 발음과 대사처리로 ‘서현진 딕션’이라는 검색어가 SNS에 상위노출 되기도 했다. 오수재와 대립 각을 세우는 TK로펌의 회장 최태국(허준호)은 느린 말투와 여유 넘치는 표정 연기로 갈등을 증폭시킨다. 아쉬움 부분도 있다. 법정물인 만큼 사건 전개가 스토리의 큰 축을 담당하는데, 단서를 찾는 방식이나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이 살짝 허술하다는 평. 기획의도에 나타난 로맨스 라인 역시 분량도 적고 케미도 잘 살지 않아 극의 몰입감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시청자 게시판에 “로맨스 빼고 사건에 집중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기도. ‘서현진의, 서현진에 의한, 서현진에 의한 드라마’라는 평가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상한변호사우영우 #왜오수재인가 #여성동아

사진제공 ENA MBC SBS 사진출처 ENA 이상한변호사 우영우 SBS ‘왜 오수재인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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