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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archive

여성동아 700번째 에디션, 700개의 얼굴

글 김명희 기자

입력 2022.04.01 10:30:01

여성지의 표지는 그 시대 여성들이 지향하는 이미지다. 여성동아 700호 발간을 맞아 여성동아 표지화와 커버 모델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여성동아가 2022년 4월 통권 700호를 발간했다. 1933년 1월 ‘신가정’이란 제호로 탄생한 여성동아는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1936년 9월 일제에 의해 폐간됐다가 1967년 11월 현재의 이름으로 복간했다. 잡지의 표지는 해당 매체가 추구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다. 표지모델의 옷과 화장법, 얼굴 표정과 손짓을 통해 동시대의 여성들에게 말을 건다.

지혜롭고 교양 있는 여성상을 제시하다

인쇄매체가 귀하던 시절, ‘신가정’은 당시 여성들의 교양지였다. 동아일보 사장 송진우는 창간사에서 “혹 세상이 가정주부의 지위와 그 사회적 가치를 잘못 인식하여 남자에 대한 한 개의 종속적 존재로만 말하는 이가 있으나 그는 결코 그렇지 아니합니다. (중략) 한 가정이 새롭고 광명하고 정돈되고 기름지다고 하면 그것은 그 개인 그 가정만의 행복이 아니라 그대로 조선사회 조선 민족의 행복으로 볼 것입니다. 그렇거늘 어찌 주부의 지위와 그 가치를 예사로이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여성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정의 실제 문제와 그 상식, 자녀의 교육과 그 방법 등 가정주부의 필수 지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그 밖에도 각 방면의 상식을 구비케 하고자…”라며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여성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에 걸맞게 창간호에는 국제 정세를 알리는 기획을 비롯해 이태준의 소설, 피천득의 수필, 아동문학가 윤석중의 동시, 현제명의 음악 칼럼 등 당대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글을 실었다. 여성과 아이가 함께 등장하는 창간호와 테니스를 하는 여인이 모델로 등장하는 1933년 9월호 표지화에는 ‘신가정’이 지향하는 지혜롭고 건강한 여성상이 잘 드러난다. 이 두 작품과,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눈이 소복하게 쌓인 마을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1933년 12월 표지화는 모두 ‘한국화의 거장’이자 당시 동아일보 미술기자였던 청전 이상범의 작품이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전에는 ‘신가정’ 1936년 8월호와 9월호가 전시됐다. 해당 작품 표지는 이쾌대가 아내이자 뮤즈였던 유갑봉을 모델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시 자료에 “아내의 초상화에서 시작된 이쾌대의 여성 인물화는 차츰 조선의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변화하였다. 이후 이쾌대의 예술에서, 여성은 자신이 처한 운명을 극복해나아가는 강인한 민족의 모습을 나타내면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선보인 이쾌대 표지 ‘신가정’은 값진 고전과 근현대 문학 자료를 수집·보관해 온 현담문고가 소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담문고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934년 9월호와 12월호, 1935년 8월호를 제외한 ‘신가정’ 전 호의 원본을 디지털로 제공하고 있다. ‘천재 화가’로 불렸으나 월북으로 자료가 많지 않은 정현웅 화백의 작품도 여성동아 표지(1935년 11월호, 1936년 5월호)로 남아 있다.

천경자, 문학진 등 당대 화가들이 그려낸 여성

청전 이상범이 그린 ‘신가정’ 창간호와 이쾌대가 아내를 모델로 그린 1936년 9월호 표지.  1967년 복간 후 여성동아 표지는 천경자, 문학진 등 당대 유명 화가들이 그렸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청전 이상범이 그린 ‘신가정’ 창간호와 이쾌대가 아내를 모델로 그린 1936년 9월호 표지. 1967년 복간 후 여성동아 표지는 천경자, 문학진 등 당대 유명 화가들이 그렸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여성동아 표지화는 당대 저명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한국 여성들의 의지와 용기를 표상하는 여성상으로서 잡지의 독특한 품위를 보여주고 있다.” 1977년 대만 여성지 ‘부녀잡지(婦女雜誌)’는 여성동아를 한국에서 가장 수준 높고 발행 부수가 많은 여성지라고 소개하며, 특히 표지화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1967년 11월 복간 이후 여성동아의 표지는 천경자, 박항섭, 김기창, 문학진, 오승우, 김태 등 당시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장식했다. 복간호의 표지를 그린 전상수 화백은 작화자의 글을 통해 “표지는 책의 얼굴이다. 빈틈없는 사람보다 어딘가 여유가 있으면서도 예리한 지성적인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당시 표지화의 주인공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인 경우도 있었지만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일민미술관은 2000년 ‘광화문 139번지: 신문과 미술—1920〜2000’전을 개최해 여성동아 표지화 27점을 전시하고 ‘여성동아 표지모델 찾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리틀엔젤스 단장을 지낸 무용가 신순심 씨(박영성 화백이 그린 1971년 4월호), 김태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의 부인 정승희 씨(김태 화백이 그린 1974년 11월호) 등이 실제 모델로 확인됐다.

1981년 4월호부터 그림에서 사진으로 변경,
윤영실 · 황수정 ·김태희 등 톱스타 모델

여성동아 1981년 4월호 첫 인물 커버의 주인공 배우 윤영실. 배우 이보희. 신인배우 시절 여성동아 커버를 장식한 김태희(왼쪽부터).

여성동아 1981년 4월호 첫 인물 커버의 주인공 배우 윤영실. 배우 이보희. 신인배우 시절 여성동아 커버를 장식한 김태희(왼쪽부터).

복간 이래 줄곧 그림 표지를 이어오던 여성동아는 1981년 4월호부터 사진으로 표지를 바꾼다. 마지막 표지화를 그린 인물은 서양화가 김숙진 화백이고, 여성동아의 첫 번째 커버 모델은 배우 윤영실이다. 여성동아는 서구적인 미모의 윤영실을 발탁해 얼굴을 클로즈업한 파격적인 사진을 표지로 게재했다. 표지를 그림에서 사진으로 변경한 건 1980년대 초반부터 컬러 TV 보급과 함께 급속하게 성장한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당시 여성동아는 편집수첩을 통해 “그림에서 사진으로 표지를 바꾸는 것은 일대 혁신입니다. 그림은 엄격하고 품격을 지닙니다. 그런 중압감이 내용에도 영향을 끼쳐서 딱딱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사진 표지는 거기에서 벗어나는 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라이징 스타였던 윤영실은 안타깝게도 1986년 실종돼 아직 생사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1980~2000년대 여성동아 표지는 최신 트렌드를 장착한 톱스타들의 활동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표지에 단골로 등장한 배우 이보희, 나영희, 이경진 등은 지금도 안방극장을 주름잡고 있다. 배우 고(故) 장진영(1998년 11월호), 황수정(1998년 12월호), 박상아(1999년 1월호), 고(故) 이은주(2000년 5월호) 등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나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스타들도 여성동아 표지에는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2000년 데뷔한 배우 김태희는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인 2002년 5월 여성동아 표지를 장식했다.

국내 미녀 스타가 주를 이루던 표지모델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 면면이 다양해지고, 사진도 얼굴 클로즈업 중심에서 상반신 혹은 몸 전체의 실루엣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여성동아 최초 남자 커버 모델은 보이 그룹 BIA4(2017년 4월호)다. 특히 이 표지는 촬영 현장을 SNS 라이브로 팬들과 공유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여성동아에 가장 많이 등장한 남자 표지모델은 배우 이서진(2017년 11월호, 2018년 11월호, 2019년 11월호)이며 김종국(2018년 7월호), 스페인 출신 방송인 장민(2018년 9월호), 가수 헨리(2020년 12월호), 배우 하석진(2021년 7월호), 그리고 가장 최근 보이 그룹 위아이 멤버 김요한(2022년 3월호)이 이름을 올렸다.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여성동아 첫 남자 모델 B1A4,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함연지(왼쪽부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여성동아 첫 남자 모델 B1A4,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함연지(왼쪽부터).

이색 모델을 꼽자면 2014년 9월호 커버를 장식한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팰트로를 빼놓을 수 없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그녀는 “커버로 사용하는 사진을 보정하지 말아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인위적인 얼굴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4년 12월호 표지의 주인공은 호주 출신 모델 미란다 커다. 그녀는 레드 컬러 실크 드레스를 착용하고 고혹적인 포즈로 표지를 촬영, 세계적인 모델다운 포스를 드러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딸이자 배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함연지(2020년 7월호) 씨는 촬영 현장이 즐거웠던 모델로 스태프에게 기억된다. 그녀는 여성동아 표지 작업 후 “가문의 영광이다. 창의력 넘치는 분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매우 새로웠다. 컷마다 그 분위기에 맞는 영화를 상상하며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려고 했고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동아 700개의 표지는 대한민국 여성과 함께 아름답고 성숙해지기 위해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이다. 앞으로도 여성동아는 동시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700호 #신가정 #잡지표지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동아DB 
사진제공 현담문고



여성동아 2022년 4월 7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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