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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tory

각 집, 유유자적, 걷기… 홍혜걸·여에스더 부부 마음의 평화 찾는 법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12.31 10:30:01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건강을 지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홍혜걸·여에스더 부부가 새해를 맞아 건강관리 비결과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전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아쉬웠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 소망을 기원한다. 새해 소망 1순위로 꼽히는 건 단연 ‘건강’. 각자의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자신과 가족들이 무탈하게, 건강한 한 해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그러나 건강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금연, 금주,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번번이 좌절되기 일쑤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새해를 맞이하던 마음은 흐릿해지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나쁜 생활 습관을 되풀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부부 의사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혜걸(55)·여에스더(57) 부부는 “건강을 위한 노력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이들 부부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얻었다. 홍 박사는 최초의 의학 전문 기자로 활발히 활동해왔고 여 박사는 현재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이들은 약 9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의학채널 비온뒤’를 운영하며 사람들과 의학 지식을 나누고 있다.

홍 박사는 2021년 6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간유리음영(선암의 전 단계로, 폐포의 간질에만 자라는 것) 진단을 받았다고 공개해 주목받았고, 여 박사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뇌동맥류(뇌혈관의 내측을 이루고 있는 내탄력층과 중막이 손상되고 결손되면서 혈관벽이 부풀어올라 새로운 혈관 내 공간을 형성하는 것)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자신들의 질병 경험을 본보기로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홍 박사는 요양차 2020년 여름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는 간유리음영을 공개하며 쓴 글에서 “제주도로 내려간 이유는 수술 대신 올바른 섭생과 마음의 평화로 병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고 털어놨다. 홍 박사는 “면역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며 올바른 섭생을 면역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운동 열심히 하고, 몸에 나쁜 걸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섭생”이라고 설명하며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냥 즐겁게 살자’ ‘감사하고 행복하고 조심하자’는 마음의 자세를 권했다.



홍 박사가 제주도로 내려간 이후부터 부부는 지금까지 ‘각 집’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여 박사는 “각 집이 ‘우호적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둘 사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각 집 생활 이후론 홍 박사가 서울로 오거나 여 박사가 제주도로 내려가 두 달에 한 번쯤 보면서 살고 있다고. 2021년 12월 홍혜걸·여에스더 부부를 그들의 서울 집에서 만났다. 둘은 자신들의 경험을 담담히 털어놓으면서 새해 건강관리 비결로 ‘리얼 커넥션(Real Connection, 진정한 관계)’과 ‘마음의 평화’를 강조했다.


병을 알고 나서 깨달은 것들

2021년 6월 페이스북을 통해 간유리음영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해 화제가 됐어요.

홍혜걸(이하 홍) 당시 고(故) 유상철 전 축구 감독이 췌장암으로 사망한 직후라 암이란 병이 무엇이고 간유리음영은 무엇인지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인데, 동정심을 사보려는 ‘관종(관심 종자)’으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욕을 엄청 먹었죠(웃음).

당시 여 박사님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남편은 폐암이 아니다”라고 정정 방송을 하셨는데.

여에스더(이하 여)
그때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남편이 SNS로 구설수에 오른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남편의 글은 의도는 좋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혜걸 씨가 폐암에 걸렸다고 충분히 오해할 만했어요. 그날 예정된 유튜브 방송 주제가 따로 있었는데 정정 방송부터 했죠. 이게 웬일이에요. 부부가 서로 한쪽은 폐암이라고 했다가 한쪽은 3시간 만에 아니라고 했다가….

사람들이 오해할 만한 부분도 있는데 제가 좀 경솔한 면이 있었어요.

간유리음영 예후는 어떤가요.

이게 참 복잡해요. 설명을 좀 드릴게요. 중년 이후에 폐 CT를 찍으면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결절’이라는 단단한 덩어리예요. 하얗지도 까맣지도 않고 회색의 불투명한 형체가 간유리음영이고요. 이건 조직검사를 하면 90% 이상 선암이라고 하는 폐암 세포가 발견돼요. 그래서 흉부외과 의사들이 겁을 주거든요. 폐를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경험이 많은 제 주치의(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분과 교수)는 크기가 아주 크지 않고 CT에서 하얀색으로 나타나는 고형화(Consolidation) 현상이 보이지 않으니 지켜보자고 했어요. 고형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암세포들이 뭉친다는 뜻인데, 이건 안 좋은 징후예요. 곧 암세포가 옆 조직으로 침투하고 혈액을 따라 퍼진다는 뜻이니까요. 고형화 현상이 나타나고 암세포가 확산되면 흔히 말하는 ‘임상적인 암’이고, 이렇게 되기 전까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겁먹어서 폐를 함부로 떼어낼 게 아니라요. 암으로 발전하지 않고 간유리음영 상태로 5년, 10년, 평생 가는 사람도 있어요. 저도 이 상태로 3년째 유지 중인데, 처음엔 저에게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떼어내자고 했어요. 하지만 그랬으면 후회했겠죠. 제 경우는 폐 중심부에 간유리음영이 있어서 폐를 다 떼어내야 하거든요. 잘 먹고, 잘 쉬면서 면역력을 증가시켜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에요. 간유리음영이 있다고 밝힌 이유 중에는 제가 저와 같은 진단을 받은 분들에게 수술 없이도 간유리음영을 극복한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뇌동맥류는 어떤 질병인가요.

노화로 인한 일종의 퇴행성 질환이에요. 혈관 일부가 약해서 불룩 올라오는 거죠. 6~7mm 이상이 돼서 터지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15%는 사망하고 30~40%는 장애가 남아요. 회복하는 사람의 비율이 30~40%가 안 되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앓았던 질병이죠.

제거 시술도 고려했었는데, 제가 혈관이 약한 편이라 시술 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포기했어요. 대신 혈관 건강에 좋은 건 다 하고 있어요. 관리하고 노력하면 병도 조절하면서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진 않았어요. 건강기능식품 기업 대표로 있는데, 부부 모두 아프다고 하면 좋을 게 없잖아요.

사람들이 “한 사람은 간유리음영이 있고 한 사람은 뇌동맥류가 있다고 하고, 무슨 관종이냐”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두 분 모두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을 듯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어마어마하게 달라졌죠. 강아지를 입양했고, 제주도로 내려갔고… 일도 많이 내려놓고 아주 소박하게 살고 있어요.

전 사실 뇌동맥류를 진단받고 우울증이 심해졌었어요. 솔직한 마음으론 그냥 이게 터져서 깨끗하게, 아무에게도 폐 끼치지 않고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사생관(死生觀)을 정하기도 했죠. 지금 저희가 웃고는 있지만 뇌동맥류나 간유리음영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거든요. 설령 비극적인 상황이 온다 해도 반려자 덕분에 아주 행복하고, 감사하며 죽는다는 믿음을 갖는 거죠.

또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는 사람한테 쓰는 게 아니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진정 소중한 지인과 귀한 시간을 갖자는 생각을 해요.

인간관계 가지치기를 많이 했어요. 휴대전화 번호도 바꿨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리얼 커넥션이 정말 중요해요.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잘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지금 당장

현재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간유리음영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글에선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썼는데.

전 제주도에 내려가서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어요. 젊었을 때는 예쁜 여자, 화려한 술집, 맛있는 음식, 좋은 차 등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출세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얻고 싶은 걸 어느 정도 얻었다 생각한 시기도 있었지만 이젠 그런 게 부질없게 느껴져요. 반면 자연은 소유할 필요가 없어요. 요즘 제주도에 호화로운 빌라가 많이 생기던데 다 높은 담을 쌓아놨더라고요. 그러면 무슨 소용이에요. 오히려 운동화 신고 올레길 걷는 사람들이 제주도를 소유한 ‘위너’인 거예요. 그래서 요즘 저도 장비를 사서 캠핑을 다녀요. 캠핑을 하면 자연이 다 내 것이 되거든요.

맞는 말이긴 한데, 앞뒤가 안 맞아요. 저보다 돈을 더 많이 쓰거든요(웃음). 전 제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기로 했어요. 전 남편과 좀 떨어져 있는 게 좋아요. 남편은 목소리가 좋아요. 통화를 하면 찡그린 표정은 안 보이고 멋진 목소리만 들리거든요. 그래서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서울과 제주에 떨어져 살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매일 자기 전 1시간 가까이 통화해요.

각 집을 쓰면 좋은 점이 있나요. 다른 부부들에게도 추천할 만한지.

갱년기 부부에겐 각방을 추천해요. 잠자는 패턴이 다르거든요. 저희의 경우 제가 불면증이 있는데, 같이 자면 남편은 제가 깰까 봐 화장실도 못 가요.
홍 꼭 각 집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공간을 갖는 건 정말 도움이 돼요. 갱년기가 되면 뇌가 늙습니다.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져서 화도 잘 내고 원래의 모습과 다른 성향이 나타나요. 이건 노인정신의학 전문가들이 일관적으로 하는 말이에요. 각 집, 각방을 쓴다고 애정이 깨지느냐?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돈독해지죠. 부부는 항상 붙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적어도 갱년기에는 틀린 말이에요.

물론 부부가 서로 친밀감을 유지한다는 전제로요. 

보통 건강을 위해선 금연, 금주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하죠. 그런데 실제 삶 속에선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요.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잠들기 15시간 전에 햇볕을 쬐세요. 예컨대 밤 12시에 잘 거라면 오전 9시에 햇볕을 받는 거죠. 그러면 잘 때 멜라토닌이 분비돼 숙면을 취할 수 있어요. 걷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그리고 걷다가 2~3분만 계단을 빠르게 오르는 등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운동을 해주면 사이토카인(Cytokine,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 조절제)이 나와서 그날 생긴 암세포를 죽여요. 이걸 ‘사이토카인 샤워’라고 해요.

격렬한 운동으로 몸의 신진대사가 빨라지면서 늙고 병든 세포를 백혈구가 죽이는 거죠. 등산하고 나면 온몸이 뻐근하잖아요. 이것도 일종의 사이토카인 샤워죠. 정리하자면, 걷는 걸 기본으로 하되 중간중간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하시면 돼요. 또 저는 뭐든 좋으니 자신을 가장 행복해지게 만드는 한 가지를 마련하시길 권장해요. 요즘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내가 아무리 시름이 많고 짜증 나도 이걸 할 때만큼은 행복한 뭔가가 있어야 해요. 바둑, 게임, 음악 감상 등 사람마다 다르겠죠. 이런 것들을 즐길수록 몸의 염증은 줄어들고 면역력은 증가해요. 건강의 최대 비결은 ‘마음의 평화’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몸이 상해요.

‘건강 전도사’인 두 분이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걸 보면서 ‘관리를 잘해도 병을 피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듯해요.


운명처럼 주어지는 병도 있죠. 예컨대 암의 50~60%가 그래요. 나머지 약 40%가 좋지 않은 생활 습관 때문에 생겨나고요.

관리는 분명 의미가 있어요. 절반 정도는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금연, 금주를 하고 살을 빼야 해요. 20세기만 해도 제일 큰 발암원이 담배였는데, 이젠 비만과 술의 영향이 더 커졌어요.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죠. 건강검진 꼼꼼히 하고 예방도 하되, 병은 하늘에 달렸다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게 좋아요.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다짐하곤 해요. 사람들이 이때 꼭 유념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슈퍼맨이 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면 주름도 생기고, 더 피곤하고, 허리 아픈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미디어가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마치 큰일 나는 것처럼 겁을 줘요. 슈퍼맨을 건강한 사람으로 포장하면 안 돼요.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어요. 저도 검사를 받으면 위에서 장상피화생(위 내에 염증반응이 오래 지속되면서 위 점막이 장의 점막과 유사하게 변형된 것)이 발견돼요. 이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암에 걸리지 않을까 겁을 먹어요. 하지만 걸리지 않을 확률이 훨씬 더 높고, 노화의 한 과정일 뿐이에요. 노화를 수용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건강해져요. 운동화 좋은 것 사서 신고 산에 다니고, 사진도 찍으면서 유유자적하세요. 크게 돈 들지 않으면서 정말 행복해져요.

건강을 위한 노력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지금 나이가 60, 70, 80대여도 절식을 한다거나 좋은 채소를 먹는 등 건강에 이로운 행동을 하면 1년쯤 뒤엔 장수 유전자가 발현돼요.

이 말은 지금 당장 해도 효과가 있다는 뜻이에요. ‘내가 지금까지 몸에 나쁜 것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안 그런다고 좋아져?’ 이게 아니에요. 아무리 막 살았어도 지금 하면 효과가 있어요. 이걸 ‘역치의 법칙’이라고 해요. 예컨대 물은 99℃에선 안 끓다가 100℃가 되면 끓잖아요. 이것처럼 담배 10만 개비를 피우면 폐암이 발생하는 사람이 9만9천9백99개비에서 멈추면 폐암에 안 걸릴 수도 있는 거예요. 좋은 건 당장 하고 나쁜 건 지금 바로 멈추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홍태식 



여성동아 2022년 1월 6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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