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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column

몽클레르가 명품이 된 비결

#Italian Do It Better

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21. 12. 31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업한 몽클레르 지니어스 쇼.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업한 몽클레르 지니어스 쇼.

패션의 세계는 냉정해서 반드시 투입한 자금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최고의 모델을 기용해 엄청난 규모의 컬렉션을 선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대박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회수 불가능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와 다양한 시도, 신선한 공동 작업을 통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명품 반열에 오른 브랜드가 있다. 바로 몽클레르(Moncler)다. 몽클레르는 겨울이라는 특정 시즌에 한정된 브랜드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길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빌딩 사이로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을 맞닥뜨릴 때면, 뉴욕의 겨울을 실감하게 된다. 이 혹독한 추위에 맞서 따뜻함과 스타일리시함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브랜드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흔치 않은 브랜드 중의 하나로 몽클레르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한때 ‘패딩계의 샤넬’로 불렸던 몽클레르. 하지만 이제는 샤넬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스스로 당당한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겨울이 연상되는 브랜드 중에서, 세계적인 대도시의 명품이 즐비한 거리에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명품들로 가득한 백화점에는 어김없이 입점돼 있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몽클레르의 역사는 1952년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방한용 텐트와 침낭을 만들던 회사였는데 2003년 이탈리아 기업가 레모 루피니가 인수하면서 이탈리아 브랜드로 변모했다. 가수 마돈나가 ‘Papa Don’t Preach’ 뮤직비디오에 사용한 이후 돌체앤가바나에서 티셔츠로 발매하기까지 했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참 잘해(Italian Do It Better)’라는 슬로건에 딱 맞게, 이탈리아 사람인 레모 루피니가 인수한 이후부터 몽클레르는 겨울이라는 계절의 한계를 넘어선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몽클레르가 패션계에서 명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수백만원대의 고가 제품이라서가 아니다. 자칫하면 천편일률적일 수 있는 방한용 의류에 새로운 소재를 과감히 사용하고 고가의 충전재를 아끼지 않으며, 거기에 유니크한 디자인을 더하면서 끊임없이 진화시킨 결과이다. 단순한 패딩 점퍼의 공정을 넘어서 엄청난 디테일이 요구되는 제조 과정과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과의 지속적인 컬래버레이션은 이제 몽클레르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레모 루피니가 인수한 초반의 몽클레르는 ‘Made in Italy’를 앞세운 패션성과 이를 겸비한 고가의 방한용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대신 다른 방한용 브랜드가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외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적극 시도했다. 2008년 지암바티스타발리를 시작으로 톰브라운, 준야 와타나베의 꼼데가르송, 사카이 등 재능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것이다. 몽클레르는 자기 브랜드 이름 뒤에 디자이너 혹은 타 브랜드의 이니셜을 붙인 비즈빔(Visvim)의 몽클레르 V, 디자이너 크레이그 그린의 몽클레르 C, 그리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를 의미하는 몽클레르 O 등 끊임없는 협업을 이어가며 ‘컬래버레이션 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협업 통해 브랜드 가치 높이고 지속 가능성 위해 끊임없이 혁신

몽클레르의 다양한 협업 시리즈. 1 몽클레르×딩윤 장. 2 몽클레르×호카. 3 몽클레르×오프화이트.

몽클레르의 다양한 협업 시리즈. 1 몽클레르×딩윤 장. 2 몽클레르×호카. 3 몽클레르×오프화이트.

2018년까지 브랜드별로 진행된 몽클레르의 컬래버레이션은, 그해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집대성되었다. ‘하나의 하우스, 다양한 목소리(One House, Different Voices)’라는 슬로건 아래, 각기 다른 브랜드를 이끄는 8명의 디자이너들이 몽클레르라는 하나의 브랜드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여기에는 발렌티노의 디자이너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를 필두로 시몬 로샤, 프래그먼트의 후지와라 히로시, 그리고 로에베의 디자이너 J. W. 앤더슨과 최근 지방시 디자이너가 된 1017 ALYX 9SM의 매튜 윌리엄스 등이 참여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몽클레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젠틀몬스터와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가 안경테에 LCD 화면이 장착된 아이웨어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장르와 경계를 넘어선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캐나다구스를 비롯해 에르노, 노비스, 무스너클 그리고 몽클레르를 명품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스태프들이 독립해서 만든 이탈리아 다운 점퍼 전문 브랜드 듀베티카 등 많은 방한용 브랜드들이 몽클레르의 뒤를 이어 명품 브랜드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았지만, 아직 어느 브랜드 하나도 몽클레르만큼의 위치에 올라서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몽클레르는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을 최대한 줄이는 혁신적인 소재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식물 성분 원단으로 제작한 탄소중립 방한 의류를 발매하기도 했다. 2020년 10월에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 행동, 순환성, 공정한 자재 조달, 다양성, 지역사회로 환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 ‘본 투 프로텍트(Born To Protect)’ 계획을 발표하며 브랜드가 나아갈 바를 명확히 했다. 또한 같은 해 12월에는 스톤아일랜드(Stone Island)를 인수하면서 기능적인 의류와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발전해나갈 것을 발표, 브랜드 역사의 또 다른 장을 열었다.

몽클레르의 사례를 보면, 브랜드를 글로벌 마켓에서 어떻게 명품의 경지로 올릴 수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동계올림픽 선수단을 후원하던 스키복과 방한복 브랜드에서 세계적인 명품 거리에 당당히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몽클레르가 던진 승부수는 바로 이것이다. ‘명품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여타 명품 브랜드 이상의 투자를 실행할 것.’ 이런 몽클레르의 과감하면서도 유니크한 행보는, 어쩌면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세대들을 겨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곧 새로운 세대에게 몽클레르는 그저 패딩 재킷이 멋진 명품 브랜드 중의 하나로 여겨지게 될지도….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 최전선의 마케팅 인사이트를 담은 저서 ‘프레시니스 코드’(리더스북)을 펴냈다.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몽클레르 젠틀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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