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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당뇨병 걱정되면 당장 영양제부터 손절하세요”

이원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정세영 기자

2025. 07. 16

한때 ‘어르신 병’이던 당뇨병이 젊은 층을 위협하고 있다. 당뇨병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합병증이 생명까지 위협해 더욱 주의를 요하는 상황. 당뇨 명의 이원영 교수를 만나 3040 당뇨병의 위험성과 해결책에 대해 물었다.

“당 떨어져서 충전하러 가야겠어요.” 최근 단 음식만 찾아 먹는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탕후루, 젤리 등 다양한 종류를 다루는 이들은 “밥 대신 디저트”를 외치며 스스로를 당 중독자라고 칭한다. 초콜릿 먹방을 선보이는 한 유튜버는 “초콜릿을 하루도 먹지 않으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고 말할 정도다. 

당 충전 디저트인 초콜릿, 탕후루, 젤리 등은 먹을 땐 짜릿하지만 몸에는 악영향을 주는 대표 음식이다. 이를 섭취하면 혈당 지수가 급격히 치솟는 일명 ‘혈당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 혈당이 높아지면 우리 몸은 높아진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췌장에 보낸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호르몬 생성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이 발병하게 된다. 

당뇨병은 1형 당뇨와 2형 당뇨로 나뉜다.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인슐린 분비에 장애가 생겨 혈당이 올라가는 2형 당뇨에는 임신당뇨병 등이 포함된다. 한국인 대부분은 2형 당뇨병을 겪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600만 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제당뇨연맹(IDF)은 당뇨병으로 인해 2021년 67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연구진은 30년 후에는 세계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의 당뇨병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해 기준 국내 19~39세 당뇨병 환자는 약 30만8000명에 달하며 그중 20대가 약 8만 명, 30대가 약 22만8000명이라고 밝혔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20대 당뇨병 환자 수는 최근 10년간 2.2배나 늘었고, 30대 유병률은 25% 넘게 증가한 수치였다. 더 놀라운 건 당뇨병 전 단계(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될 고위험군) 인구가 무려 303만 명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거의 국가적 경고 수준이나 다름없다. 이원영 교수는 “젊을 때 당뇨병에 걸리면 매우 오랜 시간 관리해야 하며, 합병증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당뇨병 합병증은 발을 절단하거나 실명하는 등 매우 치명적”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장이자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원영 교수는 강북삼성병원 내과 과장 및 당뇨전문센터장을 맡고 있다. 2023년 대한당뇨병학회 설원학술상, 2019년 강북삼성병원 핵심가치실천상, 2016년 대한내분비학회 남곡학술상, 2014년 대한내분비학회 연구본상, 2011년 대한당뇨병학회 젊은 연구자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학술상과 연구비를 받으며 학문적 기여를 이어가는 당뇨계의 명의다. 

환자 절반은 본인이 당뇨병인 줄 모른다고요. 

맞아요. 당뇨를 진단할 수 있는 건강검진을 안 받는 이들도 많고, 건강검진 통지서에 ‘당뇨전문병원을 찾으라’는 문구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흔하거든요.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에게 “왜 일찍 병원에 오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아직 젊으니 치료를 미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직장, 학업 등으로 병원 가는 것이 눈치 보였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사이 병은 점점 더 악화하고요. 당뇨병 관리 현황 지표 산출에 따르면 19~39세 청년층의 당뇨병 인지율은 43.3%, 치료율은 34.6%, 그리고 혈당 조절률은 고작 29.6%에 불과해요. 특히 20대는 더 심각합니다. 인지율 27.1%, 치료율은 16.5% 정도거든요. 당뇨병을 그냥 방치시키는 거죠. 

젊은 층에서 당뇨병이 증가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소아, 청소년 시기부터 시작된 비만이 성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또 유튜브 먹방, “당 떨어졌네” 등의 유행어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력이 없을 때마다 단 음식을 먹게 되면 고칼로리가 한꺼번에 체내에 투입되면서 혈당이 순간적으로 상승하거든요. 높은 혈당은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하는데, 이때 췌장에 부하가 걸립니다. 또 가족력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 능력이 약한데 폭식을 하면 췌장의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당뇨병이 발현될 수 있습니다. 

 당뇨 위험의 노출도는 젊은 층보다 고령이 더 크지 않나요.   

아니요. 젊은 층이 더 위험합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이 더 높거든요. 약 630만 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연령별 당뇨 위험성에 대해 분석했더니 당뇨병을 앓는 젊은 층의 총사망률이 같은 연령대의 비당뇨병 성인보다 더 높았어요. 이런 결과는 고령보다 젊은 층에서 더 두드러졌고요. 이에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선별검사 시작 연령을 기존 40세 이상에서 35세 이상으로 낮췄습니다. 젊은 층의 조기 진단을 위한 방안이죠. 만약 비만, 유전력 등이 있다면 19세부터 선별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연령별로 치료법이 다른가요.

모든 연령의 치료법은 같지만 젊은 고도비만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합니다. 젊은 층 대부분의 당뇨병 근본 원인은 ‘비만’이거든요. 비만대사수술은 비만 환자들의 체중 감량과 대사질환 개선을 위한 수술이에요. 위의 크기를 줄이고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우회시켜 소화, 흡수 과정을 변화시키는 방식이죠. 이는 과식을 방지하고 대사 효율을 조정하는 효과가 있어요. 또 2형 당뇨와 혈당 및 심혈관 건강 개선 등에 큰 도움이 되고요. 2형 젊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통해 혈당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사례도 많습니다. 

똑같이 살쪄도 남성이 여성보다 당뇨병에 더 취약

당뇨병 유병률은 성별에도 차이가 있나요.

2023년 당뇨병 유병률은 여성 6.9%대, 남성은 12%대였어요. 남성이 약 2배 가까이 높죠.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를 분석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당뇨병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2014년에도 여성 당뇨병 유병률은 7.5%였지만, 남성은 11%로 더 높았거든요. 이런 결과를 초래한 주요 원인은 비만이에요. 잦은 음주와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한국 남성들은 지속해서 살이 찌고 있습니다. 남성 비만율은 2014년 37.8%에서 2023년 45.6%로 증가했어요. 한국 남성의 절반가량이 비만인 셈이죠. 따라서 남성들은 평소 표준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해요. 가장 쉬운 방법은 음주와 외식을 줄이고 과당, 지방 섭취에 주의하는 것이고요. 운동도 필수입니다. 

저체중일수록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더 낮은 건가요.

꼭 그렇진 않아요. 당뇨병 환자 중에 저체중에 속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사실 한국인들은 당뇨병에 취약해요. 그 이유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부분이 췌장의 크기가 작은 것을 주원인으로 꼽습니다. 사실 췌장의 크기가 당뇨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단언할 순 없어요. 하지만 췌장이 작으면 인슐린 분비량이 줄면서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같은 체중과 체질량지수(BMI)를 가진 서양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따라서 당뇨병의 원인을 꼭 체중에만 국한할 순 없는 거죠.

마른 당뇨병 환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심장의 기능 저하로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생기는 심부전이요. 지난해, 2009~2012년 사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검진을 실시한 약 1260만 명의 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체질량지수와 심부전 발생 위험도를 추적 관찰했어요. 그 결과 저체중이 지속된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 발생 위험도가 61%로 가장 높았죠. 이는 2형 당뇨 환자에게서 저체중이 오랜 기간 계속될수록 심부전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원인은 영양결핍 또는 대사장애로 근육 및 지방 손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체내 염증 반응이 진행되는 데서 기인한다고 추측돼요. 마른 당뇨병 환자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건강한 식사와 운동은 물론, 내과적 치료를 통해 심부전 발생을 예방해야 합니다. 

당뇨병을 제때 치료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요.

합병증 때문이죠. 오랫동안 혈당 관리를 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오면서 결국 사망하는 예도 있습니다.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은 실명이에요. 흔하진 않지만 가장 위험한 현상이죠. 또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의 원인인 대동맥, 관상동맥, 뇌혈관 등 큰 혈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당뇨병을 앓으면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2~3배 더 높고요.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질환이에요. 하지만 혈당이 올라도 즉각적인 고통이나 신체 변화가 없어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이들이 많아요. 당뇨병은 진단 초기부터 철저하게 관리해야 예후가 개선됩니다. 당장 증상이 없다고 혈당 관리를 간과해서는 안 돼요. 

부모가 당뇨를 앓고 있는 가정의 경우 아이도 특별 관리가 필요할까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당뇨병에 노출돼 있다면 아이도 어렸을 때부터 관리를 해줘야 해요. 당뇨는 유전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거든요. 당뇨병에 걸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당뇨병에 노출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당뇨병 관리의 핵심은 식단이에요. 아이 역시 과당 음료나 단 음식을 자제하고, 성장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죠. 동시에 운동도 꾸준히 하며 비만을 예방해야 하고요.

임신 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임신성 당뇨는 보통 산전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데,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면서 발생해요. 이로 인해 혈당이 상승하며 임신성 당뇨에 노출되죠. 임신성 당뇨는 통계상으로 임신 전에 체중이 많이 나간 분들에게 잘 생깁니다. 따라서 임신 계획이 있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미리 몸무게를 조절하는 것이 좋아요. 만약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탄수화물을 제한한 식단을 유지하며 20~30분 정도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좋고요.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인슐린을 투여해야 합니다.

 인슐린이 태아에게 영향을 주진 않나요. 

인슐린은 태반을 통과하지 않아 아기에게는 영향이 없습니다. 간혹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인슐린 투여를 거부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는 결코 잘못된 판단입니다. 임신성 당뇨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 기형, 거대아, 신생아 저혈당 및 호흡곤란증후군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심할 경우는 자궁 내 태아 사망에 이를 수도 있고요. 임산부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치료받아야 합니다. 

“유튜브, 영양제를 맹신하지 마세요”

약을 먹지 않고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이겨내겠다는 젊은 층도 있습니다. 실제 가능한 일인가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의사들도 웬만하면 약 처방을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식단과 운동을 권하고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약을 쓰죠. 만약 약 처방을 받았다면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거예요. 일부는 약물 복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처방한 약을 먹지 않는 일도 있어요. 또 의사보다 관련 유튜브 채널을 맹신하는 환자들도 있고요. 이는 정말 잘못된 생각이에요. 환자의 상태와 약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의사와 약사입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일단 의사를 믿고 따라야 해요. 이를 무시하면 추후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진과 치료를 실시해야 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요. 

연속혈당측정기는 손가락 채혈 없이 감지기를 피부에 부착하는 소형 패치 형태의 의료기기예요. 수분 간격으로 당 농도를 측정하고 혈당 수치를 추정해 스마트폰 앱에 전송하죠. 이를 통해 사용자는 섭취한 음식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영양 및 운동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당뇨병 환자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슐린을 맞으면서 혈당 조절이 안 되거나 자주 저혈당에 노출되는 분들에게 유익하죠. 자신의 혈당 수치를 자주 들여다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되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습관까지 개선할 수 있거든요. 혈당 조절이 잘되는 편이라면 굳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어요.  

 요즘은 당뇨병과 관련된 영양제도 많이 출시되고 있어요. 실제 도움이 될까요.

영양제는 안 드셔도 됩니다. 비싼 돈을 내고 영양제를 구매하는 것보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으로 당뇨병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어요. 건강기능식품은 효과가 아주 미미해요. 함유된 성분도 명확하지 않고, 그 효과가 뚜렷하게 증명되지도 않았습니다. 영양제 과다 복용으로 오히려 간 수치가 높아져 고생하는 분들도 여럿 봤고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80세 이상은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영양을 섭취해도 좋지만, 그 외의 경우는 굳이 영양제를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뇨병 환자가 주기적으로 받아야 할 검진은 뭔가요.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 건강 관련 검진은 매년 받았으면 해요. 정서적 요인은 당뇨 관리 능력 및 임상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든요. 간 기능과 골밀도검사도 연 1회 추천합니다. 비만하거나 다른 심혈관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 간경화로 진행될 빈도수가 높거든요. 골밀도검사의 경우 일반인과 당뇨병환자의 골밀도검사 권고 기준은 동일하나, 당뇨병이 동반되면 골절의 위험도가 더 증가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당뇨병을 10년 이상 겪고 있거나 인슐린 약제 사용, 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스테로이드 사용자는 더 주의가 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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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해윤 기자 자료제공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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