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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column

아이의 꿈과 롤 모델

이성배 아나운서

입력 2021.07.08 10:30:01

요즘엔 주변에서 ‘아나운서’보다 ‘PD’로 불리는 일이 많다. MBC에서 ‘마녀들’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CP(Chief Producer)를 맡고 있다 보니, 미팅을 하면 “이 PD님!” 또는 “이 CP님!”으로 부른다. 처음엔 어색해서 “그냥 아나운서라고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어느덧 자연스러워져서 편하게 “네네~”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사실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나에게 있어서 그렇게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보았던 ‘비디오 키즈’이자 TV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학생이었다. 대입을 앞두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했고, 군 입대 직전까지 케이블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유망한 연출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제대하고 나서야 중학교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아나운서에 ‘올인’해 도전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아나운서 시절 쌓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지금은 콘텐츠 제작자이자 방송국에서 CP를 하고 있다.

아들 헌이도 요즘 내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한번은 아침에 내가 누워 있는 침대 속으로 들어와서 갑작스레 질문을 던져 당황한 적이 있다.

헌이 : 아빠는 원래 꿈이 아나운서였어요?
나 : 응? 그렇지!
헌이 : 저만큼 어릴 때도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어요?
나 : 그랬던 것 같아. 헌이도 이제 꿈이 생겼어요?
헌이 :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꿈’과 ‘롤 모델’에 대한 숙제를 내주어서 여쭤봤어요.

롤 모델의 사전적 정의는 ‘역할 모델, 배울 게 있는 사람’이다. 학부모 대체 강의를 가서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명확한 목표나 꿈에 대해서 대답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장래 희망을 물어보아도 그저 “유튜버가 될래요”



“돈 많이 버는 직업이요!” 등의 답변이 나온다. 부모는 아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그 꿈이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과 동시에 롤 모델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가 없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좋고, 아이의 학습 의욕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적절한 롤 모델을 제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부모는 위인전 속 인물을 롤 모델로 삼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에 빠져 있고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고전 인물을 롤 모델로 잡아주기에는 동떨어진 감이 있다. 오히려 아이에게 와 닿을 만한 인물을 접하게 하고, 그를 통해 해당 직업이나 꿈에 대해 알려주는 방법을 추천한다. 동영상을 통해 접하게 된 이야기를 더 깊게 알려주기 위해 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거꾸로 다가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계속 퇴근이 늦었는데 하루는 헌이가 꼭 들려주고 싶다며 피아노를 쳐주는 것이 아닌가. 연주하는 헌이를 보며 실력에 한 번, 그 감정 처리에 또 한 번 놀랐다. 헌이는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데, 피아노 치는 그 자체를 정말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공부를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 방에 혼자 들어가 문을 닫고 피아노를 꽝꽝 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이렇게 피아노를 즐기는 헌이를 보며 부모로서 ‘피아니스트가 되는 길’을 더 열어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피아노를 치는 헌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피아니스트 중에 롤 모델이 누구인지 물었더니 “연주가 이루마!”라고 답했다. 홀로 피아노를 치면서 롤 모델을 알아보고 찾아낸 헌이가 정말 기특했다. 과거 MBC 라디오에서 함께 DJ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이루마 형님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 헌이가 연주한 이루마 형님의 ‘River flows in you’ 곡 녹음 파일을 전송하며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형님께서 흔쾌히 답장과 함께 음성파일로 “헌아, 연주 정말 잘 들었어. 연습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연주 또 들려줘, 파이팅!”이란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메시지를 듣던 헌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루마 아저씨 최고!”라며 며칠을 행복해했다. 헌이에게 롤 모델이 생겨서 정말 좋았고, 부모로서 아이에게 큰 선물을 해준 것 같아 뿌듯했다. 7월은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인데 헌이는 “아빠 생일 선물로 반드시 곡을 더 멋지게 쳐줄 것”이라고 큰소리를 친다. 헌이가 이루마 형님처럼 멋진 연주가가 되는 그날을 상상해본다.

‘싱글 대디’ 아놔리의 육아 라이프

이성배 아나운서는 2008년 MBC에 입사해 ‘섹션TV 연예통신’ ‘생방송 오늘 아침’ 등에서 리포터와 MC로 활약했다. 8년 전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 ‘아놔리(아나운서 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그가 자신만의 특별한 육아 경험을 담은 칼럼을 여성동아에 연재한다.




사진제공 이성배



여성동아 2021년 7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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