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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지구를 아끼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실천 ‘통큰용기챌린지’로 착한 소비 앞장서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여성동아

글 강현숙 기자

2021. 07. 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1년 반이 지나고 있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음식 배달과 포장 서비스는 일상이 됐고 그 여파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폭증했다. 지난해 9월 녹색연합은 음식 배달 서비스에 따른 플라스틱 배출 용기가 하루 8백30만 개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시민 7백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6%가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다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막막하다. 이에, 그동안 시민들에게 환경보호 실천 방법을 꾸준히 알려온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 이하 위러브유)가 6월 5일 환경의 날을 기념해 본지와 함께 ‘통큰용기챌린지’를 전개했다.

#통큰용기챌린지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봉지 대신 다회용기 활용해요!

#통큰용기챌린지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봉지 대신 다회용기 활용해요!

위러브유와 여성동아가 함께하는 환경보호 캠페인 2탄,
‘통큰용기챌린지’ 성황리 개최

“일회용기 말고 여기에 좀 담아주세요.”

유치원생 아들의 손을 잡고 장을 보러 나온 이수진 씨가 집에서 준비해온 다회용기를 내밀었다. 멈칫하던 가게 주인은 초밥을 다 담고 2개를 더 넣으면서 “좋은 일 하시네요” 하고 밝게 웃었다. 이 씨의 장바구니에는 고기, 생선, 과일을 담기 위해 가져온 용기가 가득 들었다. 다회용기를 이용해 장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이 씨는 통큰용기챌린지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까다로운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망설였는데 챌린지에 참여한다는 뜻으로 용기를 냈어요. 아들에게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엄마가 이런 캠페인에 참여하는 걸 보여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통큰용기챌린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감소를 위해, 식자재를 구매하거나 음식을 포장할 때 일회용기나 비닐 대신 개인의 다회용기에 구매 상품을 담아 오는 캠페인이다. 구매 후 개인 SNS에 사진, 영상, 소감을 적어 게시하는 방식으로 5월 25일부터 6월 17일까지 전개됐다.



이번 챌린지는 위러브유가 본지와 펼친 환경보호 캠페인 2탄이다. 지난해에도 두 단체는 분리배출챌린지를 공동으로 진행해 많은 이들의 참여와 재활용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행사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을 하는 캠페인이었다면, 올해 행사는 더 나아가 아예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목표다.

통큰용기챌린지는 시작부터 끝까지 위러브유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 진행됐다. 행사명도 회원들이 의견을 내서 정했다. ‘지구를 위한 용기’ ‘담아줘 챌린지’ ‘Please, here 챌린지’ 등 다양한 의견 중 최종 선택된 이름이 바로 ‘통큰용기챌린지’. 여기서 ‘용기’는 다회용기(容器)와 용기(勇氣)를 동시에 의미한다. 일회용품 사용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다회용기를 내미는 데는 마음의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미국과 페루, 독일, 헝가리, 대만, 베트남, 뉴질랜드 등 전 세계 회원들이 동참하며 국제적으로 치러졌는데 해외에서의 명칭은 ‘BeBRAVEChallenge’다. 영문 BRAVE는 ‘Bring Reusables Always for Visit Everywhere(어디를 가든 환경을 위해 다회용기를 가지고 오세요)’의 약자다. 위러브유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사용이 늘면서 환경오염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챌린지를 준비했다. 모두가 용기를 내서 함께해준다면 미래세대에게 더 맑고 건강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오프라인에서 용기(容器) 내밀고 온라인에서 용기(勇氣) 북돋아

네이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는 통큰용기챌린지 참여 후기가 속속 올라왔다. 그중에는 커피와 스무디 같은 음료를 살 때 텀블러를 이용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카페에서는 개인 텀블러 이용 시 할인해주는 곳이 꽤 있을 정도로 텀블러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일이 처음인 경우에는 텀블러 사용 문화가 정착된 카페에서 첫 발걸음을 떼기도 했다. 온라인 필명 willingly 씨는 “커다란 텀블러가 꽉 차도록 커피를 받았다. 게다가 5백원이나 할인받았다. 여기에 환경 살리는 일에도 동참할 수 있으니 너무 좋지 않나?” 하며 네티즌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기존에도 카페에 갈 때면 항상 텀블러를 챙겼다는 nguk37 씨는 “가방이 좀 무거워져도 모두의 환경권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동참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음료 다음으로 눈에 띈 품목은 간식이었다. 피자, 튀김, 떡볶이, 도넛, 만두, 마카롱, 핫도그, 떡, 케이크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준비해간 용기에 만두와 떡 등을 담아온 rhkf69 씨는 챌린지 기간 동안 네 번이나 참여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하고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자꾸 하다 보니 용기를 고르는 요령도 생기고 수월해졌다. 습관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챌린지에 참여할 때 맨 처음 봉착하는 문제는 어떤 용기를 들고 갈지 정하는 일이다. 같은 고민을 해본 참여자들은 음식별로 잘 맞는 용기가 무엇인지 알려주며 예비 참여자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freedomppppp 씨는 족발이나 보쌈처럼 반찬과 소스류가 많이 필요한 음식은 도시락 반찬통에, 도넛 박스는 수평이 잘 맞게 보자기에 포장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또 “배달 앱의 후기나 사진을 보고 주문할 음식점이 어떻게 음식을 제공하는지 파악해서 알맞은 용기를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것보다 넉넉하게 큰 용기를 가져가는 것이 음식 담기에도 더 편리하고 좋다”며 그간 시행착오를 통해 겪은 유용한 팁을 아낌없이 나눴다.

용기 내는 즐거움에 빠진 국내외 회원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독일의 한 회원은 “장을 볼 때 흔히 에코백을 사용하지만 작은 케이크나 빵류는 거의 일회용품으로 포장한다. 용기를 가지고 가서 빵을 사니 어색했지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로나 씨는 마트에서 닭고기를 구매할 때 커다란 통을 꺼냈다. “사람들이 낯설게 쳐다봤지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 페루의 회원은 냄비에 포요아라브라사(페루 사람들이 즐겨 먹는 통닭 요리)를 포장해 왔다.

 “냄비를 가지고 나가니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작은 실천으로 환경을 보존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네팔의 회원은 용기를 잔뜩 들고 가 머핀, 음료, 과일 등을 사 오며 “취지를 설명하자 사람들이 잘 이해해주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알렸다. 뉴질랜드의 회원은 아이들과 마트에서 그물 백에 키위를 골라 담았고, 베트남의 회원은 라탄 바구니에 호박과 옥수수, 토마토를 골고루 담으며 비닐 사용을 줄였다.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면서 의외로 좋은 점을 발견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장에서 전복과 꽃게, 새우를 구입해온 회원은 “꽃게 다리나 새우 껍데기는 뾰족해서 비닐로 몇 번씩 싸도 여기저기 구멍이 나 물이 줄줄 새고 냄새가 나기 쉽다”며 “용기에 담아 오니 물도 흐르지 않고 집에서 바로 세척해 보관하기 딱 좋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포장재를 없애고 내용물만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숍을 찾은 참여자도 있었다. 서울 성수동의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병아리콩을 구매한 twgshsjsk 씨는 “보관할 용기에 담으니 집에 가서 다시 포장을 뜯고 옮길 필요가 없어 편하다. 자기 용기를 가지고 가니 위생적이다”고 말했다.

다회용기 사용을 반기는 가게도 많았다. 경기도 평택의 한 식당 주인은 “반찬류를 각각 담기 때문에 포장 시 플라스틱 용기가 평균 5개 정도 사용된다. 용기 값만 해도 5백원 이상인데 포장 비용도 아끼고 쓰레기도 줄이니 좋다”고 전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어르신도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분들을 만나면 고맙다. 비닐 몇 장 값이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 그런 분들에게는 파프리카 하나, 상추 몇 장이라도 더 넣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다회용기 사용의 최대 장점은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참여자들은 입을 모은다. lumiere_de_mai 씨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장을 볼 때 챙겨야 할 물품이 많지만 불편함보다 뿌듯함이 크다. 전에는 장을 보고 나면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왔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다. 장을 보면서 사용한 통이나 컵, 병을 깨끗하게 세척해 찬장에 넣어둘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포스팅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지금이 경각심 갖고 대응할 ‘골든아워’

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코를 꽉 막고 있던 빨대를 빼낼 때 거북은 눈을 찡그린 채 피를 흘렸다. 이 모습은 유튜브로 공개되어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세계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로부터 3년 후,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배속에서 플라스틱 컵 1백15개와 쓰레기 6kg이 발견되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다. 플라스틱이 인류의 삶을 위협해온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바다에 매립된 플라스틱은 더 이상 걸러지지 않을 정도로 세밀해져서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함유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또 플라스틱은 플랑크톤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각종 해양생물의 먹이사슬에 끼어들기 때문에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수산물을 먹으며 가장 고농축 성분을 흡수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1인당 연간 카드 50장 분량에 달한다. 플라스틱에서 나온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은 체내 호르몬을 대체해 기능하면서 인체에 갖가지 악영향을 끼친다. 2019년 국제환경법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바다로 떠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람과 햇빛에 풍화되는 과정에서도,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일수록 더 많은 양을 배출한다. 해양에 부유하는 미세플라스틱은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것까지 막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플라스틱 생산량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50년의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11억t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가 되면 바닷속 플라스틱 무게가 물고기 전체 무게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주체는 오직 플라스틱을 만들고 소비하고 버리는 인간뿐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배출 감소를 위해 이제는 인류가 행동에 나서야 할 ‘골든아워’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자발적 실천이 없다면 기후위기 대응과 자연 보존은 요원한 일이다.



가족·이웃·사회 구성원들에게 환경보호 의식 심어준 챌린지

통큰용기챌린지는 자연에 무심했던 이들에게 환경보호 의식을 고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참여자들은 챌린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취지를 상점에 소개하게 되는데, 주인이나 점원은 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환경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동시에 다회용기로 구매하는 방식도 있음을 배웠다. 한 회원은 꽈배기를 살 때 다회용기를 내미니 가게 주인이 “나도 손님처럼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며 서비스로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줬다고 전했다.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이들의 힘찬 목소리는 온라인에서 더 크게 울려 퍼졌다. 회원들은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챌린지를 알리고 홍보하는 일에도 힘을 보탰다. 식재료별로 적당한 용기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영상, 여러 가게에서 직접 챌린지에 참여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등을 만들어 서로 공유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이번 챌린지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참여 내용을 SNS에 게재하는 것까지가 미션이었다. 참여자들이 올린 게시물은 가족, 친구, 지인뿐 아니라 SNS 이웃, 소속 커뮤니티 회원 등 인터넷상에 빠르게 전파되어 각계각층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온라인 이웃들은 “나도 해봐야겠다”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참여 의지를 다졌다. sunblock_77 씨는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 더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이 캠페인이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여자의 자녀들도 지구 사랑에 적극적인 부모의 모습을 보며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했다. 국내 한 회원은 “딸이 유치원에서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 환경보호에 대해서 배우는데 엄마와 장보기를 함께하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의 회원도 아들과 시장에서 장바구니로 장을 보며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닐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알려주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아들은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돌고래도 지킬 수 있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도 막을 수 있어서 좋아요. 앞으로 과자 사러 갈 때 가방을 꼭 챙겨서 돌고래를 지켜줄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챌린지는 환경에 관심이 없던 이들은 물론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도 산 교육 그 자체였다.

조금 번거로워도 하나뿐인 지구를 살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이를 감수하겠다는 사람들. 이들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 용기(容器)를 내미는 일이 더는 용기(勇氣)가 필요치 않은 평범한 일상이 되기를 소망했다. 이들에게 코스타리카에 살고 있는 바다거북이 해줄 말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고마워요. 덕분에 희망이 생겼어요!”

사진제공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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