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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mom’s talk

“공립·사립, 전업맘·워킹맘 더 커진 교육 격차에 절망”

초등맘 4인, 코로나 1년 학교 교육을 말하다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0.12.21 17:10:20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공교육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1년을 허송세월했다. 학부모 4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2020년 우리 아이들은 아무도 1학기를 시작하지 못했다. 1월, 중국 우한에서 비롯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전역으로 번지자 우리나라 역시 3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20년 3월 신학기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데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 여겼기 때문.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들은 EBS 교육방송을 시청하며 신학기를 맞았다. 5월에 이르러서야 주 1~2회 등교가 이루어졌고, 사립 초등학교의 경우 오프라인 등교와 더불어 쌍방향 온라인 화상수업을 시작해 매일 오전 8~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학사 일정에 따라 수업을 받았다. 

반면 공립 초등학교는 뒤늦게 쌍방향 온라인 화상수업을 주 1~2회 정도로 시행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하나, 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영상물 시청 형태의 ‘일방향 수업’은 아이가 알아서 챙겨 들어야 하는데, 학부모가 옆에서 봐주지 않으면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도 학습 효과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 더군다나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 조부모 혹은 육아 도우미가 부모만큼 챙겨주기 어려워 TV나 시청각 기기 앞에 방치되기 십상이었다. 1학기가 끝나갈 때쯤 공립과 사립 초등학교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엄청난 격차가 생긴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2학기가 시작됐을 때 공립 초등학교에서도 쌍방향 온라인 화상수업이 본격 시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를 학교와 교사 재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게끔 권고해 지역별, 학교별로 시행 횟수와 수업의 질에 편차가 생겼다. 말 그대로 ‘복불복’ 상황에 놓이자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돌봄 공백에 따른 문제도 속속 발생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오후 6시까지 돌봐주는 ‘돌봄교실’의 역할이 매우 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 초등학교마다 돌봄교실을 운영하긴 했지만 매일 등교를 하던 때에 비해 운영이 부실했다.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한 돌봄 공백 문제도 갈수록 심화됐다. 가정 형편에 따라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자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사례도 늘었다. 반대로 먹는 것에 비해 활동량이 줄어 체중 증가, 체력 저하를 동시에 겪는 아이들도 상당수였다. 또 1년 내내 집에만 머물러 친구를 만날 수 없는 데다 등교했을 때도 감염의 우려로 대화를 자제하라는 지시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교우 관계를 형성할 수 없었던 것 역시 부모들의 고민거리로 남았다. 



2021년에도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공립학교에 실망하고 교육부에 절망한 학부모들에게 개인적으로 느낀 학교 시스템의 문제점과 신학기에 기대하는 바를 들었다.

interview

유치원 때 선행 학습한 걸로 1년 버텨, 
이럴 줄 알았으면 사립 보낼걸

집에서 나란히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집에서 나란히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초1 학부모, 전업맘

“2020년 5월 들어서야 주 1회 등교가 결정됐는데,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과밀학급이라 2부제 등교도 할 수 없다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는 한 반에 60명이 넘어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등교했는데 왜 못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이라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줬다면 분통 터지진 않았을 거예요. EBS 강좌를 30분 동안 보는 게 학교에서 한 과목 수업을 들은 것과 마찬가지래요. 온라인 화상수업도 주 2회 30분씩이 전부라 답답해요. 옆에서 지켜봤더니 화면 하단에 촬영하지 말고, 녹화하지 말라고 나오더라고요. 물론 저작권 문제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자신의 수업을 자신 없어 하는 느낌이 더 컸어요.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화상수업 하나 제대로 준비 못 한 건가 싶어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사실 아이 입학 전에 사립 초등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어요. 그냥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의 장점을 누리자고 좋게 생각했죠. 그런데 1년을 공립학교에 보내고 나니 그때 운이 없어 사립초 추첨에 떨어진 게 아이한테 얼마나 미안한지 모르겠어요. 유치원 때 미리 한글, 수학, 영어 선행 학습을 해두지 않았다면 지난 1년 동안 부진했던 공교육의 구멍을 어떻게 메웠을지 아찔해요. 지난해는 유치원 때 배운 걸로 1년을 버틴 거 같아요. 2021년도 다르지 않을 걸로 예상돼 학교에 뭘 기대하지 않아요. 자체적으로 학습 계획표를 짜고, 사교육으로 선행 학습을 시켜줄 생각이에요.”


학원도 하는 화상수업, 학교는 왜 손 놓는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초2 학부모, 전업맘 

“1학기 때 EBS 수업이 너무 쉬워서 아이가 ‘이건 일곱 살 동생들이 보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볼 때도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여름방학이 가까워질 때까지 별반 달라지지 않는 학교의 대응을 보고 있자니 속이 타들어가는 듯했어요. 2학기가 되고 화상수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내심 기대했는데 주 1회 하루 30분 하는 게 전부더라고요. 첫째 날은 출석 부르고 수업 끝, 둘째 날은 안부 묻다가 수업 끝인데 답답하지 않겠어요? 교육청에서 교사 재량으로 화상수업을 하도록 했는데 선생님들은 별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학원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될 때마다 화상수업을 진행하는데 학교는 왜 못 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학생 수가 많아서 어렵다는 건 핑계라고 봐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원래 공립 초등학교의 수업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거 아닌가’ 싶어요. 1년에 2번 시행하는 공개수업은 정말 엄청 준비를 해서 보여준 것일 뿐, 평소 교실 풍경은 화상수업에서 본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거죠. 2021년에는 학교 차원에서 쌍방향 온라인 화상수업을 더 늘리고 수업의 질도 향상시켜주길 적극적으로 건의할 생각이에요.”


기초 체력 저하가 더 걱정, 체육 활동에도 신경 써주길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초2 학부모, 워킹맘 

“전국의 아이들이 다 같은 상황이니까 학교의 대응을 차분히 기다리는 게 옳다고 믿었죠.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워킹맘이다 보니 특별히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1년을 보내고 나니 너무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 싶어 후회가 되기도 해요. 주변의 전업주부들은 오히려 평소보다 아이들 여유 시간이 늘어나니까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학습 진도를 상당히 많이 뺀 것 같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졸지에 뒤처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져요. 

무엇보다 아이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게 제일 안타까워요. 1년 전까지만 해도 수영을 꾸준히 시켰고, 등하굣길에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등 활동할 기회가 많았어요. 덕분에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체력도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얼굴에 살이 많이 붙고, 배도 많이 나왔는데 본인이 보기에도 좀 그런지 요즘엔 부끄러워해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끼니를 못 챙겨 먹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저희 집은 할머니가 삼시 세끼를 너무 잘 챙겨 먹인 게 화근이었어요. 

공교육에서 이런 부분까지 챙겨주길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 있죠. 그러나 교육부에서 이런 문제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해줬으면 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스포츠 관련 학원은커녕 집 밖에도 못 나가잖아요. 아이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무용이나 율동이라든지, 간단한 체육 활동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학교에서 신경 써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공립도 공립 나름, 2021년엔 좋은 담임 만나길

경기도 김포시, 초4 학부모, 워킹맘 

“지역별로, 학교별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회사에는 다양한 지역에 사는 동료들이 있는데,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이상 고학년이면 2학기부터 주 2회 정도 화상수업을 했더라고요. 공립 초등학교라도 교육에 열의가 있는 학교장과 담임을 만난 경우에는 내실 있는 수업을 받는 것 같았어요. 서울 강남의 한 공립 초등학교는 2학기 이후 매일 화상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체적으로 학습 평가 같은 것도 한대서 놀랐어요. 열의가 있는 선생님은 과제 확인도 꼼꼼하게 하더라고요. 학부모 원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다들 빚을 내서라도 강남으로 이사를 가나 싶었어요. 

한번은 궁금한 마음에 휴가를 내고 아이의 화상수업을 참관했어요.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셔야 하는데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더라고요. 화상수업의 특성상 소통이 어려워서 그랬으리라 이해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수업을 이끌고 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2021년에는 제발 화상수업에도 적극적이고, 수업 내용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만 바랄 뿐이에요.”

사진 동아DB



여성동아 2021년 1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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