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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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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봄 햇살 같은 표예진

EDITOR_FASHION 정세영 기자 EDITOR_FEATURE 정혜연 기자 김지은

2020. 04. 23

지난해 드라마 ‘VIP’에서 온유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표예진.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데뷔 초부터 주목받아온 그녀가 싱그러운 5월, 완연한 봄소식을 들고 여성동아의 커버를 장식했다.



원피스 미스지컬렉션. 슈즈 블랙스웨이드스튜디오.

원피스 미스지컬렉션. 슈즈 블랙스웨이드스튜디오.

지난해 말 SBS 드라마 ‘VIP’에 그녀가 등장했을 때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항공사 스튜어디스 출신인 그녀는 2015년 데뷔해 ‘결혼계약’ ‘닥터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2016년에는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VIP’ 속 그녀는 이전 작품에서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렇게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였나 싶을 정도였고, 실제로는 겉과 속이 다른 이기적인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뒤따랐다. 그만큼 화면 속 그녀는 생생했다. 배우 표예진(28)은 온유리 그 자체였다. 

여성동아 표지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대면한 순간, 긴장된 숨을 훅 내쉬며 물었다. 

“그 드라마 찍고 나서 혹시, 속에 뭔가 숨기고 있을 것만 같단 얘기 많이 듣지 않았나요?” 

“글쎄요. 하하.” 



5월에 꼭 어울리는 생기가 스튜디오 가득, 스태프 모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있었다.


‘VIP’에서의 온유리는 상당한 내면 연기가 필요한 악역이었는데, 어렵진 않았나요. 

처음엔 마냥 좋았어요. 내가 이런 역을 맡게 되다니! 정말 꿈에 그리던 배역이었거든요. 그렇게 벼랑 끝에 내몰린 듯 살 수밖에 없는 인생이 불쌍하고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모두가 욕할 때도 저만큼은 늘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만큼 캐릭터를 표현하기 너무 어렵고 버겁기도 했고요. 온유리는 저로서는 도저히 가늠조차 하지 못할 만큼 아프고 힘들게 살았던 인생이니까, 어떻게 해도 그 내면을 충분히 표현해낼 수는 없겠더라고요. 끊임없이 벽에 부딪혔었는데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캐릭터상을 수상했을 때 동료 연기자들이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날은 저뿐 아니라 누가 되었건 저희 ‘VIP’ 멤버가 호명받을 때마다 다 같이 울었어요. 1년 동안 함께 작품을 하면서 정말 끈끈해졌거든요. 아마 그저 밝고 사랑스럽기만 한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현장에서도 굉장히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고 그랬던 것 같아요. 서로가 한 신 한 신을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해서 찍었는지 알기 때문에 더 감격스러웠던 거고요. 그래서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그 시상식 자리가 너무 좋았어요. 마치 우리의 축제 같은 느낌이었죠. 


원피스 리스(왼쪽). 셔츠 미스지컬렉션.

원피스 리스(왼쪽). 셔츠 미스지컬렉션.

함께 연기한 배우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요. 

전혜진 선배님요. 선배님이 제게 와인을 쏟아붓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신을 촬영하는 날 현장이 굉장히 분주했어요. 그런데도 감독님께서 제 감정선을 배려해 모든 신을 순서대로 진행해주셨고, 혜진 선배님도 제가 힘들까 봐 한 번에 끝내주려고 무척 애쓰셨어요. 저로서는 정말 중요한 감정 신이었는데 모든 분들이 배려를 해주셔서 하나도 힘들지 않게 잘 찍을 수 있었죠. 

장나라 언니도 드라마에 저와 연적 관계로 출연하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저를 살뜰하게 챙겨주셨어요. 저와 함께 출연하는 날은 물론 촬영이 겹치지 않는 날에도 항상 먼저 “잘하고 있지?” “힘내!” 같은 격려의 메시지를 남겨주었어요. 드라마에서 맞닥뜨리는 신이 많았던 만큼 서로를 더 많이 응원하고 배려했던 거 같아요. 그런 점을 선배님들께 많이 배웠어요. 모두 그렇게 해주시니까 믿고 따라갈 수 있었고, 촬영장에서도 한결 부담 없이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만 19세에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더라고요. 합격 비결이 궁금한데요. 

대학 2학년 때 입사했는데, 제가 빠른 1992년생이라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그때가 만으로 19세였어요. 돌이켜보면 그때의 저는 정말 당차고 자신감에 넘쳤던 거 같아요. 임원 면접에서는 유니폼을 입어야 했는데, 꿈에 그리던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나서 하나도 떨지 않고 떠들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할 거 같은데, 정말 당돌했죠.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그만두고 연기자로 전향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그곳에서 때로는 제 감정을 숨기고 매뉴얼대로 일을 해야 했는데, 그런 상황이 힘들었어요. 그런 걸 잘 못 견디는 성격이어서 자꾸만 나와 잘 맞지 않는 직업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장거리 비행 후에는 영화며 드라마를 잔뜩 내려받아 숙소에서 하루 종일 그것만 들여다봤어요. 점점 ‘연기자가 되면 정말 재미있겠다. 매일 다른 사람으로 살 수도 있고 감정 표현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도라도 안 해보면 정말 후회할 거 같았어요. 도전을 해보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니까 마음을 굳히게 됐죠.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나는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으니 당연히 그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걱정하진 않으셨나요.

처음에는 당연히 걱정하셨죠. 제가 웹 드라마를 찍을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은 그런 게 뭔지 잘 모르시니까 “어, 잘 나왔네” “재미있네”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솔직히 속으로는 엄청 걱정을 하고 계셨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진심으로 정말 많이 좋아하세요. “그때 승무원 그만두길 잘했다”고 말씀하시고요.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또 열심히 하니까요.

2015년 출연한 72초 웹 드라마 ‘두 여자’ 말이죠?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짧은 웹 드라마가 있다기에 오디션을 봤고, 그렇게 한두 작품 출연하게 되었죠. 솔직히 첫 촬영 때는 속으로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감독님이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하셨는데 완성본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모르니까 하면서도 얼떨떨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와,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더라고요. 지금도 그 작품을 연출하신 도루묵(진경환) 감독님은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요. 


인터넷을 통해 표예진 씨를 산에서 봤다는 글을 종종 읽었어요. 야외 운동을 즐기나 봐요. 

작년에 한창 산에 많이 다녔어요.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잘 못 나가고 있지만, 집에 가만있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수상스키도 좋아하고, 요리도 곧잘 해서 요즘엔 유튜브를 보면서 베이킹 같은 걸 따라 해보기도 합니다. 나중에 카페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정말로 카페를 내게 된다면 제가 비정기적으로 직접 만든 빵과 케이크를 내다 팔고 싶어요. 제가 먹어봐도 정말 맛있거든요. 

베이킹을 좋아하는데 군살이 하나도 없다니, 놀라운데요. 

다이어트가 습관이 된 거 같아요. 예전엔 쉴 때 엄청 많이 먹기도 했는데 이젠 언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니까 늘 준비를 하게 되더라고요. 자극적인 건 절대 먹지 않고, 과식도 안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어요. 걷는 걸 좋아해서 평소에도 집 근처 공원을 걷곤 하는데 그런 습관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후속 작품은 결정됐나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준비하고 있어요. 빨리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지금 딱 제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작품들, 청춘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그런 것에도 욕심이 나고 ‘리틀 포레스트’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 푸르른 시간에 관한 이야기들요.

사진 이종호 디자인 김영화
제품협찬 리스 미스지컬렉션 블랙스웨이드스튜디오 헤어 수현 메이크업 문혜은 스타일리스트 김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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