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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취재기자 & 장신 사진기자 더 뉴 그랜저, 맘에 쏙 든 부분은?

EDITOR 정혜연 기자

2020. 01. 05

출시와 동시에 화제를 모았던 더 뉴 그랜저. 두 기자가 직접 타보고 솔직하게 평가했다.



오랜 시간 성공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왔던 국산 자동차의 자존심 ‘그랜저’. 지난 11월 현대자동차는 3년 만에 6세대 그랜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 ‘더 뉴 그랜저’를 출시했다. 사전 계약만 11일 동안 3만2천1백79대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출시되자 내·외부 디자인과 우수한 주행감 및 각종 업데이트 기능 등이 조명을 받았다. 

특히 주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여러 맘카페에서는 ‘이번에 출시된 그랜저 내부 디자인이 외제 차 뺨친다더라’ ‘차를 바꿀 때가 되었는데 그랜저 내부가 넉넉해졌다고 해서 솔깃해진다’ ‘이전 그랜저보다 여러모로 낫다는 남편 말에 더 뉴 그랜저로 바꿀까 싶다’ 등 관련 글들이 쏟아졌다. 

지난 12월 12일 더 뉴 그랜저 캘리그래피 가솔린 모델을 직접 시승해봤다. 전장 4990mm, 전폭 1875mm, 전고 1470mm로 전작인 IG 모델보다 전장 60mm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딸 둘을 둔 워킹맘 취재기자와 부부 모두 178cm로 장신인 사진기자가 각각 몰아본 느낌을 솔직하게 정리했다.

#1 젊은 층 겨냥한 외관,
중후함에 흩뿌린 신선함 vs 깜찍함

취재기자 정혜연(이하 정) 첫인상은 한마디로 ‘잘 버는 젊은 아빠’ 느낌이었다. 과거 그랜저 외관 디자인에서 보던 중후함을 잃지 않으면서 전면부 그릴에 다이아몬드 조각을 흩뿌린 듯한 느낌을 줘 신선했다. 특히 측면부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뻗어 있어 세련된 느낌이다. 후면부 리어 램프는 약간 내려간 데다 뒤로 약간 튀어나와 있어 조금 심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기자 홍중식(이하 홍) 내 느낌은 완전히 반대다. 오히려 후면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쭉 이어진 리어 램프 아래 정갈하게 박힌 그랜저 로고가 간결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을 줬다. 측면부는 기존 그랜저와 큰 차이 없이 고유의 중후함을 잘 살린 것 같다. 반면 전면부는 뭐라 평가하기가 어렵다. 낮에 밝은 데서 보면 전면부 그릴이 조금 과한 느낌이다. 밤이나 주차장 내부에서 전조등을 켜고 보면 그나마 낫다. 그런데 좌우 방향 지시등을 켜면 그랜저와 어울리지 않게 깜찍한 느낌이 들어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2 외제 차 뺨치는 내부,
신선한 풀 디지털 계기판

워낙 내부 인테리어가 잘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기대가 높았는데 그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사실 베이지 톤 인테리어가 여심을 사로잡는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블랙 모노톤 차량을 몰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블랙 인테리어도 그랜저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여자들은 인테리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운전석 끝부터 보조석 끝까지 좌우로 길게 뻗은 무드 램프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심지어 색상은 64가지 가운데 선택 가능해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또 12.3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 동일한 사이즈의 디지털 내비게이션,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 등 총 3개의 LCD 패널은 터치감도 좋고 화면 전환 속도, 컬러 등도 우수해 눈길을 끌었다. 

공감하는 바다. 자세히 보면 무드 램프가 중앙부 하단까지 이어져 있어 밤에 차를 타면 색다른 기분을 준다. 기존 그랜저에 적용된 LCD 패널은 터치감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었는데 이번 그랜저는 상당히 발전했다. 풀 디지털 계기판도 널찍해서 운전자에게 매우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기판이 90도로 고정돼 있어 나처럼 앉은키가 큰 사람은 보기가 힘들다. 상단부가 약간 뒤로 뉘어져 있다면 운전하면서 보기 편할 것 같다. 

뒷좌석의 레그 룸이 더 확보된 점도 눈에 띈다. 키 작은 아이들은 좌석에 앉은 채로 앞좌석 등판을 발로 계속 차는데 레그 룸이 넓으면 아이들이 답답해하지 않을 것 같다. 

덩치가 큰 어른들이 타기에 좋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와이프 키가 나와 같은 178cm인데 SUV나 대형 세단이 아니고서는 뒷좌석에 앉았을 때 항상 무릎이 앞좌석 등판에 닿아 불편함을 느꼈다. 더 뉴 그랜저는 한 뼘 정도 여유가 확보돼 편하다.

#3 탄탄하게 받쳐주는 시트,
버튼 형식 기어 생소 vs 편리

무엇보다 앉았을 때 시트의 느낌이 매우 좋다.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물렁하지도 않은 적당한 쿠션감이 주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운전석 허리 부분 쿠션에 공기를 주입해 탄탄하게 허리를 받쳐주는 것도 운전자를 생각한 편의 장치다. 또 앉았을 때 무릎이 핸들 아랫부분에 항상 부딪혀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앞쪽으로 밀어 공간을 확보한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시트가 적당히 딱딱해 오히려 편하다는 평가에 공감한다. 무엇보다 시동 걸 때 소음 없이 조용하고, 출발할 때도 ‘스르륵’하며 부드럽게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다. 연식이 오래된 웬만한 외제 차보다는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다. 주행 시에도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있어 편했다. 좌우 방향 지시등을 켜면 계기판에 뒤로 차가 오는지 좌·우측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카메라 화면이 뜬다. 백미러를 보지 않고 계속 전방 주시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또 앞차가 출발하면 계기판에 알림음과 표시가 떠서 잠깐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주의를 환기시켜줘 운전에 도움이 됐다. 

기어가 버튼 형식으로 된 것은 생소한 점이다. 보통 기어를 변경할 때 스틱을 앞뒤로 조절하거나 외제 차의 경우 핸들 뒤쪽 기어 스틱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런데 기어가 버튼으로 나열되어 있으니 운전하는 중에 자꾸 기어 스틱을 잡으려고 손을 휘젓게 된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오히려 기어가 버튼 형식으로 되어 있어 편했다. 특히 신호 대기를 할 때 기어를 중립으로 놓으려면 스틱을 내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간혹 중립인 줄 모르고 액셀 밟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힘들이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기어를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

#4 훔치고 싶은 공기 청정 시스템과
빵빵한 오디오

이번 더 뉴 그랜저에는 여러 가지 부속 기능이 탑재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최초로 공기 청정 시스템이 장착된 것에 최고점을 주고 싶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도로 위에서는 특히나 창문을 열기도 닫기도 어렵다. 그런데 마이크로 에어 필터가 장착된 미세먼지 감지 센서가 실내 공기 질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차량 내부 공기 수준을 매우 나쁨, 나쁨, 보통, 좋음 4단계로 알려줘 속이 시원했다. 또 초미세먼지를 99%까지 걸러내는 마이크로 에어 필터가 장착됐다고 하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매우 마음에 든다. 

주차 시에도 후방 카메라와 항공뷰가 동시에 패널에 뜨니 매우 만족스럽다. 또 내장형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고, 음성으로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는 kakao i가 마련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차량 오디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JBL 오디오로 음악을 들어보니 사람들이 왜 “오디오, 오디오” 하는지 알게 됐다. 나만을 위한 음악 공간에서 운전을 하니 교통 체증도 피로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5 취향 따라 4가지 드라이브 모드
가장 마음에 드는 컴포트 모드 vs 스포츠 모드

주행감이 매우 부드러운 반면 서스펜션은 하드한 느낌이어서 기존 그랜저와 비교하자면 더 뉴 그랜저는 고속 주행을 하기에 더 적합한 것 같다. 출발할 때 토크가 달리는 느낌이어서 살짝 이상했는데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 4가지로 선택하니 다 달라졌다. 에코, 스포츠는 비교적 액셀을 밟는 대로 즉각 반응이 왔고, 컴포트와 스마트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응했다. 운전을 하다 보니 컴포트 모드가 출발, 정지 모두 부드럽게 반응하는 것 같아 가장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모드가 마음에 들었다. 살짝 밟아도 확 나가는 데다 엔진 소리가 ‘위잉’ 하고 울리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차량 자체가 스포츠카로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 액셀을 밟았을 때 rpm이 4000을 훨씬 넘어 올라가는 데 반해 속력이 80km/h까지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초반 가속을 올리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중간 정도 속도에서의 다이내믹함을 즐기기에는 좋다. 결론적으로 스포츠 모드로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은 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속도감을 원한다면 스포츠카를 타야 한다.

#6 아직은 보강해야 할
원격 스마트 주차

스마트 주차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시동을 켠 채로 기어를 P에 두고 모두 내린 뒤 스마트키의 후진 버튼을 눌렀다. 차량이 처음에는 서서히 뒤로 가더니 속도가 붙어 확 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버튼에서 손을 떼야 했다. 주차 방지 턱이 있을 때는 상관없다. 그런데 주차 방지 턱이 없다면 가속에 차가 뒤로 훅 나가버릴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 좀 더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주차 공간이 협소한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기능이다. 자동 주차까지는 사실 필요하지 않다. 운전자 없이 앞뒤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세심하게 작동된다면 매우 편리할 것 같다.

#7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구매 망설여져

차량은 마음에 드는데 가격에서 망설여진다. 2.5 가솔린 모델은 3천2백94만~4천1백8만원, 3.3 가솔린은 3천5백78만~4천3백49만원이다. 또 가솔린 모델은 트림에 따라 프리미엄 3천2백94만~3천6백69만원, 익스클루시브 3천6백81만~4천12만원, 캘리그래피 4천1백8만~4천4백89만원이다. 한 5백만원 정도 추가하면 G80을 살 수도 있다. 풀 옵션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 뉴 그랜저 풀 옵션 가격으로 G80을 선택할 것 같다. 

더 뉴 그랜저가 가격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G80 풀 체인지 모델도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기대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두 차량을 놓고 비교했을 때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할 만한 더 뉴 그랜저만의 강점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아 아쉽다.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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