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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BOOK ISSUE

‘암퇘지’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 ‘가시내’의 섹스를 말하다

글·김명희 기자|사진·홍중식 기자

2014. 12. 03

여성이라면 누구나 거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사춘기 소녀의 성. 프랑스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가 그 금기에 도전했다. 포르노그래피라는 비난과 신선하다는 극단의 평가가 엇갈렸다.

‘암퇘지’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 ‘가시내’의 섹스를 말하다
‘작품 중에 좆이라는 단어가 60번가량 나온다.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저속한 표현을 쓸 수 있는가.’(르피가로)

‘여자들이 머릿속 한구석에 감춰둔 이야기를 과감하게 끄집어냈다.’(렉스프레스)

마리 다리외세크(45)의 신작 ‘가시내’(열린책들)는 19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상의 도시 클레브에 사는 10대 소녀 솔랑주의 사춘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한 솔랑주의 머릿속은 온통 성에 대한 몽상으로 가득하다. 이미 첫 경험을 했거나 경험이 많은 친구도 있다. 솔랑주 역시 얼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작가는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소녀들의 내면을 팬티 속에 펜을 넣은 듯 거침없이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이 2011년 처음 출간됐을 때 프랑스 문단에서는 ‘가치 있는 주제를 다뤘다’는 찬사와 ‘포르노그래피’라는 비난이 교차했다. 1996년 ‘암퇘지’가 출간됐을 때도 비슷했다. 정치적 무질서, 실업난 등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한 젊은 여성이 돼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암퇘지’는 프랑스에서만 55만 부가 팔렸지만, 작가는 우파의 표적이 돼 살해 협박을 받는 수난을 겪었다. ‘가시내’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10월 말 방한한 마리 다리외세크는 이런 엇갈린 평가에 익숙한 듯 보였다.

“프랑스 문단에서 제 위치는 좀 독특합니다. 아주 좋아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폭력적으로 거부하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제가 그런 극단적인 반응을 의도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쓸 뿐이죠.”



‘가시내’는 ‘살아 있는 소녀들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를 수 있을까’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글로 시작된다. 다리외세크는 그 시절을 거쳐온 우리들조차 잊고 있었던 사춘기의 순진함, 겉멋, 혈기, 갑작스러운 육체의 변화에서 오는 당혹감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 바탕이 된 것은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두었던 작가의 일기다.

녹음 일기로 떠올린 사춘기의 추억

“열네 살 때부터 3년 정도 일기를 녹음해두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1백50시간 정도의 수다가 들어 있더군요. 처음 그걸 다시 들으면서 그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양 우는 소리, 교회 종소리, 엄마가 부엌에서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오가는 소리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녹음한, 처음으로 성과 사랑에 눈뜬 소녀의 심리라든가 그때의 느낌, 그런 것들이 굉장히 감동적이면서 또 한편으론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그 당시 소년 소녀들이 서로에 대해 가졌던 상투적인 생각도 많았고요. 그런 것들이 바로 이 소설의 주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최고 학부인 파리 고등사범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다 1989년 ‘르몽드’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는 파리에 거주하면서 작가 겸 정신분석가로 활동 중이며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저는 독자의 지적 능력에 호소하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독자들에게 제 책을 읽히기 위해서 타협하고 싶진 않습니다. 제게 있어서 문학이란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단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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