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kg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어요. 그걸 넘어가면 다시 관리에 들어가죠(웃음). 그렇다고 강박증에 시달리진 않아요. 다행히 그동안 먹을 거 먹으면서 운동도 그렇게 심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몸무게가 크게 늘지 않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은 제가 빵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걸 먹으면 깜짝 놀라면서 그런 거 먹어도 되냐고 물어요. 당연히 음식은 가리는 거 없이 다 먹어요. 다만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이제는 절제할 줄 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그걸 못 했어요. 배가 불러도 눈앞에 있는 음식은 다 먹어야 하고, 새벽에도 치킨이 먹고 싶으면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배달을 시켰죠. 제 몸이 망가지도록 그냥 방치했던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어요. 건강과 행복한 인생을 위해 절제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저칼로리 고영양, 집밥의 힘

적절한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으로 당초 몸무게의 절반을 덜어낸 권미진. 3년에 걸쳐 올바른 식습관을 세운 덕분에 더 이상 요요도 두렵지 않다.
“예전에는 마트에 가면 과자 코너에 주로 머물렀지만 요즘은 세일하는 채소부터 확인해요. 집밥에 길들여지니까 조미료 들어간 음식을 먹고 나면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 등 바로 신호가 와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빼곤 거의 집에서 밥을 해 먹어요.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릇에도 관심이 생기고, 점점 여자가 돼가고 있답니다. 하하.”
그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함께 사는 남동생도 몸무게가 90kg에서 70kg으로 줄었다. 물론 동생을 살찌게 한 장본인도 권미진이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향인 경북 영주를 떠나 서울로 온 동생은 그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덩달아 살이 쪘다가 권미진이 다이어트를 하자 함께 날씬해졌다고 한다.
운동은 집에서만 한다. ‘헬스걸’ 코너를 하면서 기본적인 운동 자세와 기구 사용법을 익힌 덕분에 굳이 피트니스 센터를 찾지 않더라도 혼자서 얼마든지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그는 요즘 아침에 근력 운동 50분과 사이클 1시간, 저녁에 유산소 운동 1시간 정도 해서 하루 3시간 정도씩 운동한다.
“유명한 헬스 트레이너가 직접 전화를 해서 하시는 말씀이 자신이 지금까지 약 1천5백 명 정도 다이어트를 지도했는데 그중 8명만 빼고 전부 요요가 왔대요. 그 8명도 헬스 트레이너가 된 덕분에 요요를 피할 수 있었다고요. 그들의 다이어트 일지를 봤더니 하루에 운동을 8시간 이상 하고 식사량도 너무 적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생각한 게 ‘평생 할 수 있는 다이어트를 하자’였어요. 솔직히 저는 다이어트 자체가 그렇게 힘이 들진 않았어요. 밤 10시에 운동이 끝나도 고구마 하나와 달걀은 무조건 먹었어요.”
피할 수 없었던 요요현상
그렇다고 다이어트 기간 중 힘든 날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처음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바로 요요가 왔을 때는 대인기피증상까지 보일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헬스걸’ 코너를 마치고 떠난 부산 여행에서 단 3일 만에 10kg이 불어 돌아온 것.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맞던 드레스가 하루아침에 들어가지 않자 그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한심하고 못난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결국 그는 소속사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하고 ‘잠수’를 탔다. ‘당장 내일부터 다시 살을 빼야지’ 했지만 마음을 다잡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 선택한 원푸드 다이어트는 잠깐 살이 빠질 뿐 금세 요요를 불러왔다. 이런 일이 몇 번에 걸쳐 반복되자 그는 5개월 이상 은둔형 외톨이에 섭식장애, 폭식증, 거식증까지 걸려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오래전 아버지가 쓴 자신의 육아일기를 읽고서다. 권미진이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한참 커서까지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었는데,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에 흙을 묻힌 날, 그가 좋아하는 인형을 시골 할아버지 댁에 두고 와 다시 차를 돌려 인형을 가져온 얘기 등 소소하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일기를 보고 권미진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자신이 부모에게는 누구보다 귀한 존재라는 걸 모르고 스스로 못났다고 자책한 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헬스걸’ 시작할 때부터 쓰기 시작한 다이어트 일기도 그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권미진은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일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어요. 요즘도 예전에 썼던 일기를 보고 새롭게 의지를 다져요. 내가 왜 운동을 하는지, 왜 살을 빼는지 스스로 타당성을 찾는 거죠. 결론은 건강이에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고 하잖아요. 예뻐지는 건 덤이고 건강하고 당당한 몸을 위해 조금 힘들어도 식욕과 같은 원초적인 유혹을 참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단 하루도 뚱뚱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권미진에게 ‘헬스걸’ 코너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개그우먼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그는 개그 소극장 오디션을 보고 견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전단지 붙이는 것부터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중 두 번의 낙방 끝에 세 번째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 뚱뚱한 캐릭터로 소소한 역할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 날 김석현 전 ‘개그콘서트’ PD로부터 살을 더 찌워서 100kg이 넘으면 코너를 한번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인지도 낮은 신인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라 여겼던 권미진은 김 PD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며칠 동안 마음껏 먹고 마시며 살을 찌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PD가 타 방송사로 이적하는 바람에 코너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일 있고 얼마 뒤 연습실에서 선배들한테 ‘저 어제 누워서 ‘개콘’ 보다가 제 살에 제가 눌려서 숨 막혀 죽을 뻔 했어요’ 했더니 다들 박장대소하고 웃는데, (‘헬스 보이’) 이승윤 선배는 심각하게 저를 쳐다보더니 지난번 하려고 했던 코너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하더라고요. 사실 승윤 오빠와는 개그맨이 되기 전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무명 시절 둘이 치킨을 그렇게 먹어댔어요(웃음). 자기 때문에 제가 더 뚱뚱해졌다는 자책감을 갖고 있었는지 언젠가는 저도 꼭 자기처럼 살을 빼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승윤 선배의 권유로 ‘헬스걸’을 시작하게 됐어요.”
‘전방위 아티스트’로 불릴 그날을 위해…

“둘이 같이 가서 골랐는데 남자친구한테 목걸이를 선물받았다는 것도, 제 목에 목걸이가 걸린다는 사실도 기적처럼 느껴졌어요(웃음). 남자친구는 제 과거 모습을 알고도 좋아해줘요. 서로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단계예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전 이제 두 살이잖아요. 애기가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하하.”
다이어트로 달라진 건 비단 외모뿐이 아니다. 다이어트와 관련해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서 그의 꿈은 인기 개그우먼에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무한대 아티스트’로 업그레이드됐다. 그가 블로그 포스팅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도 자신을 롤 모델로 삼은 수많은 다이어터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서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에는 깨알 같은 다이어트 정보와 남자친구와의 달달한 연애 스토리가 소상히 기록돼 있다. 또 지난 5월 말에는 자신만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담은 책 ‘헬스걸 권미진의 성형보다 예뻐지는 다이어트’를 펴냈다. 이는 지난해 출판한 ‘헬스걸 권미진의 개콘보다 재밌는 다이어트’ 후속으로, 1권이 지방 덜어내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이번에는 살 빼기와 더불어 외모 가꾸기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대만에도 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블로그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대만에 가본 적도 없는데 먼 곳에서까지 저를 응원해주신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감사해요. 요즘 다이어트와 관련해서 강연 의뢰가 자주 들어오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솔직한 제 얘기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해요. 살 빼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디라도 달려갈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개그를 그만두는 건 결코 아니에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줄 아는 재주가 없을 뿐이죠. 아이디어 회의에 제대로 참석 못 하면 함께 코너를 하는 동료에게 피해만 주잖아요. 지금은 다이어트 관련 일이 조금 더 재미있는 게 사실이지만, 개그는 천직이라 여기고 평생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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