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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소장펀드’ 뜯어보기

애물단지냐? 중박이냐?

글·홍수용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사진·REX 제공

2014. 05. 08

납입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장기 펀드’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하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과 절차 때문인데, 꼼꼼히 따져보면 의외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소장펀드’ 뜯어보기
서울 강남의 최고가 아파트 타워팰리스는 1990년대 말에는 미분양 상태였다. 삼성그룹은 그 ‘애물단지’를 임직원들에게 팔았다. 미분양을 떠안았던 임직원들이 나중에 큰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3월 17일 첫선을 보인 소득공제 장기 펀드(이하 소장펀드)를 보면 미분양 아파트가 떠오른다. 이 펀드의 1개월 판매 실적은 2백30억원. 펀드업계가 예상한 3천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식시장 분위기도 별로여서 일부 가입자들은 벌써 ‘괜히 들었나’ 하는 후회를 한다고 한다. 서민들의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고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던 이 펀드는 어쩌다 애물단지가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장펀드로 대박까지는 아니라도 중박 정도의 수익은 낼 수 있다. 1990년대 말 미분양 아파트와 비교하면 안정성 측면에선 전망이 훨씬 밝다. 소장펀드에 관해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짚어 봤다.

1. 헷갈리는 가입 자격 ‘연봉 5천만원’

소장펀드는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 펀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다. 돌려받는 세금만으로 연 6%가 넘는 수익을 내는 셈이어서 가입할 수만 있다면 이만한 금융 상품이 없다.

가입일 기준으로 직전 과세 연도의 총급여액이 5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만 가입할 수 있다. 이때 총급여액은 1년 동안 회사에서 받은 급여에서 6세 이하 자녀 양육비, 야간근로 수당, 업무 관련 학자금처럼 원칙적으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비과세 급여를 뺀 ‘과세 대상 급여’를 뜻한다. 따라서 실수령액이 연간 6천만원이라도 비과세 급여가 1천만원 이상이라면 가입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과세 대상 급여가 얼마인지를 모르고 대충 생각해서 연봉이 5천만원은 넘을 것 같아 애초부터 가입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소장펀드 가입 실적이 부진한 데는 이런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 무턱대고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서 “소장펀드에 가입하겠다”고 하면 소득을 증명하라고 한다. 허탕을 치기 십상이다. 그럼 자신의 과세 대상 급여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간단한 방법이 있다.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에 가서 소득확인증명서를 떼어보라. 거기에 표시된 총급여가 곧 과세 대상 급여다. 이 금액이 연간 5천만원 이하라면 가입 자격이 되는 것이다. 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등은 가입할 수 없다.

2. 연간 6백만원 적립 때 39만원 환급

소장펀드의 연간 가입 한도는 6백만원.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소장펀드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액을 합산했을 때 1년에 6백만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 펀드의 장점은 명칭이 말해주는 대로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에서 가입액만큼 줄여줘 세금 납부액이 감소하는 효과(세금 환급 효과)가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납입액의 40%가 소득공제 금액이다. 예를 들어 연간 6백만원을 납입했다면 2백40만원을 소득공제 받아 연말정산을 할 때 39만6천원을 환급받는다.

이런 혜택을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가입 후 최장 10년까지 혜택을 준다. 5년이 되기 전에 해지하면 가입 후 환급받은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 예외는 있다. 펀드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외국으로 완전히 이민을 가는 등의 사유가 발생해 중도 해지하면 환급 세액을 다시 추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소장펀드’ 뜯어보기
3. 가입 대상 더 완화될 가능성

소장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창구에서 들 수 있다. 가입 기한은 2015년 말. 다시 말해 2015년 말까지 이 펀드에 든 사람은 2025년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만 2016년부터는 신규 가입이 안 된다.

특정 자산 운용사가 운용하는 소장펀드에 가입했는데 수익률이 부진하면 해당 운용사가 운용하는 다른 펀드로 옮길 수는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또 소장펀드는 투자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자산의 40% 이상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해외 주식과 채권 등 여러 부문에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예금자 보호 대상도 아니다.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과세 대상 연봉이 5천만원을 초과하는 사람들로서는 정부 정책의 추이를 좀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이미 여론이 가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어 정부가 가입 대상을 연봉 6천만원 초과 등으로 늘릴 여지가 있다. 기획재정부로서는 나랏돈이 없다며 이런 돈 드는 일을 하고 싶지 않겠지만 ‘가입 대상을 늘리라’는 여론이 더 커지면 다른 소득공제 항목을 줄이는 정책적 조율을 해서라도 제도를 수정할 여지가 있다. 올 8월에 나오는 세제 개편안을 기다려보라.

4. 소장펀드가 그림의 떡인 사람들은

연봉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펀드는 재테크에 꼭 필요하다. 요즘 집 사는 대신 펀드 투자로 돈을 굴리려고 마음먹은 과세 대상 급여 5천만원 이상인 직장인이라면 소장펀드에 가입 못한 아쉬움이 크겠지만 다른 펀드로 분산 투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자가 증권업계 오랜 지인들에게 “당신의 가족에게 어떤 펀드를 추천하겠느냐”고 물어봤다. 의견이 갈리긴 했지만 대체로 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의 흐름을 쫓아가는 인덱스 펀드 리스트를 꼽았다. 인덱스 펀드는 펀드 가입에 드는 비용인 총보수가 싸다.

펀드에 드는 사람이 내야 하는 비용은 보수와 수수료가 있다. 보수는 자산 운용사가 떼는 운용보수,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를 파는 회사에서 떼는 판매보수, 주식을 보관하는 수탁 회사에서 떼는 수탁보수, 사무관리 회사가 떼는 관리보수를 합친 것이다. 수수료는 판매사에서 한 번만 받아간다. 보수와 수수료는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가장 싸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펀드를 추천받아 집에서 인터넷 뱅킹으로 들면 된다.

인덱스 펀드는 이 가운데 보수가 싸다. 또한 개별 종목을 일일이 분석하지 않고도 전체 평균과 비슷한 수익을 내는 장점이 있다. 인덱스 펀드가 과거 7년 정도 수익률이 부진한 상태였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바닥을 치고 오를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홍수용 기자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다. 재테크 서적인 ‘나는 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레인메이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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