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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플 때 점검하고 건강하게 맞는 100세”

세브란스체크업 전재윤 원장

글·김현미 전략기획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4.04.02 17:15:00

병원을 싫어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평소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어 갈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 병에 걸렸다는 확진을 받을까봐 무서워서 못 가는 사람.
그러나 어느 쪽이든 건강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방심하다 때를 놓치면 돈을 주고도 되찾을 수 없는 게 건강이기 때문이다.
“안 아플 때 점검하고 건강하게 맞는 100세”
‘세브란스체크업’은 신개념의 건강검진센터다. 서울 중구 서울역 맞은편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지하 1층에 오랫동안(19년) 자리 잡았던 ‘건강증진센터’를 지난해 3월 4일 같은 건물 지상 4~5층으로 옮기면서 이름도 ‘체크업(Checkup)’으로 바꾸었다. 체크업은 ‘건강을 점검(Check)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상(Up)시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브란스체크업은 문패만 바꿔 단 게 아니라 시설과 시스템 모두 일신했다. 일단 규모 면에서 종전에 비해 3배나 커졌고 1일 평균 수검 인원은 1백20명 안팎, 최대 1백50명까지 검진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간, 심장, 알레르기, 내시경 분야 전문의 20명과 ‘체크업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전문 상담 간호사 20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 1백20여 명이 상주한다. 기존 인력의 2배다. 또 필수 영상장비인 MRI와 CT는 물론이고, 암과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데 가장 예민하다는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를 설치해 병원까지 이동할 필요 없이 원스톱으로 정밀검진을 받을 수 있다.

막강한 의료진, 최신식 의료장비, 쾌적한 편의시설, 기대 이상의 세심한 검진 서비스까지 갖춰 놓으니 세브란스체크업 전재윤(66) 원장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일단 방문해보면 안다”고 큰소리를 친다.

▼ 건강증진센터가 세브란스체크업으로 바뀐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시설과 시스템이 바뀐 것을 알리려면 이름부터 바꾸자고 했다. 사실 건강증진센터라는 명칭이 너무 식상했다. 앞에 세브란스까지 붙이면 너무 길어서 부르기도 벅찼다. 브랜드네이밍 전문가가 ‘체크업’을 제안했을 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세브란스와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어서 모두 찬성했다. 보통 건강검진을 할 때 ‘체크업 한번 해봐’라고 말하지 않나. 바로 그 체크업이자 ‘건강을 점검하고 향상시켜준다’는 의미의 체크업이기도 하다.



▼ 검진센터가 이곳에 세워진 지 올해로 20년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1994년 6월 이 건물(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지하 1층에서 시작했으니 올해로 20년이다. 사실 지리적 편의성 때문에 한동안 검진센터를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로 옮기는 문제를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브란스의 뿌리인 이곳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알다시피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연세대 의과대학이 1962년까지 이곳에 있었다(참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이 제중원으로 바뀐 뒤 1904년 서울역 맞은편 자리로 옮겨와 오늘날 세브란스병원이 됐다). 그런 역사성 때문에 체크업이 이 자리에 남게 됐다.

교수급 의료진을 주치의로 만드는 법

“안 아플 때 점검하고 건강하게 맞는 100세”

세브란스체크업의 특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신체리모델링’. 각종 신체계측과 함께 3D 체형, 유연성, 보행, 척추, 균형, 호흡근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신체의 균형을 맞춰 강화하는 운동 처방을 해준다.

▼ 체크업에서 본원까지 6km가량 떨어져 있는데 그런 지리적 약점을 극복한 비결은 무엇인가.

발상의 전환이다. 건강검진은 내 몸에 이상이 없나 점검하는 것이다. 여기서 만약 비정상 소견이 발견되면 병원으로 가야 한다. 병원과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수검자들을 위해 우리는 거꾸로 의사를 이곳으로 모셔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유소견자 우선 진료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이를 위해 신경과 김승민 교수, 류마티스의 이수곤 교수, 호흡기내과 김세규 교수, 골다공증 임승길 교수, 심장내과 하종원 교수, 갑상선 이은직 교수가 주 1~2회씩 이곳을 방문한다. 예를 들어 검진 결과 갑상선에 이상 소견이 있으면 일단 내가 상담을 하면서 간단히 설명을 하고, 월요일에 전문가인 이은직 교수가 와서 직접 검사 결과를 보며 수검자와 전화로 상담을 한다.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말씀을 들으셨겠지만 지금은 양성으로 보이고, 당장 치료 받을 필요는 없으니 6개월 뒤 다시 검사를 해보자’라거나 ‘당장 조직검사를 해야 하니 몇 월 며칠 병원으로 오시라’고 외래 예약을 해준다. 대학병원 외래 진료 예약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그런데 체크업에서는 수검자들을 위해 그 분야 전문가를 선택해 예약까지 알아서 해준다.

▼ 유소견자 우선 진료 시스템이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사례가 있나.

2주 전 박모 씨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2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속이 쓰린 것 같다고 해서 위 내시경 검사를 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 다시 심전도 검사를 했다. 심장내과 의사가 심근경색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그 자리에서 모든 검사를 중단한 뒤 앰뷸런스에 태워 본원으로 보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응급실까지 심장내과 의사가 동행했다. 물론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응급실, 심장검사실, 심장중환자실까지 이런 환자가 가니까 대비하라고 미리 연락을 해놓았다. 응급실에서 간단한 처치를 하고 혈관조영술로 확인하니 혈관이 혈전으로 거의 막힌 상태여서 이 환자는 1박 2일 입원 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하다 심장질환을 발견한 것은 천운이기도 하다. 많은 환자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갑자기 심장에 이상이 생겨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며칠 전 그 환자가 결과 상담을 하러 와서 이처럼 잘 준비된 시스템에 감동 받았다며 연세의료원에 1억원을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안 아플 때 점검하고 건강하게 맞는 100세”

1 건강검진 결과를 보며 직접 상담을 하고 있는 전재윤 원장. 2 여성의 유방암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검진 시설.

▼ 기본 검사를 담당하는 의료진도 교수급이라고 들었다.

의료진이야말로 다른 건강검진센터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알레르기 분야 홍천수 교수가 수검자를 직접 만난다. 내시경 검사도 이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소화기내과 이용찬 교수와 김태일 교수가 요일별로 방문해서 직접 한다. 그 밖에 산부인과, 비뇨기과, 치과, 영상의학과 등 전담 의료진을 대폭 보강했다. 분야별 교수급 명의들이 직접 검사를 한다고 보면 된다.

▼ 전 원장님도 소화기내과(간암 및 질환) 전문가로 한때 특진 대기자가 1천 명이 넘은 소문난 명의 아닌가.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하기 전에는 하루에 환자를 1백 명 이상 본 적도 있다(웃음). 체크업에서 일해 보니 병원과는 많이 다르더라. 병원에서는 환자 보는 시간이 길어야 5분을 넘지 못한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다음 환자가 기다리니까 ‘3개월 뒤에 오시고’로 끝난다. 특히 간 질환은 한 번 환자가 평생 환자다. 간염에서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본인이 싫어서 그 병원을 떠나기 전까지는 환자와 담당 의사가 십 수 년씩 계속 만나지만, 정작 환자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들을 시간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그 환자들이 건강검진을 핑계로 체크업에 찾아온다. 15~20분씩 인간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안 아플 때 점검하고 건강하게 맞는 100세”

3 지하에 있던 건강증진센터를 4~5층으로 확장·이전하면서 수검자들이 이동하는 공간과 대기실이 넓고 쾌적해졌다. 4 수면내시경을 마친 수검자들이 30~40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건강 상태 속 시원하게 묻고 충분히 들어라

▼ 수검자가 건강검진을 선택할 때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전이다. 그것은 세브란스체크업의 모토이기도 하다. 며칠 전 실제 벌어진 일이다. 회의 중 갑자기 직원이 ‘코드블루! 코드블루!’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마비 환자가 생겼다는 위급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 달려갔더니 수검자가 PET-CT 촬영을 하다가 심장마비가 왔다고 한다. 체크업 의료진 대부분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바로 인공소생술을 한 뒤 환자를 본원으로 옮겼고 무사히 회복했다. 건강검진에서도 주사를 놓고, 수면내시경을 위한 진정제나 영상촬영을 위한 조영제를 쓰기도 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건강을 지키려고 검사를 하지만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의료진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건강에 딱히 이상이 없는데 매년 건강검진을 할 필요가 있나.

사람들은 암을 무서워한다. 흔히 무섭고 싫은 것을 ‘암적 존재’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조차 암에 대비하지 않는다. 간을 예로 들면 만성간염 환자들은 간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3개월, 6개월에 한 번씩 복부 초음파검사를 하면 간암이 생긴다 해도 조기에 발견해(1기 2cm 이하) 95% 이상 완치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이 B형 간염인지 C형 간염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옆구리가 결리고 아파요’라고 오면 이미 간암 말기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장암 검사는 용종이 있을 때는 3년에 한 번, 용종이 없으면 5년에 한 번만 해도 된다. 위내시경은 6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이하는 2년에 한 번을 권한다. 항목별로 검사 주기가 있으므로 매년 기본검진을 받고 자신에게 취약한 부분을 선택해서 검사하면 된다.

▼ 요즘 건강검진은 기본검진 외에 선택 항목이 너무 많아져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또 선택 항목을 늘려 비용만 높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을 보면 1위 뇌출혈, 2위 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 3위 암, 4위 자살, 5위 각종 사고다. 상위 3가지만 해결돼도 1백세까지 가능하다고 보는데 체크업의 특화검진인 뇌 MRI, 심장 CT, PET-CT는 이 3가지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검사다. 그렇다고 매년 이 검사를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3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하면 된다. 체크업의 검진 프로그램은 ‘생애관리’와 ‘맞춤형 건강검진’ 두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검자의 연령과 신체 상황, 예산 범위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불필요한 중복 검진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체크업 예약 상담실에는 8명의 정규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일단 검사를 받은 분들에게 한 달 뒤 전화를 걸어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6개월 뒤 재점검, 1년이 다 될 즈음에는 지난해 검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 검사 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상담을 해준다.”

▼ 그것이 체크업이 자랑하는 사후 관리 시스템인가?

우리는 ‘사후’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어감이 나쁘지 않나. ‘검진 후 관리’라고 하는데 검진 예약만 해드리는 게 아니라 언제든 건강 상담을 해준다. 한번은 간섬유·지방 스캔 검사를 받은 분이 검사 후 두드러기가 났다며 전화로 문의를 해서 내가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수검자는 몸에 이상이 느껴지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체크업으로 전화하면 된다.

▼ 요즘 체크업의 ‘신체리모델링’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소아심장학 분야 전문가인 설준희 교수가 미국에서 스포츠의학을 하 고 돌아와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원래 심장 수술을 하기 전 미리 운동 처방을 하면 수술 뒤 회복이 빠르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신체 균형이 무너져서 허리, 다리에 통증이 생기거나 특정 질환이 없는데도 걷는 데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신체리모델링을 통해 잘못된 자세를 고치고 운동처방을 받은 뒤 효과를 봤다는 말을 많이 한다.

‘병을 알면 거의 나은 것이다’라는 속담도 있다. 건강검진을 귀찮아 할 필요도,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 내 몸에 문제가 생겼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는 게 거의 다 나은 셈이니까.

전재윤 원장은…

간암 및 간질환 전문가로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필라델피아 토마스제퍼슨 의대에서 수학했다. 이후 연세대 의과대학 소화기병연구소 소장,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제1진료부원장·응급진료센터 소장·소화기병센터 소장, 연세의료원 기획조정 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해외 의료 선교를 준비해왔으나 2013년 3월 세브란스건강증진센터가 체크업으로 바뀐 뒤 첫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선교의 소명을 잠시 뒤로 미루고 ‘100세 시대의 즐거운 건강검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광중학교 시절 지금은 야구 해설가로 유명한 하일성 씨와 함께 야구선수로 활약하기도 한 스포츠 마니아다.

“안 아플 때 점검하고 건강하게 맞는 100세”


여성동아 2014년 4월 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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