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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성 풍속도는 21세기, 성교육은 19세기

글&사진·이수진

2011. 06. 30

성 풍속도는 21세기, 성교육은 19세기


요즘 중국의 거리나 공원,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대담한 애정 행각을 벌이는 커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거리의 성 풍속도는 21세기로 달려가는 중국이지만 성교육에 관한 한 아직 19세기라고 해도 될 만큼 소극적이다.
자주 가는 찻집에서 알게 된 샤오후는 이제 막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찻집에 취직한 스무 살 아가씨다. 고향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샤오후는 “학교에서 처음 성교육을 받은 것이 언제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인체 및 생리에 관해 배운 것이 전부예요. 그런데 친구들은 얼굴이 빨개져서 책상 위에 엎드리고, 선생님도 집에서 교과서를 읽어보라며 얼버무리고 지나가더라고요. 부끄럽잖아요.”
학교 분위기가 이럴진대 가정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한 중국 친구는 “가끔 아들과 함께 TV를 보다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키스신이 나오면 당황스럽다”며 “황급히 자리를 뜨거나 어색한 침묵 속에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설문조사 결과 처음 성교육을 접하는 연령대가 중국은 평균 13.7세로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34위였다. 그러나 또 다른 조사에서 15~19세 청소년 가운데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남학생의 10%, 여학생의 8%에 이르렀다.

몽정, 초경… 뒤늦게 성교육의 중요성에 눈떠
이처럼 성을 대하는 태도가 극과 극을 달리는 가운데, 성교육이 불충분하다 보니 갈수록 성장 발육이 빨라지는 요즘 아이들은 주로 인터넷이나 친구들로부터 성에 관해 듣고 배우면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 성경험 시기가 빨라지면서 혼전 임신과 낙태를 하는 연령도 낮아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가구 1자녀’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낙태가 합법이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은 ‘인공유산 휴가’, 설이나 노동절, 국경절 등 명절 및 연휴는 ‘낙태주간’이라 불릴 만큼 산부인과가 대목이라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실제로 돈벌이에 급급한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메신저로 상담을 받아 부모의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청소년들에게 낙태 수술을 해준다.
잦은 낙태로 인한 영구 불임, 성병 등의 문제는 개인의 인생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성교육을 통한 건전한 성의식 확립에 팔을 걷어붙였다. 과거 민간단체 주도로 일회성 강연에 그쳤던 성교육이 유치원, 초·중·고 등 제도권 교육 내로 흡수되고 있다. 남녀의 성 차이와 생리적 변화는 물론 심리적,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이성교제, 임신 및 출산, 가정 꾸리기 등 일련의 총체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성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안착시키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베이징 시교육위원회는 최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성교육 요강 초안을 발표하는 한편, 지난 2년 동안 30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해온 성교육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45개 학교에 확대 실시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가정 내 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한 성교육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성 지식만 보면 요즘 아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이 안다고 할 수 있지만, 부모가 성을 대하는 태도가 자녀들의 건강한 성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 가정에서는 몽정 교육은 아빠, 초경 교육은 엄마가 맡는 등 역할 분담을 하되 아이들의 호기심을 묵살하지 않고, 최대한 진지하고 솔직하게 아이들과 성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 풍속도는 21세기, 성교육은 19세기

중국 한 소학교 게시판에 성교육 관련 자료가 게시돼 있다. 오른쪽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 장면.



이수진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문화부·산업부·경제부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5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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