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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주목! 이 남자

휴머니스트 박신양 그가 돌아오다

글·김민지 기자 사진·이기욱 기자

입력 2011.02.17 14:56:00

박신양이 SBS 수목드라마 ‘싸인’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출연료 논란으로 무기한 출연정지를 받은 지 3년 만이다. 그동안 수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오로지 연기하는 순간만을 떠올렸다는 박신양. 좋은 작품으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어 연이은 밤샘 촬영도 즐겁다는 그를 만났다.
휴머니스트 박신양 그가 돌아오다


“누구에게나 파도와 폭풍은 언제든 있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믿고 싶은 건 ‘약속이 지켜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죠.”
2010년 11월 초 박신양(42)이 자신의 트위터(@ParkShin Yang)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곧 2년여 만에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다. 배우의 연기 활동은 당연한 일이지만 박신양의 드라마 복귀는 세간의 화제였다. 2008년 12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끝날 즈음 고액 출연료 논란으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그에게 무기한 출연 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 내용은 이렇다. 박신양은 2007년 드라마 ‘쩐의 전쟁’ 번외편 촬영료 중 3억4천1백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측은 “거액의 출연료를 요구해 드라마 발전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그의 드라마 출연을 금지했다. 지난해 5월 박신양이 승소해 사건은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이런 극단적인 조치는 팬들에게 충격이었다. 하지만 박신양은 “좋은 작품으로 계속해서 연기하겠다”며 드라마 출연 금지 처분에 개의치 않아왔다.
그런 그가 올 1월 SBS 수목드라마 ‘싸인’의 제작보고회를 통해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최초 메디컬 수사극을 표방하는 이 드라마는 사건 희생자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박신양을 비롯해 전광렬, 김아중, 엄지원 등이 출연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신생제작사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박신양은 “2백여 편의 시나리오를 보며 복귀작을 검토했다”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기 어려웠는데 이 드라마는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평소 시나리오를 많이 읽다보니 세 페이지만 봐도 얼마만큼 공 들여 썼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무게감과 완성도가 달랐죠. 누가 썼는지 궁금해서 만나고 싶었어요. 작가, 감독, 제작사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기획의도가 순수하고 분명하다는 생각에 ‘이 이야기만큼은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드라마 ‘싸인’의 소재는 죽음이다.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법의학자들의 활약을 통해 ‘이 시대 진정한 정의는 무엇인가’란 화두를 던진다. 박신양이 연기하는 윤지훈은 극 중 유일하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인물. 국내뿐 아니라 세계 법의학계가 주목하는 천재 법의학자로, 어렸을 적 의문사로 남을 뻔한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준 스승 정병도(송재호)에 의해 법의학도의 길을 걷게 됐다. 권력욕이 강한 법의학자 이명한(전광렬)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신양은 평소 자신의 캐릭터를 철저히 연구하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법의학자 윤지훈이 되기 위해 촬영 2~3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우선 법의학자가 하는 일을 파악하고자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 부검 장면을 수차례 참관했다.
“아마 1백 구 이상의 시체를 본 것 같아요. 임신한 채 죽은 여자, 생후 5일된 아이 등 다양한 시체를 봤죠. 처음 부검하는 장면을 본 뒤 그 충격이 너무 커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어요. 부검실에 들어선 순간 풍기는 지독한 냄새도 힘들었죠.”

휴머니스트 박신양 그가 돌아오다


박신양은 주량이 맥주 한 잔일 정도로 술을 즐기지 못한다. 그러나 충격적인 부검 장면을 목도한 뒤 그는 술을 찾았다.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놨다. 그렇게 해야만 왠지 무서운 광경들을 떨쳐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윤지훈이란 캐릭터에 몰두하며 혼란스러웠던 박신양은 전국에 있는 법의학자들과 만나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죽은 자의 마지막 유언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삶의 진정한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도 사람이기에 인간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서 이 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바로 법의학자란 걸 깨달으면서 제가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시신 놓였던 부검대 위에서 밥 먹으며 밤샘 촬영
박신양의 복귀작 ‘싸인’은 김태희·송승헌 주연의 MBC 수목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다. “경쟁작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박신양은 “다른 드라마를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다”며 “지금 내 라이벌은 추위와 잠뿐”이라고 대답했다.
“1월1일부터 전남 장성군 서삼면 대덕리에서 촬영이 있었어요. 세트장인 줄 알고 갔는데 진짜 부검실이더라고요. 시체를 보관하는 냉동고와 수천 구의 시신이 놓였던 부검대 옆에서 밤새 촬영했습니다. 그러다 배가 고파 부검대 위에서 밥을 먹었죠. 다음 날도 부검실에서 촬영했는데 추워 죽을 뻔했어요.”
박신양은 강추위 속 밤샘 촬영으로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가 이 드라마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각별해 보였다.
“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사람이 참 많이 죽어요. 그것도 극악무도한 방법으로요. 영화 흥행 때문에 처참하게 죽은 영혼들은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란 생각을 했는데,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저 불쌍한 영혼들이 억울하게 죽은 사연을 풀 차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제가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예요.”
‘LOVE(사랑)’. 박신양이 트위터 자기소개 글에 첫 번째로 쓴 단어다. 그는 지금 자신이 최고로 여기는 ‘사랑’이란 단어 그대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먼저 그의 진심이 담긴 연기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론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을 지원하는 박신양장학회 운영이나, 지난 연말 열렸던 건축가 양진석과의 기부 콘서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연기를 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고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어요. 하루하루가 이렇게 기쁘고 행복하다는 걸 제 진심을 다한 연기로 시청자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11년 2월 5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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