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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엄마는 아름답다

엄마 송채환에게 생긴 변화들

연기 아닌 아이들이 최우선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1. 18

인기 조연으로 촬영장을 종횡무진하다 결혼 후 방송활동이 뜸해진 송채환. ‘요즘 뭐 하고 살지’ 하는 궁금증이 들던 찰나, 그가 토끼같이 예쁜 두 아이와 함께 사는 러브하우스를 공개했다.

엄마 송채환에게 생긴 변화들


경기도 파주에 자리한 근사한 전원주택. 그곳에서 안주인 송채환(43)과 그의 보물, 소울이(7)와 예성이(5)를 만났다. 안면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건만 기자는 송채환을 보자마자 덥석 손부터 잡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 마음이기도 했고, 몇 차례 인터뷰 요청에 매번 “작품 하는 게 없어서 인터뷰는 안 해요” 하고 고사하던 그였기 때문이다.
‘배꼽 인사’를 하는 두 아이 뒤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송채환은 짧은 커트 머리가 발랄해 보였다. 집 안에 들어서자 높은 천장의 거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홍빛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 앉자 찬 기운은 단숨에 수그러들었다.
그가 이곳에 둥지를 튼 지도 어느덧 10년. 처음에는 연로한 친정부모를 위해 전원생활을 선택했는데, 결혼 후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전원생활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고 한다. 사계절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좋고,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을 식탁에 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가을에는 부모님이 텃밭에서 키운 배추 80포기로 김장을 해 오빠네로, 동생네로 배달도 해줬다. 두 꼬마도 자신들이 물 줘서 키운 오이와 고추를 따며 즐거워하고, 가을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밤과 도토리도 주우러 다닌다고 한다. 그동안 송채환은 한적한 이곳에서 두 아이의 엄마이자 든든한 맏딸로 소박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느라 연기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저는 몰입형이에요. 결혼 전에는 일과 부모님에게 미쳤고, 결혼 직후에는 남편에게, 또 지금은 아이들에게 미쳐 있어요(웃음). 남편이 영화 작업 때문에 주로 미국에 머물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아빠 노릇까지 해주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거든요. 하루에도 수십 번 아이들과 입을 맞추고 ‘사랑해. 고마워’란 말을 자주 해줘요.”
하지만 그동안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들을 키우다시피 하는 상황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는 결혼 후 지금껏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체념이 된다고 했다. 한동안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던 적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예고된 결혼생활이었기에 원망하고 불평하기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 아이들에게도 “아빠는 영화 때문에 미국에 계시고, 예술가이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자주 설명해준다고 한다. 그의 남편 박진오 감독이 최근 연출한 영화 ‘키스할 것을’은 2010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현재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보며 아이들에게 토끼·곰 찾아주는 다정한 엄마

엄마 송채환에게 생긴 변화들

일본 가족여행 중 두 아이와 함께. 송채환의 취미 중 하나는 아이들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말조심을 많이 해요. 소울이가 갓난아기일 때 젖을 물리면서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곤 했는데 그동안 아이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아이가 불쑥 얘기를 꺼내 깜짝 놀란 적이 있거든요. 그날 이후 아이에게도 어른과 똑같이 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조심스러운 게 ‘아이 눈에 엄마가 어떻게 비춰질까’하는 점이에요. 서너 살 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 앞에서 너무 약한 모습을 보였던 건 아닌지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감기에 걸려서 제가 ‘소울아 엄마가 대신 아파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하면 ‘안 돼, 엄마. 내가 지금 얼마나 아픈데 엄마가 아프겠다고 그래’하면서 끙끙 앓는 아이거든요. 그에 비해 둘째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엄마 송채환에게 생긴 변화들


아이를 키우면서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곤 한다. 아이의 능력보다 더 큰 걸 원할 때면 ‘나도 그랬었지. 벌써부터 이러는 건 욕심이지’하면서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쓴다고. 엄마의 마음이 편해야 육아도 즐겁다는 사실을 날마다 깨닫는 요즘이다.
“흔히들 ‘미운 일곱 살’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동안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아이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행복하잖아요.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을 수시로 하는데, 제가 ‘고마워’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우리가 엄마 앞에 나타나줘서?’하면서 자기네들이 이유를 더 잘 알아요(웃음).”
송채환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달려와 안길 때마다 뽀뽀를 해주고 가슴 깊이 안아주면서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열 번도 넘게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낯설어서인지 가끔은 주위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엄마가 집에서도 이러니?” 하고 물을 정도. 그는 아이들과 놀 때도 열정적이다. 책을 읽어줄 때도 구연동화 하듯 실감나게 연기를 선보이는데, 소아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앞에 병원에 있는 아이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한다.
“하루는 소울이가 받아쓰기를 하기 싫어하기에 어떤 일이든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줬어요. 그러면서 ‘하늘을 보면 구름이 있는데, 구름 속에서도 재미있는 모양을 찾을 수 있어. 저기 봐. 토끼도 있고, 곰도 있네?’했더니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아이들이 하늘을 뚫어져라 올려다보며 서로 곰을 찾았네, 토끼를 찾았네 하면서 좋아하더라고요(웃음). 또 아이들은 제 마음속에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옆에 없어도 늘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오늘은 둘째가 할머니와 글씨 쓰기 연습한 종이를 보여주면서 자랑하기에 제가 눈을 감고 ‘카메라를 돌릴게’ 했더니 ‘엄마, 보여?’하면서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1분1초가 모두 소중해요.”

아이들 자라 시간 여유 생긴 후 골프클럽 사업에 도전

엄마 송채환에게 생긴 변화들


지금껏 아이들에게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온 송채환은 지난해 소울이와 예성이가 집 근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최근 지인으로부터 골프클럽 사업을 제안받아 ‘럭셔리21(www.luxury21.kr)’ 공동대표직을 맡았다. 럭셔리21은 기존 골프클럽에서 벗어나 다양한 골프 체험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한다는 사업목표 아래 번개 라운딩, 유명 골프장 부킹 서비스, 유명 프로의 레슨, 유명인과의 동반 라운딩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골프는 10여 년 전에 잠깐 하다가 포기했어요. 연기하느라 바빠 라운딩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이번 사업을 계기로 골프채를 다시 잡았는데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재미가 있더라고요. 평소 하는 운동이라고는 뒷산 오르기밖에 없는데, 골프도 많이 걷는 운동이란 점에서 저와 잘 맞아요. 나이 마흔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도중 골프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반갑고 잘해보고 싶어요.”
스스로 “악바리 근성이 있다”고 말하는 송채환은 그동안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며 가정 경제를 책임져왔다. 연기 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수입이 많지는 않았지만 고정적으로 맡고 있는 CF와 홈쇼핑 출연만으로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연기를 그만두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그동안 몸이 바스라질 정도로 일을 많이 했고, 인생에 있어 일보다 소중한 게 더 많다는 걸 쉬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채환은 결혼 전 차에서 하루 2~3시간 자면서 버틴 날도 많았다고 한다. 하루 소화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6~7개는 기본이었는데, 드라마에 라디오 DJ에 연극까지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정도였다고. 그가 그토록 열심히 산 이유는 가장 먼저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이고, 다음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어서였다. 일찍 직장생활을 그만둔 아버지, 젊어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그는 실질적인 가장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에도 한집에 살면서 그는 최선을 다해 부모를 모셨다.

“솔직히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부모님께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면 서로 부담이 되고, 짜증도 나거든요. 하지만 누군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 얽매여 살면 네 인생은 뭐냐’고 묻기에 ‘내 인생에는 이미 부모님이 포함돼 있어’라고 답했어요. 쉽지 않되 자식이 부모를 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이유가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한편으로는 부모를 위하는 건 곧 나를 위하는 길인 것 같아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고, 나중에 부모님이 떠나신 뒤에 후회를 덜할 것 같거든요. 요즘은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귀여워 보일 때도 많아요.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면 깜짝 놀라면서도 좋아하세요(웃음).”

손자 손녀 커가는 모습 보며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하는 친정부모

엄마 송채환에게 생긴 변화들


손자 손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부모님을 볼 때면 ‘이보다 더 큰 효도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특히 요즘 들어 두 아이의 애교가 말도 못해 부모님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또 아이들은 외출할 때면 엄마보다 할아버지 할머니 챙기기에 바쁘다고 한다.
“예전에는 저한테 짐이 된다며 빨리 죽는 게 낫다고 말씀하시던 부모님이 요즘은 아이들 시집 장가 가는 모습 볼 때까지 오래 살고 싶다고 하세요. 제가 못한 걸 아이들이 부모님께 해드리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며칠 전에도 엄마한테 ‘소울이와 예성이한테 내가 큰절해야겠어’라고 했어요.(웃음)”
부모 입장에서 한 가지 안쓰러운 게 있다면 그가 남들처럼 남편의 그늘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서로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가 아이 낳고 잠시 출산 후 우울증을 겪었을 때도 부모는 같이 울고 같이 속상해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는 신앙생활을 통해 밝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고, 최근에는 교회 아동성가대에서 합창지도도 시작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물론 어린아이들이라 통솔하기가 쉽진 않아요.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칠 때면 아이를 꼭 안아줘요. 그러면서 귓속말로 ‘집사님은 너를 너무 사랑해. 너는 잘할 수 있어. 예쁘게 잘해보자’ 하고 얘기해줘요. 그러면 처음에는 심드렁해하던 아이들도 어느 순간 제 안으로 파고들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교회 안에 울려 퍼지면 각박했던 마음에도 꽃이 피고, 상처 받은 마음도 아물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일이에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재미에 빠져 있는 그가 언제쯤 다시 대중 곁으로 돌아올까. 연기활동을 재개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그는 “지금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대에 대한 그리움은 있다고 밝혔다. 2004년 소울이를 가지고도 만삭이 될 때까지 무대에 오른 연극 ‘오르골’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그는 잠시 회상에 잠기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싼 뒤 “1시간 반을 두 명이 끌고 가야 하는 2인극이었는데, 아이의 태동을 느껴가며 했던 작품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연극이 드라마보다 좋은 이유는 관객들이 연기를 기다려준다는 거예요. 무대 위에 올라 길게 한번 숨을 내쉬면 관객들이 단번에 집중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 느낌을 이어받아 연기를 시작하면 관객들은 또다시 제 호흡을 따라와요. 연기 좀 하려고 하면 ‘커트’를 외치는 드라마와는 달리 제 마음대로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무대가 그리운 이유일 거예요. 또 무대에만 오르면 자연스럽게 겸손해져요.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니까 연기자로서의 오만함, 겉멋을 버릴 수 있더라고요. 지금껏 연극 출연 제의를 받을 때마다 연습기간, 공연기간이 길어서 엄두를 못 냈는데 언젠가는 꼭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타인의 시선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송채환. 그는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잠시 비켜서 있었을 뿐 이미 실제 삶에서는 주연 배우로 화려한 질주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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