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하게 인생을 논하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드라마도 있다. 올 상반기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귀가시계’라는 타이틀까지 얻은 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선악이 뚜렷이 대비되는 인물 설정과 빠른 전개로 시청자가 극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끔 했다.
욕정 때문에 아내를 버리는 남편, 시부모에게 대드는 며느리, 한 치의 꾸밈도 없는 캐릭터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39)는 방송계에서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됐지만 동시에 ‘막장 작가’라는 오명도 얻었다. 드라마 방영 당시 게시판에는 자극적인 소재를 남용한다는,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너무도 괴로웠다는 김 작가는 ‘아내의 유혹’ 2탄 격으로 10월부터 방영되는 ‘천사의 유혹’을 통해 그 굴레를 벗고 싶다고 말했다. ‘천사의 유혹’은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편의 복수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극을 찬찬히 살펴보면 각각의 인물들의 원한관계가 치밀하게 맞물려 있다. 저마다 배신과 복수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순옥 작가의 프로필은 의외로 평탄하다. 명문대 국문과 출신에 남편은 부장검사. 20대 중반에 일찌감치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지금은 서울 강남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던 그는 2000년 MBC 드라마작가 공모에 당선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데뷔 당시 그는 작가가 됐다는 기쁨에 쉴 새 없이 작품을 쏟아냈다. 주로 휴머니즘을 강조한 잔잔한 드라마였는데 이상하게 시청률은 안 좋았다고 한다. 그때 그는 결심했다. 일단 사람들이 보게 만든 후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고. 이후 ‘그래도 좋아’ ‘아내의 유혹’ 두 편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프로필만 보면 전형적인 엄친딸인데 왜 ‘쎈’ 이야기에 천착하나.
“학창시절 엄친딸은 아니고 평범했어요. 드라마에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일종의 판타지죠. 평소 규율과 제약에 얽매여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드라마를 통해 상상하고 대리만족한다고 할까요.”
-한 해에 두 작품을 쓰기 쉽지 않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혹자는 ‘아내의 유혹’ 후광을 업고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데 그 드라마를 하면서 ‘막장 드라마’라는 공격을 많이 당했어요. 그것은 분명히 제가 어디선가 잘못 그렸기 때문일 텐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에는 ‘햄릿’처럼 복수에 대해서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햄릿’도 주인공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엄마와 삼촌이라는 것을 알면서 시작하는데 아무도 막장이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그것은 그 중심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죠. ‘천사의 유혹’에도 불륜·방화 등 자극적인 설정이 있지만 주인공들이 왜, 무엇을 좇기 위해 복수를 하는가를 잘 그리면 막장이라는 말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내의 유혹’ 때 막장 논란으로 많이 괴로웠나.
“평소 인격이 잘못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일로 초등학교 교사와 드라마 작가를 꼽았어요.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여과 없이 그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내의 유혹’을 하면서 제가 그런 작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더라고요. 저 자신이 너무 창피했어요. 출연진과 스태프에게도 미안하고. 이번 작품을 보면서 ‘또 복수극이야?’라고 손가락질하다가도 ‘그래도 좀 달라졌네’라고 평가해주신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아요.”
아이 키우며 사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 통해 드라마 소재 얻어
어려서부터 드라마 보기와 이야기하기,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는 드라마 소재도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친구 모임, 학부모 모임, 동네 아줌마 모임 등 ‘불러주는 곳’은 다 가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드라마 소재로 삼는다. 전화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해 휴대전화 통화료로 한 달에 꽤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글이 잘 안써질 때. 그는 생각이 막히면 잠을 자거나 집안일을 한다. 청소나 설거지를 하다가 불현듯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막장 작가’라는 꼬리표를 뗀 후에는 명랑 가족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런 논란도 감수할 만큼 드라마 집필이 매력 있나.
“어려서부터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김수현 작가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은 아침부터 들뜨곤 했죠. 제가 ‘아내의 유혹’을 집필할 때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잊고 드라마에 빠져 있는 걸 보곤 보람을 느꼈어요. 누군가가 제 드라마를 보는 40분 동안 아픔과 괴로움을 잠시 잊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아내의 유혹’에선 장서희가 극중 1인2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두 남자가 한 인물을 연기하는 설정이 재미있다.
“‘아내의 유혹’ 때 가장 비난받은 것이 장서희씨가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나와 다른 사람 행세를 했던 거였어요. 시청자는 뻔히 다 아는 걸 극중 인물들만 모른다고 말이 많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주인공이 전신 성형과 성대수술까지 해서 다른 사람이 되도록 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다시 태어나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잖아요. 제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설정을 하는 것은 그런 바람의 표현입니다.”
-남편이 검사라 수사 사례 등 드라마 소재를 많이 제공할 것 같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다만 드라마에 법률 용어가 들어갈 때는 틀리지 않도록 조언을 해주죠. 사실 쑥스러워서 남편과는 제가 쓴 드라마를 같이 안 봐요.”
-아이들 키우면서 드라마 집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아이들한테 중요한 시기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이에요. 평소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 먹여 학교 보낸 뒤 글을 쓰죠. 저는 밖에서 적당한 소음도 있고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면서 쫓기듯 써야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집안일은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닙니다(웃음).”
욕정 때문에 아내를 버리는 남편, 시부모에게 대드는 며느리, 한 치의 꾸밈도 없는 캐릭터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39)는 방송계에서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됐지만 동시에 ‘막장 작가’라는 오명도 얻었다. 드라마 방영 당시 게시판에는 자극적인 소재를 남용한다는,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너무도 괴로웠다는 김 작가는 ‘아내의 유혹’ 2탄 격으로 10월부터 방영되는 ‘천사의 유혹’을 통해 그 굴레를 벗고 싶다고 말했다. ‘천사의 유혹’은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편의 복수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극을 찬찬히 살펴보면 각각의 인물들의 원한관계가 치밀하게 맞물려 있다. 저마다 배신과 복수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순옥 작가의 프로필은 의외로 평탄하다. 명문대 국문과 출신에 남편은 부장검사. 20대 중반에 일찌감치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지금은 서울 강남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던 그는 2000년 MBC 드라마작가 공모에 당선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데뷔 당시 그는 작가가 됐다는 기쁨에 쉴 새 없이 작품을 쏟아냈다. 주로 휴머니즘을 강조한 잔잔한 드라마였는데 이상하게 시청률은 안 좋았다고 한다. 그때 그는 결심했다. 일단 사람들이 보게 만든 후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고. 이후 ‘그래도 좋아’ ‘아내의 유혹’ 두 편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프로필만 보면 전형적인 엄친딸인데 왜 ‘쎈’ 이야기에 천착하나.
“학창시절 엄친딸은 아니고 평범했어요. 드라마에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일종의 판타지죠. 평소 규율과 제약에 얽매여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드라마를 통해 상상하고 대리만족한다고 할까요.”
-한 해에 두 작품을 쓰기 쉽지 않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혹자는 ‘아내의 유혹’ 후광을 업고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데 그 드라마를 하면서 ‘막장 드라마’라는 공격을 많이 당했어요. 그것은 분명히 제가 어디선가 잘못 그렸기 때문일 텐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에는 ‘햄릿’처럼 복수에 대해서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햄릿’도 주인공이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엄마와 삼촌이라는 것을 알면서 시작하는데 아무도 막장이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그것은 그 중심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죠. ‘천사의 유혹’에도 불륜·방화 등 자극적인 설정이 있지만 주인공들이 왜, 무엇을 좇기 위해 복수를 하는가를 잘 그리면 막장이라는 말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내의 유혹’ 때 막장 논란으로 많이 괴로웠나.
“평소 인격이 잘못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일로 초등학교 교사와 드라마 작가를 꼽았어요.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여과 없이 그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내의 유혹’을 하면서 제가 그런 작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더라고요. 저 자신이 너무 창피했어요. 출연진과 스태프에게도 미안하고. 이번 작품을 보면서 ‘또 복수극이야?’라고 손가락질하다가도 ‘그래도 좀 달라졌네’라고 평가해주신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아요.”
아이 키우며 사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 통해 드라마 소재 얻어
어려서부터 드라마 보기와 이야기하기,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는 드라마 소재도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친구 모임, 학부모 모임, 동네 아줌마 모임 등 ‘불러주는 곳’은 다 가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드라마 소재로 삼는다. 전화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해 휴대전화 통화료로 한 달에 꽤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글이 잘 안써질 때. 그는 생각이 막히면 잠을 자거나 집안일을 한다. 청소나 설거지를 하다가 불현듯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막장 작가’라는 꼬리표를 뗀 후에는 명랑 가족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런 논란도 감수할 만큼 드라마 집필이 매력 있나.
“어려서부터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김수현 작가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은 아침부터 들뜨곤 했죠. 제가 ‘아내의 유혹’을 집필할 때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잊고 드라마에 빠져 있는 걸 보곤 보람을 느꼈어요. 누군가가 제 드라마를 보는 40분 동안 아픔과 괴로움을 잠시 잊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아내의 유혹’에선 장서희가 극중 1인2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두 남자가 한 인물을 연기하는 설정이 재미있다.
“‘아내의 유혹’ 때 가장 비난받은 것이 장서희씨가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나와 다른 사람 행세를 했던 거였어요. 시청자는 뻔히 다 아는 걸 극중 인물들만 모른다고 말이 많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주인공이 전신 성형과 성대수술까지 해서 다른 사람이 되도록 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다시 태어나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잖아요. 제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설정을 하는 것은 그런 바람의 표현입니다.”
-남편이 검사라 수사 사례 등 드라마 소재를 많이 제공할 것 같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다만 드라마에 법률 용어가 들어갈 때는 틀리지 않도록 조언을 해주죠. 사실 쑥스러워서 남편과는 제가 쓴 드라마를 같이 안 봐요.”
-아이들 키우면서 드라마 집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아이들한테 중요한 시기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사실이에요. 평소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 먹여 학교 보낸 뒤 글을 쓰죠. 저는 밖에서 적당한 소음도 있고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면서 쫓기듯 써야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집안일은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닙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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