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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s Cafe | 스타의 몸값

드라마 무기한 출연 정지, 박신양‘쩐의 전쟁’ 희생양 되나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9. 01. 19

박신양이 방송가 허리띠 졸라매기 움직임의 직격탄을 맞았다. 드라마 제작사협회가 박신양이 과도한 출연료를 요구했다며 무기한 출연 정지를 결의한 것. ‘바람의 화원’ 종영 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박신양의 입장과 논란의 핵심을 취재했다.

드라마 무기한 출연 정지, 박신양‘쩐의 전쟁’ 희생양 되나


지난 12월5일 인터넷에는 놀라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드라마 제작사 모임인 (사)드라마제작사협회가 박신양(41)의 드라마 출연을 무기한 금지했다는 것이다. 박신양이 지난 2007년 ‘쩐의 전쟁’ 4회 연장 출연 조건으로 회당 1억7천여만원을 요구한 점과 출연료 6억8천여만원 가운데, 미지급분 3억8천여만원을 받고자 소송을 제기한 점 등이 그 이유. 협회는 ‘쩐의 전쟁’을 제작한 이김프로덕션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 협회 입회 금지 및 방송 3사에 이 회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편성금지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드라마 ‘태왕사신기’ 출연 당시 회당 2억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배용준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태왕사신기’는 배용준의 파워로 해외자본이 많이 투입된데다 제작사와 배우 간 분쟁도 없었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쩐의 전쟁’ 본편 출연 당시 박신양의 출연료는 4천만원 선. 하지만 드라마가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자 제작사 측에서 드라마를 연장하기 위해 먼저 몸값을 제시했거나 배우가 요구하는 조건을 전폭적으로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김프로덕션은 이에 대해 “자세한 경위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드라마제작사협회의 결의가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한 방송 관계자는 “박신양이 출연료를 대폭 인하해 드라마에 출연하겠다고 하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이번 결의는 다른 스타급 연기자들에게 적지 않은 파급력을 발휘할 듯하다. 송승헌, 최지우, 권상우 등 출연료를 자진 삭감하는 연기자들이 늘고 있는 것.
드라마 무기한 출연 정지, 박신양‘쩐의 전쟁’ 희생양 되나

배우에게 연기를 못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 vs 드라마 정상화 위해 불가피하다
협회의 결정 사항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논란이 일던 시간, 박신양은 ‘바람의 화원’ 종방연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아내와 딸이 있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박신양의 소속사 측도 출연료 논란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며칠 후 박신양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안에 대해 간접적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겨울이 오면 러시아에서 공부했던 기억이 어김없이 찾아온다”라고 운을 뗀 뒤 “혹독하게 추웠지만 나를 강하게 만든 시간이었다”며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바람의 화원’ 촬영 당시)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느낌을 드라마 속에서 다시 만들어내기도 했고 소설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드라마를 본 아이들이 바닥에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는 흉내를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하는 일이 절대로 무책임한 일이 돼서는 안 됨을 깨달았다”며 연기자로서의 자세를 다시금 매만졌다.
오랜 드라마 촬영으로 그는 몹시 지친 상태. 그는 “참으로 오랜만의 휴식이다. 8개월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모든 것이 생소하다”면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걷는 것이다. 숨도 크게 쉬어보고 싶다. 영화도 보고 싶고 팝콘도 먹고 싶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는 약속도, 꼭 강아지를 데리고 함께 놀아준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 눈이 오면 눈사람도 만들기로 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박신양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라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방송가에선 “경위야 어찌됐든 배우에게 연기를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가 이번 시간을 잘 극복하고 시청자 곁에 다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신양의 출연료 논란은 다른 스타급 연기자의 몸값에도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쩐의 전쟁’ 출연 당시 모습.

▼ 스타 출연료 대체 얼마기에…
‘태왕사신기’ 배용준 2억5천만원, ‘에덴의 동쪽’ 송승헌 7천만원(드라마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해외 판권 수익에서 50% 받는 조건)…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 2천5백만원….
지난 12월 초 열린 ‘TV 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 세미나에서 김진웅 선문대 교수가 공개한 톱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다. 2003년 당시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이영애의 ‘대장금’ 출연료가 1천만원에도 못 미쳤던 것에 비춰볼 때 그 사이 가파르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미니시리즈 한 편 평균 제작비는 2억원 선. 이 가운데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돈은 1억3천만원 안팎으로, 톱스타 두 명을 캐스팅할 경우 출연료를 감당하기도 빠듯한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부분의 투자는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극중 한 부모 가정이 많이 등장하고 재벌가 안주인이 도우미 없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것도 제작비를 아끼기 위한 방편이다. 그로 인해 드라마 제작 일선에서는 끊임없이 스타들의 출연료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 김수현 작가는 한 강연회에서 드라마에 한 톱스타를 기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가 출연료를 세일하겠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출연료 고공행진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출연료에 거품이 생긴 주된 원인은 한류열풍이다. 김진웅 교수는 세미나에서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시점부터 스타 연기자의 출연료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한국 지상파 방송에서 받는 돈 외에, 해외에 드라마를 팔아서 추가수입을 올리기 위해 한류스타를 확보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그 와중에 출연료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류가 예전 같지 않고, 시청률도 톱스타 캐스팅과 큰 관계가 없다는 자료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경우 2천만원 이상을 받은 출연자는 한 명도 없었다.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이번 박신양의 출연 정지 결의가 과한 측면이 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스타들의 몸값이 이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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