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행위는 흔히 섹스 대상이 없을 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남편들이 부부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자위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여성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 팍시러브(www. foxylove.net)에서 지난 12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편의 자위행위를 보았다’는 응답이 56%, ‘보지는 않았지만 자위행위를 하는 것 같다’는 응답이 36%에 달했다. ‘본 적도 없고 자위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믿는 여성은 8%에 불과했다.
이렇듯 높은 비율의 남자들이 결혼 후에도 자위행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 박사는 “아내와의 섹스에 성적 만족을 느끼지 못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내를 배려해 스스로 성욕을 해소하려는 이유도 있다. 또한 삽입섹스에 비해 자위행위를 할 때 심신이 더 안정되고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2003년 20세 이상 한국 성인남성 1천6백 명을 대상으로 성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혼남성의 50%가 자위행위를 한다고 응답했어요. 그런데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연령이 올라갈수록 성기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자위행위 비율도 낮아져요. 바꿔 말하면 자위를 한다는 게 성기능이 강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죠.”
남편의 자위행위를 바라보는 주부들의 시각도 예상외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혼이다’(1%), ‘왜 자위행위를 하는지 따진다’(5.1%), ‘모른 척 하지만 화가 난다’(3.5%) 등 부정적인 시각은 10% 이내에 불과했다. 오히려 ‘남편의 자위행위를 적극 도와준다’는 입장이 과반수가 넘는 52.3%에 달했고, ‘모른 척하고 이해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38.1%였다.
이런 결과에 대해 팍시러브 이연희 대표(32)는 “자위행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에는 주부들이 자위행위가 섹스의 대체라고 생각하고, 남편이 자위를 하는 게 자기가 성적으로 부족해서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 설문결과를 보면 주부들 사이에 섹스와 자위는 별개라는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가한 팍시러브 회원 중 주부 4명이 인터넷상의 채팅을 통해 자기 남편의 자위행위 모습을 목격했을 때의 느낌과 자위행위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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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여자 생각하며 몰래 하는 것은 싫지만 나를 만지면서 하는 건 좋아요”
팍시 오늘은 남편의 자위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여기 모이신 분들은 남편이 자위하는 걸 본 적이 있나요?
정혜 가끔 봐요. 전부터 가끔씩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안 나올 때가 있었어요. 자위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다른 부부보다 섹스를 적게 하는 편도 아니어서 설마 했었죠. 그런데 몇달 전에 양치질하러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남편이 그러고 있는 거예요. 남편이 실수로 화장실 문을 안 잠근 거죠.
케이트 남편이 당황했겠어요.
정혜 우리 부부는 섹스에 관해 숨기는 편이 아닌데도 들킨 게 민망했던가봐요. 너무 당황하는 모습이어서 오히려 제가 더 민망하더라고요. 얼른 문을 닫고 장난스럽게 “빨리 마무리하라”고 했죠(웃음).
유선양 전 남편이 자위행위를 하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만약 보게 된다면 기분이 나쁠 것 같아요. 솔직히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 상상하면서 자위하는데 기분 좋을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케이트 그렇게 따지면 섹스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눈 감고 딴 여자 생각하면서 할 수도 있잖아요.
팍시 케이트님은 어떠세요?
케이트 전 지금 남편이랑 두 번째 결혼이에요. 첫 남편과는 섹스 트러블이 심했는데 지금 남편은 무척 개방적이에요. 우리는 함께 포르노를 보며 자위를 하기도 해요. 그래서 남편의 자위에 대해 한번도 기분 나빠한 적이 없어요.
팍시 제 남편은 몰래 자위를 하다 저에게 걸린 적은 없지만, 밤에 제가 자는 것 같으면 옆에서 부스럭거릴 때가 있어요. 제가 피곤해하니까 혼자 해결하려는, 나름대로 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도 남편이 잘 때 옆에서 자위를 한 적이 있는걸요. 아마 남편도 알면서 모르는 척해준 것 같아요.
정혜 그런 건 분명히 사생활이잖아요. 부부 사이에도 지켜줘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케이트 그럼요. 섹스는 섹스고 자위는 자위잖아요. 그러다보면 부부가 함께 자위할 수도 있는 거고, 자위를 하다 또 섹스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고요.
정혜 제 이야기를 다시 하면, 어이없는 게 남편이 한 번 들키고 나니까 다음부턴 아예 내놓고 하는 거예요. 전에는 몰래 했는데 요즘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기도 해요. 그러다 흥분되면 저에게 한번 하자고 조르고.
팍시 정혜님을 무척 편하게 생각하나봐요.
정혜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주책이죠. 그리고 솔직히 텔레비전에 나온 여자 연예인 보고 발기해놓고는 그걸 저에게 풀어달라는 식이니까 속이 상해요.
팍시 유선양은 남편이 절대 자위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유선양 이왕이면 안 했으면 좋겠고, 하더라도 저한테 걸리지 않았으면 싶어요. 내 남자가 다른 여자 보면서 자위하는 거 싫어요.
케이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남편이 내 앞에서 나를 보면서 자위하는 거랑, 혼자 몰래 자위하는 걸 내가 보는 것은 많이 틀릴 것 같아요. 제 남편은 자위를 자주 하긴 해도 제 모습을 보면서 발기하고, 포르노를 봐도 꼭 제 가슴을 만지거나 하면서 자위를 하니까 제 기분이 덜 나빴던 것 같아요. 만약 혼자 몰래 하는 모습을 봤다면 저도 머리로는 이해해도 기분은 나빴을 것 같아요.
정혜 그거예요. 바람피우다 걸린 것은 아니지만 왠지 외도 현장을 목격한 것 같은 느낌이죠. 그런데 화를 내자니 그것도 이상해서 화도 못 내고.
팍시 화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잖아요. 그러면 남편은 몰래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성적으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어요. 자기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유선양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거죠.
팍시 자위랑 섹스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각박하고 상상력이 고갈되는 시대에 자위할 때 갖는 팬터지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요.
정혜 저도 전에는 남자의 자위에 대해 부정적이었어요. 결혼 후 자위는 배우자에게 뭔가 만족을 못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팍시님이 쓴 ‘함께 하는 자위도 섹스의 하나’라는 글을 보고 생각을 바꿨어요. 다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는 거죠.
팍시 기분 나쁜 측면이 없을 수는 없죠. 하지만 자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많고, 성욕이 왕성한데 아내에게 매일 하자고 조르는 것도 미안해서 혼자 해결한다는 사람들도 많아요.
“나와 섹스하다 다른 여자 이름을 들은 것 같은 기분 들었어요”
유선양 그런데 우리나라 주부들이 모두 여기 모인 분들처럼 남편의 자위를 이해할까요?
정혜 남자의 자위를 아예 이해 못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제 친구 하나가 갑자기 우울증 걸린 사람처럼 맥이 없고 고민이 많아 보이더라고요. 이유를 물었더니 글쎄, 울면서 하는 말이 “남편이 몰래 자위하는 걸 봤다”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느니 남편이 변태라느니 하는데 어이가 없었죠.
케이트 성교육을 못 받아서 그래요. 우리 세대에도 자위는 변태들이나 하는 걸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팍시 케이트님 주변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나요?
케이트 애를 둘 낳고는 죽어도 섹스하기 싫다며 각 방을 쓰는 후배가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가봤더니 자위를 하고 있었다면서 “섹스밖에 모르는 변태와는 살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했대요.
유선양 심하다.
정혜 의외로 그런 여자들이 많아요.
팍시 대충 이야기를 정리하면 섹스에 대해서 무지하고 보수적인 여성이 아닌 한 남편의 자위행위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것 같아 싫다는 거네요.
정혜 맞아요. 저랑 섹스하다가 다른 여자 이름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죠.
팍시 그래도 남편을 너무 몰아세우면 안 될 것 같아요. 자신을 성적으로 편하고 부담 없는 파트너로 여기게 만들어서 환상조차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좋잖아요.
정혜 기왕이면 같이 즐겨줬으면 하는 거죠. 저는 하고 싶을 때 남편이 하기 싫어하는 것 같으면 그냥 참거든요. 근데 남편은 꼭 혼자라도 하고야 마니까 소외감 같은 게 든다고 할까.
케이트 전 결혼 후에도 자위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혜님 같은 경우 ‘함께 해줬으면’ 하니까 다행이지만 하기 싫은데 강압적으로 자기 기분 풀자고 덤비는 남자들도 있거든요. 전남편이 성욕이 너무 강한 그런 케이스였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남들은 우스갯소리로 호강에 겨운 소리라고 하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제발 혼자 하라고 하면 “마누라 있는데 나더러 자위하라고 하느냐”고 화를 냈죠. 그런 식의 섹스는 섹스가 아니에요. 남편의 섹스를 돕는 기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팍시 이번에 팍시러브에서 설문조사한 걸 보면, 애인이나 배우자가 자위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적극적으로 합류한다는 대답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유선양 저도 놀랐어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남편이 자위하면 다들 화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정혜 저도 적극적으로 합류한다에 한 표를 던졌어요. 그런데 사실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남편이 자위하다가 삽입섹스로 마무리하고 싶어하니까 그렇게 한다는 거죠.
케이트 제가 없을 때 하는 건 안 봐서 모르겠지만, 저랑 있을 때 자위를 하면 꼭 제 몸을 한손으로 만지거나 보여달라고 하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저도 흥분이 돼서 같이 하게 되곤 하죠.
팍시 오늘 모이신 주부들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개방적이고 솔직한 성생활을 하는 것 같네요. 오늘 이야기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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