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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천재론&창의성 키우기’ 단독 인터뷰

“천재란 만들어지는 것, 초·중학교 시절 환경이 중요하다”

■ 정리·이영래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7.31 14:31:00

한국에서 인재, 인사를 말할 때 삼성그룹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87년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을 전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도약시킨 이건희 그룹회장이 최근 동아일보가 연재하는 ‘나의 인재 감별법’ 취재팀에게 자신의 인사철학과 인재관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천재 한명이 수십만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천재론 등 인터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천재론&창의성 키우기’ 단독 인터뷰

동아일보 국제부 이기홍 기자가 진행한 이 인터뷰는 기자가 수십여개 문항의 질문서를 미리 보내면 이건희 회장(61)이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이순동 홍보담당 부사장 등에게 구술로 답변하고, 그러면 기자가 이것을 듣고 다시 추가 질문서를 보내 답변을 듣는 방식을 반복해서 이뤄졌다. 이회장은 4차례에 걸쳐 모두 8시간 동안 자신의 인사철학과 인재관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성품의 이회장이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낱낱이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이회장의 핵심 참모들은 놀라워했다. ‘인재’ ‘인사’라는 주제에 이회장이 얼마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화를 하나 소개할까요. 늑대가 나타났다고 늘 거짓말을 하던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다들 아시지요. 그런데 이 소년이 나중에 저승에 갔습니다. 염라대왕이 왜 거짓말을 밥 먹듯 했느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소년은 ‘너무 심심해서 죽겠더라고요. 이해해 주세요’하며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게다가 ‘내 친구 OOO는 나보다 훨씬 더 거짓말을 많이 했는데도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라고 남의 뒷다리 잡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어떤 유형의 직장인을 가장 싫어하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자작(自作)으로 보이는 우화’를 예로 들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인재가 되려는 사람이 금기시해야 할 네 가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바로 ‘거짓말, 변명,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억지, 뒷다리 잡기’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인물 유형이지요. 직장인으로 성공하려면 이같은 네 가지 금기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이회장은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려 하고, 그것을 키워주는 타입의 리더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좌절을 딛고 성공했을 때 이회장은 전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기도 하다.
어려움을 극복한 간부에 대해 이회장이 쏟는 각별한 애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의 중용이다. 93년 6월 이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간부들을 불러 신경영을 선언하던 당시, 이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사였다. 엄청난 위기라며 “일류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하는 이회장의 말을 듣던 이이사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당시 불량품을 양산해내던 단말기 기술 수준을 뼈저리게 자책했던 것.
그러나 94년까지도 불량품이 계속 쏟아졌다. 하루아침에 일류로 도약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좌절은 깊어갔다. 그러나 이회장은 다시 한번 도전해보라고 격려했다. 격려에 힘을 얻은 삼성전자 무선전화팀은 그동안 만든 단말기를 모두 모아 불태워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였다.
그후 ‘애니콜 신화’가 시작됐고 그는 상무이사(96년), 전무이사(98년), 부사장(99년)을 거쳐 2001년에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거의 1년에 한 단계씩을 뛰어오르는, 삼성에서도 보기 드문 고속 승진을 거듭한 것.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이 회장이 쓰고 싶어하는, 갈망하는 인재는 어떤 유형일까.
“바로 천재입니다. 외부에서는 신경영이 질(質) 위주 경영이었다면, 제 2 신경영은 무엇이냐고 궁금해합니다. 그에 대한 답은 바로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년 전부터 5년, 10년 후 뭘 먹고 살지를 고민해왔어요. ‘바로 이거다’ 하는 사업이 떠오르질 않더군요. 환경이나 기술이 너무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미래의 보장된 사업을 지금 찾아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였어요. 주변 상황을 돌아봤지요. 지금 일본이 불경기라고 해서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일본의 기술력은 아직도 대단합니다. 일본은 정녕 다시 봐야 하는 ‘잠자는 사자’입니다. 중국은 코스트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으로 생산력이 세계 최대지요. 게다가 시장 매력 때문에 외국자본이 투자를 많이 합니다. 우리보다 대학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세계 1백위권에 드는 대학도 많아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한 대학과 인재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위기상황입니다. 기업 정치 행정 각계의 리더들이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날 겁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뛰어난 인재를 육성해야겠다는 겁니다. 삼성만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키우자는 겁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천재론&창의성 키우기’ 단독 인터뷰

“과거엔 10만명, 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앞으로는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 2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건희 회장.


그러면서 이회장은 “결국 천재, 우수 인재를 많이 가진 국가나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21세기는 경쟁이 극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소수의 창조적 인재가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거죠. 과거에는 10만명, 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살렸지만 앞으로는 천재 한명이 10만명, 20만명을 먹여살리는 시대가 될 겁니다. 총칼이 아닌 사람의 머리로 싸우는 두뇌전쟁의 시대에는 결국 뛰어난 인재, 창조적 인재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20세기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제품을 만들었으나 21세기에는 천재급 인력 한명이 제조공정 전체를 대신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반도체 라인 한개를 만들려면 30억달러 정도가 들어가는데 누군가 회로선폭 반만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져 30억달러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천재들을 키워 5년, 10년 후 미래 사회에서 선진국과 경쟁해 이기는 방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회장은 “분야별로 천재급 두뇌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시장이 어떻게 변하든 두려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회장이 말하는 천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이회장은 삼성의 누구를 천재급 인재라고 여기고 있을까?
“제가 얘기하는 천재는 공부만 잘하는, 100점만 맞는 사람이 아닙니다. 각자 끼가 하나씩은 있고 놀기도 잘하고 공부도 효율적으로 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매출액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고 세금도 미국 총 납세액의 1.8%에 이릅니다. 그런 천재 3명만 나오면 우리 경제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그런 천재 세 사람을 찾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삼성 내에는 천재급 인재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준(準) 천재급 인재는 여러 명 있다고 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준천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펠로(Fellow)로 선임된 사람들이 해당되겠죠. 또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을 ‘삼성 펠로’로 임명하는데 이들도 준천재급이라 할 수 있지요. 전자의 황창규(50) 사장은 256M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확보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전기전자공학회에서 펠로로 선임됐지요. 삼성종합기술원의 서양석(50) 전무와 유인경(49) 상무보도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진대제(정보통신부 장관) 전 전자사장을 비롯해 스타급 전문경영인 중에는 이회장이 직접 발굴해낸 인물이 적지 않다.
준천재급 인재를 조심스레 거론하던 이회장은 “천재는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많은 준천재급 인재들이 천재급 자질을 갖췄지만 어려서부터 자질에 맞게끔 공부를 못했어요. 물론 문과 출신들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만 공부의 타이밍이 너무 늦어 머리가 굳어졌지요. 이들은 대개 1940년대 후반이나 50년대 초반에 태어났는데 당시는 전문서적은 물론 상상력을 키워주는 소설이나 만화책도 없었어요. 놀이 종류가 딱지치기, 구슬놀이, 술래잡기 정도였지요.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인 초·중학교 시절에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못되었지요. 요즘 같으면 충분히 천재로 클 수도 있었을 텐데, 참 안타깝습니다.”
이회장은 그러면서 “자랄 때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내 경험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광복이 되던 해인 네살 때부터 경제를 알았다고 얘기를 합니다. 선대 회장(고 이병철 전 회장)께서 삼성상회를 운영하셔서 매일 주판을 놓고 물건을 사고팔고 맞추는 것을 보면서 자랐지요. 종일 비즈니스 환경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상거래에 관한 한 다른 사람이 초등학교를 졸업해야 아는 것을 그때 알게 된 겁니다. 당시의 경험이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회장은 그러면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천재는 확률적으로 1만명, 10만명에 한명 나올 정도의 사람이기에, 대한민국에서 잘해야 4백∼5백명이죠. 그런데 이런 천재들은 보통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교육으로는 천재성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빌 게이츠가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중국 한국 등에서 태어났다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있었겠습니까. 우리나라에도 그런 천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현재의 제도나 사회 인식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제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소수의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경쟁시켜 천재로 키우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다간 준천재급도 못 키우는 환경이 될까봐 걱정이에요. 일본 유럽 미국의 천재 교육 시스템 중 어느 것이 좋은지 연구해서 우리 교육제도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시급해요.”

천재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위화감을 조성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그는 그런 우려 때문에 천재 육성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천재성을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데 ‘위화감’ 때문에 시도 한번 해보지 못해요. 미국을 보세요. 공립학교에서 대부분 교육을 담당하지만 상위 15%는 사립학교, 특수학교에서 그들에 맞게 교육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사립학교 재단에 기금을 기부해 천재 육성센터를 만들려고 해도 걸림돌이 많은데 이런 것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하향 평준화를 더 이상 방치하면 국가의 장래도 어두워지지요.”
물론 삼성의 미래가 천재에게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테크노 CEO들, 그리고 그룹의 핵심 실세라 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들의 덕목을 예로 들면서 왜 이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앞으로 중점을 둘 인재 육성 방향은 어느 쪽인지를 설명했다.
“대졸 신입사원 중 여성인력을 얼마나 뽑았지요?”
3년여전, 삼성그룹 인력관리를 총괄하는 구조조정본부의 노인식(부사장) 인사팀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느닷없이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노팀장은 ‘아차’ 싶었다. 이 회장이 학력과 성차별 요소를 모두 없애라고 지시한 게 94년. 지시에 따라 채용시 남녀 구분을 없애고 여직원 유니폼을 없애는 등 나름대로 선진적인 남녀평등 제도를 펴왔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인력 채용을 차츰 정상화하던 시기여서 여성 채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
“10% 가량”이라는 보고를 하자 전화기에서 나지막하지만 준엄한 꾸짖음이 들려왔다.
“말귀를 못 알아들었습니까.”
이 전화 통화 이후 삼성의 대졸 신입사원 중 여성인력 비율은 15%→18%→20%로 차츰 높아졌고, 올해는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는 여성 3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기업에서 여성을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틀린 말입니다. 여성은 배려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합니다. 여성 인력을 안 쓰면 경쟁력을 잃게 돼요. 여성도 스스로 이 부분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여성인력 활용은 제2 신경영의 중요한 축(軸) 중 하나예요.”
이회장은 “다른 나라는 남녀가 동등하게 경제에 참여하는데 우리는 두 바퀴에 하나가 빠지고 가는 외발자전거격 아닙니까”하고 지적했다.
“모성애의 위대함도 그렇지만 여성의 감성, 꼼꼼함 등은 대단한 강점이에요. 21세기를 감성시대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벤처기업,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그들의 창의성과 감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겁니다. 제품개발, 기획, 마케팅, 구매 등의 부서에 여성인력을 전진 배치해야 합니다. 입사나 승진 때 불이익을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을 과감하게 임원으로 발탁할 겁니다. 또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좋은 제도를 도입하라고 되풀이해 주문하고 있어요. 여성 근로자를 위한 컨설턴트도 채용하고 탁아소도 더 많이 지어야 합니다. 산전 산후 휴가도 충분히 줘야 해요.”
그러면서 이회장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같은 철의 여성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처니까 그렇지’라든가, ‘여자도 아니지’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하며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의 인재관리 시스템은 이회장이 지난 25년간 꾸준히 구축해온 결과물이다. 이회장은 78년 삼성물산 부회장에 취임해 그룹 경영에 참여하면서 ‘인재 제일주의’의 콘텐츠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회장과 동갑으로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던 손병두 전경련 고문의 회고.
“이건희 부회장은 이병철 회장에게 ‘잡종 강세론’을 건의했지요. 공채 출신을 우대하는 삼성의 순혈주의를 지켜가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과감히 영입하자는 논리였어요.”
이때부터 ‘품성을 갖춘 정통 엘리트’를 중시하던 삼성의 인재관에 다양성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부회장은 세계은행의 국제금융 전문가를 초대 기획조정실장으로 영입하고, 국내외 대학에서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해 요직에 포진시켰다. 요즘 이회장이 강조하는 ‘끼 있는 인재론’의 단초였던 것. 하지만 당시는 물론 지금도 ‘끼’와 ‘팀워크의 삼성’간의 함수관계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신춘문예 당선자, 대학가요제 입상자, 게임전문가, 해커 등을 스카우트했는데, 적성을 살리면서 잘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특이한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이 개방화되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색깔의 인재들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해나가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강조하는 ‘끼’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마니아’형의 인재를 말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우수하지는 않을지라도 특정 분야에 남다른 재능과 흥미를 갖고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조직 내의 협조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열정과 몰입도는 굉장히 높아요.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이 기대되는 인재 유형이지요. 이처럼 개성이 강하고 재능 있는 인력의 기를 살려주고 남다른 발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해요. 사장 전무라면 그런 사람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회장은 87년 회장 취임 후 채용과 인사제도에 많은 변화를 줬다.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대졸 학력 제한을 없앴다. 신입사원들에게 가전제품을 하나씩 들려주고 팔아오라는 식의 교육도 없어졌다.
이회장이 이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핵심 육성 대상 인재는 천재, 이공계 기술인력, 여성인력, 끼 있는 인재, 글로벌한 인재 등 5개 항목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기자는 최근 삼성의 전현직 고위 관계자 3명에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이회장이 성실성 창의성 책임감 정직성 전문성 등 아랫사람(경영자급)의 여러 덕목 중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느꼈냐”는 공통된 질문을 던져봤다.
대답은 한결같이 일치했다. “창의성이죠.”


여성동아 2003년 8월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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