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양고기 수입량이 최근 3년 새 2배 넘게 증가했다. 주위에 양꼬치 전문점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1인당 1만3천원 정도만 내면 양꼬치를 양껏 먹을 수 있는 무한 리필 전문점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SNL코리아〉에서 시작된 ‘양꼬치 앤 칭따오’라는 유행어와 더불어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다이어트와 피부 미용에 좋다’는 인식도 양고기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맛있으면서 건강에 좋은 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양꼬치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터. 여기에 맥주까지 곁들이면 환상의 궁합. 그런데 과연 양꼬치를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
양꼬치는 맛도 맛이지만 긴 꼬치에 촘촘하게 끼워진 고기를 숯불에 돌려가며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름 운치도 있다. 그런데 양꼬치의 본고장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양꼬치가 자동으로 돌아가며 구워지는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마치 영화 〈엑스맨〉 속 울버린처럼 손가락 사이에 여러 개의 꼬치를 움켜쥐고 손을 뒤집어가며 수동으로 굽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양꼬치 사랑이 본고장을 뛰어 넘은 셈이다. 양꼬치를 먹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는 건 꼬치에 네모반듯하게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고기의 모양새다. 살코기 한 점, 지방 한 점, 또 살코기 한 점, 지방 한 점. 어쩜 이리도 가지런하게 고기, 지방 순으로 마치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처럼 살코기를 잘랐을까. 돼지고기의 삼겹살 부위처럼 양고기의 삼겹 부위를 잘라서 꼬치에 끼운 걸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먼저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두 종류의 양고기를 알아야 한다. 바로 램(Lamb)과 머튼(Mutton)이다. 램은 12개월 미만 어린 양의 고기, 머튼은 늙은 양의 고기를 의미한다. 램은 머튼에 비해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덜하고 육질이 부드럽다. 가격도 램이 훨씬 비싸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값싼 머튼 고기로 양꼬치를 만들 때 발생한다. 고기가 너무 질겨서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양꼬치 업자들이 쓰는 방법이 있다. 소의 지방 부위를 살코기의 모양과 비슷하게 잘라서 머튼 고기 사이사이에 일일이 끼워 넣는 것이다. 몸에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양꼬치를 먹으러 갔던 소비자들은 양고기 대신 소기름만 실컷 먹고 오는 셈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상당히 고전적인 축에 속한다. 요즘은 소기름 대신 양기름을 굳혀서 양꼬치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 역시 인위적인 방법이다. 모두 램 대신 퍽퍽한 머튼을 사용하려다 보니 이렇게 기름을 살코기 사이에 끼우고 있는 것이다.
지방을 인위적으로 끼워 넣은 양꼬치와 마블링이 자연스러운 램 고기를 쓴 양꼬치는 눈으로 봐서는 구분하기 힘들다. 고기를 굽기 전 하얀 지방을 젓가락 등으로 떼어보자. 지방과 살코기가 선명하게 분리된다면 이 양꼬치는 인위적으로 지방을 붙인 것일 확률이 높다. 반면 지방과 살이 딱 붙어서 잘 분리되지 않는다면 램을 사용한 진짜 양꼬치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양꼬치를 불에 굽기 전에만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불에 닿았다면 인위적으로 끼워 넣은 지방이 녹으면서 양고기와 완벽하게 접착이 된다. 그럴 경우 판별은 물 건너간 일이 된다. 물론 단가는 지방을 인위적으로 끼워 만든 양꼬치가 훨씬 싸다.
소기름이든, 양기름이든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끼운 지방의 양은 얼마나 될까. 양꼬치 1인분의 무게는 대략 185g. 이 중 인위적으로 만들어 끼운 지방만 따로 분리해 무게를 쟀더니 대략 54g으로 측정됐다. 양꼬치 1인분 중 지방 비율은 약 30%, 즉 3분의 1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지방을 소비자들은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지방을 프라이팬에 녹여보니 종이컵 한가득 정도의 기름이 발생했다. 양꼬치 1인분을 먹을 때 이 기름 한 컵을 마시는 셈인 것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원가가 좀 더 들더라도 어린 양고기를 썼더라면 이런 걱정은 애당초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불포화지방산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한다. 그런데 양꼬치 기름은 어떨까. 양꼬치를 굽고 나서 한참을 두면 상온에서 하얗고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양꼬치에 불포화지방산이 많다면 이렇게 기름이 굳는 현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의 지방 성분을 분석한 결과 양고기의 포화지방산 비율이 50%에 가까운 것으로 측정됐다. 이로써 양고기가 불포화지방산이 높아서 혈관 건강에 좋다는 것은 근거가 없음이 확인됐다.
충격적인 실험 결과는 또 남아 있다. 고단백 저지방이라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홍보하던 양꼬치 전문점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였다. 역시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의 열량(100g 기준)을 측정한 결과 소고기 170kcal, 돼지고기 185kcal, 양고기 265kcal로 양고기의 칼로리가 압도적으로 높게 측정됐다. 결정적으로 100g당 지방 함량을 분석해보니 소고기는 9.3g, 돼지고기는 12.3g, 양고기는 21.5g이 나왔다. 똑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 함량 자체가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높은 것이다. 그리고 그 지방 중 50%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아닌, 포화지방산이라고 하니 믿었던 양고기에 발등 제대로 찍혔다. 이럴 거면 차라리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편이 다이어트에 훨씬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양고기가 기력이 약해진 환자들의 힘을 북돋아주는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다이어트와 혈관 건강에까지 좋다는 식의 이야기는 근거가 부족하다. 과거와 달리 쉽게 접할 수 있어진 양꼬치를 마음껏 즐기되 기왕이면 그 실체를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김진
동아일보 기자로 채널A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며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해 식품, 음식에 관한 편법이나 불법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직접 실험에 참여하거나 형사처럼 잠복근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조윤제
양꼬치는 맛도 맛이지만 긴 꼬치에 촘촘하게 끼워진 고기를 숯불에 돌려가며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름 운치도 있다. 그런데 양꼬치의 본고장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양꼬치가 자동으로 돌아가며 구워지는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마치 영화 〈엑스맨〉 속 울버린처럼 손가락 사이에 여러 개의 꼬치를 움켜쥐고 손을 뒤집어가며 수동으로 굽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양꼬치 사랑이 본고장을 뛰어 넘은 셈이다. 양꼬치를 먹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는 건 꼬치에 네모반듯하게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고기의 모양새다. 살코기 한 점, 지방 한 점, 또 살코기 한 점, 지방 한 점. 어쩜 이리도 가지런하게 고기, 지방 순으로 마치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처럼 살코기를 잘랐을까. 돼지고기의 삼겹살 부위처럼 양고기의 삼겹 부위를 잘라서 꼬치에 끼운 걸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먼저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두 종류의 양고기를 알아야 한다. 바로 램(Lamb)과 머튼(Mutton)이다. 램은 12개월 미만 어린 양의 고기, 머튼은 늙은 양의 고기를 의미한다. 램은 머튼에 비해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덜하고 육질이 부드럽다. 가격도 램이 훨씬 비싸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값싼 머튼 고기로 양꼬치를 만들 때 발생한다. 고기가 너무 질겨서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양꼬치 업자들이 쓰는 방법이 있다. 소의 지방 부위를 살코기의 모양과 비슷하게 잘라서 머튼 고기 사이사이에 일일이 끼워 넣는 것이다. 몸에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양꼬치를 먹으러 갔던 소비자들은 양고기 대신 소기름만 실컷 먹고 오는 셈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상당히 고전적인 축에 속한다. 요즘은 소기름 대신 양기름을 굳혀서 양꼬치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 역시 인위적인 방법이다. 모두 램 대신 퍽퍽한 머튼을 사용하려다 보니 이렇게 기름을 살코기 사이에 끼우고 있는 것이다.
지방을 인위적으로 끼워 넣은 양꼬치와 마블링이 자연스러운 램 고기를 쓴 양꼬치는 눈으로 봐서는 구분하기 힘들다. 고기를 굽기 전 하얀 지방을 젓가락 등으로 떼어보자. 지방과 살코기가 선명하게 분리된다면 이 양꼬치는 인위적으로 지방을 붙인 것일 확률이 높다. 반면 지방과 살이 딱 붙어서 잘 분리되지 않는다면 램을 사용한 진짜 양꼬치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양꼬치를 불에 굽기 전에만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불에 닿았다면 인위적으로 끼워 넣은 지방이 녹으면서 양고기와 완벽하게 접착이 된다. 그럴 경우 판별은 물 건너간 일이 된다. 물론 단가는 지방을 인위적으로 끼워 만든 양꼬치가 훨씬 싸다.
소기름이든, 양기름이든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끼운 지방의 양은 얼마나 될까. 양꼬치 1인분의 무게는 대략 185g. 이 중 인위적으로 만들어 끼운 지방만 따로 분리해 무게를 쟀더니 대략 54g으로 측정됐다. 양꼬치 1인분 중 지방 비율은 약 30%, 즉 3분의 1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지방을 소비자들은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지방을 프라이팬에 녹여보니 종이컵 한가득 정도의 기름이 발생했다. 양꼬치 1인분을 먹을 때 이 기름 한 컵을 마시는 셈인 것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원가가 좀 더 들더라도 어린 양고기를 썼더라면 이런 걱정은 애당초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슈퍼푸드 수준의 양꼬치 효능, 사실일까
양꼬치 맛집으로 알려진 한 식당을 가봤다. 벽에 걸린 큰 액자에 양고기의 효능에 대해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성의 피부 미용에 탁월하며 고단백 저지방이라 다이어트 음식입니다. 또한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달리 양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몸에 좋습니다.’ 과연 이 같은 양꼬치의 효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양고기는 기초 체력을 키워주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부족한 원기를 회복시킨다’고 되어있다. 그 어디에도 다이어트나 체중 관리라는 표현은 없었다. 오히려 ‘머리가 어지럽거나 몸이 파리하고 마른 사람한테 양고기를 먹이면 치료된다’고 나와 있다. 다이어트보다는 몸을 살찌운다는 이야기다.불포화지방산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한다. 그런데 양꼬치 기름은 어떨까. 양꼬치를 굽고 나서 한참을 두면 상온에서 하얗고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양꼬치에 불포화지방산이 많다면 이렇게 기름이 굳는 현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의 지방 성분을 분석한 결과 양고기의 포화지방산 비율이 50%에 가까운 것으로 측정됐다. 이로써 양고기가 불포화지방산이 높아서 혈관 건강에 좋다는 것은 근거가 없음이 확인됐다.
충격적인 실험 결과는 또 남아 있다. 고단백 저지방이라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홍보하던 양꼬치 전문점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였다. 역시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의 열량(100g 기준)을 측정한 결과 소고기 170kcal, 돼지고기 185kcal, 양고기 265kcal로 양고기의 칼로리가 압도적으로 높게 측정됐다. 결정적으로 100g당 지방 함량을 분석해보니 소고기는 9.3g, 돼지고기는 12.3g, 양고기는 21.5g이 나왔다. 똑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 함량 자체가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높은 것이다. 그리고 그 지방 중 50%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아닌, 포화지방산이라고 하니 믿었던 양고기에 발등 제대로 찍혔다. 이럴 거면 차라리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편이 다이어트에 훨씬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양고기가 기력이 약해진 환자들의 힘을 북돋아주는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다이어트와 혈관 건강에까지 좋다는 식의 이야기는 근거가 부족하다. 과거와 달리 쉽게 접할 수 있어진 양꼬치를 마음껏 즐기되 기왕이면 그 실체를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김진
동아일보 기자로 채널A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며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해 식품, 음식에 관한 편법이나 불법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직접 실험에 참여하거나 형사처럼 잠복근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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