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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cho #korea_road

날마다 새해 첫날

효재와 루벤의 속초 해파랑길

2016. 12. 27



남의 나라 총리가 먼저 알아본, 해파랑길

정말 어찌 된 영문인가 싶게도 속초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속초 근거리에 위치한 강릉 선교장에는 할아버지의 멋진 글씨가 담긴 현판이 있어 문턱 닳게 드나들었는데도 이웃 동네 속초에 들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걷는 길은 걷기여행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성한 해파랑길.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으로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10개 구간, 50개 코스, 770km 걷기 길이다. 이번에는 해파랑길의 속초 구간인 45코스. 설악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해 대포항, 아바이마을, 속초항을 거쳐 장사항까지 걸어간다.

지난 2015년 겨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한국에서 겨울 휴가를 즐겼을 때, 속초·양양 등 관광지와 경주의 문화 유적을 둘러보는 코스로 해파랑길을 걷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직접 페이스북에 여행 사진과 감상문까지 올렸단다. 이번 여행에는 싱가포르 청년 루벤과 함께 리셴룽 총리의 발자취를 따라 걷기로 했다.

속초에 들어서니 해안 길을 따라 이어지는 항구도 멋지고, 한겨울에 코트가 필요 없을 만큼 바람이 따뜻하다.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배

속초 시내에서 순대로 유명한 청호동 아바이마을까지 이동하려면 속초의 명물 갯배를 타면 된다. 요금은 편도에 단돈 2백원. 갯배가 속초항 수로를 건너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때와 같이 옛날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배 한 척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하다. 승선하는 사람이 모두 힘을 합해 쇠줄에 고리를 걸고 끌어야만 움직이는 갯배가 나도 놀라운데 싱가포르에서 온 루벤은 얼마나 신기했을까.



“이런 경험을 어디에서 해보겠어? 진짜 오늘 우리 복 받은 거야!”

한겨울 바다의 선물, 속초항은 양미리 풍년

속초항에서는 아낙네들이 종일토록 양미리를 손질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린다. 이른 아침 남자들은 부지런히 배에 한가득 양미리를 실어 온다. 그물에서 일일이 떼어낸 양미리를 아낙네들이 줄줄이 꿰어 바닷바람에 잘 말려두는 것이다. 루벤은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진다. “이건 어떻게 먹는 거예요?” “싱가포르에서도 이런 비슷한 생선을 먹어본 것 같은데.” 잘생긴 이국의 청년이 애교 섞인 한국말로 물어오니 추운 바람에 굳어진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꽃처럼 웃음이 번진다.


루벤은 “속초 바다가 싱가포르 바다보다
더 재밌다”고 말한다.
바다가 재밌다는 건 무슨 뜻일까.


속초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찾아가라 했던 곳이 속초등대전망대였다. 속초항을 끼고 우뚝 솟아 있는 등대전망대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시야가 넓어지면서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햇빛을 받아 금색 실로 수를 놓은 듯 반짝거리는 넓은 바다는 마치 여인네 치마폭을 펼쳐놓은 것만 같다. 서해에서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면 동해는 씩씩한 바다다. 그래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참 좋다. 희망적이다.


신라시대 화랑인 영랑이 해넘이에 반했다는 영랑호. 맑은 호수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아직 앳된 얼굴에 똑똑한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산책로를 따라 우거진 갈대숲과 한가로이 호숫가를 거니는 물새들까지, ‘평화’라는 말에 어울리는 건 다 있다.



영랑호를 보는 순간,
속초에서 살고 싶어졌다.
신라 화랑 영랑이 그랬나 보다.



장사항 루벤 바위

설악항, 대포항, 외옹치항, 속초항 등 속초에는 항구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장사항은 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새빨간 등대, 고운 모래 해변까지 함께하는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이 바위가 훗날 루벤 바위가 될 거야.” 한류 스타 욘사마가 다녀간 관광지에는 세계 각지의 팬들이 찾아와 똑같은 포즈로 기념 촬영을 하고 간다. 루벤이 앉은 이 바위에도 많은 아시아의 팬들이 찾아올 거다. 리셴룽 총리가 다녀간 뒤 해파랑길을 찾는 싱가포르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하니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그날이 올지도 모른다.





속초 테이스티 로드

여행지에서의 가장 큰 즐거움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할 때다. 대포항의 신선한 회와 각종 해산물, 아바이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함경도식 순대와 냉면까지. 북한 음식과 항구의 싱싱한 식재료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속초의 맛을 만든다. 그런데 속초 닭강정이 또 이렇게 맛있는 이유는 뭘까.



1 시골이모순두부
설악산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학사평 순두부마을에는 80여 곳의 순두부 식당들이 모여 있다. 매일 아침 잘 불린 국산 콩으로 순두부를 만든다. 학사평 순두부는 바닷물을 간수로 이용해 생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몽글몽글한 식감을 살리고 짭짤한 맛이 특징이다. 하얀 순두부는 간장 양념을 적게 넣어야 특유의 담백한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얼큰한 맛을 좋아한다면 두부전골을 추천한다. 두부와 각종 버섯, 새우까지 푸짐하게 들어가 시원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순두부에는 구수한 메밀전을 곁들여도 좋다. 밑반찬들도 상당히 정갈하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126-1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7시 30분
문의 033-635-0232
2 아바이식당
한국전쟁이 끝나고 함경도 피란민 중에서도 할아버지들이 지금의 청호동 일대에 자리를 많이 잡았다. 이후 할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따서 아바이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관광객들에게는 아바이순대처럼 이북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아바이순대에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감칠맛을 돋우는 명태회를 듬뿍 얹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쫄깃쫄깃한 오징어 속을 채워 먹는 오징어순대도 속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아바이식당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특별 비법으로 직접 순대를 만들기 때문에 더욱 깊은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아바이마을1길 3-1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문의  033-635-5310

3 소야동치미막국수
막국수는 여름철 속초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유독 겨울이 추운 속초에서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동치미는 겨울에 먹어야 진짜 제맛을 음미할 수 있다. 소야동치미막국수는 현지인들이 더욱 자주 찾는 곳이다. 메밀 특유의 까칠한 식감과 구수한 뒷맛의 조화가 씹을수록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동치미막국수를 시키면 면 따로 동치미 국물이 따로 나온다. 각각의 입맛에 맞게 동치미 국물을 넣어 먹는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하고 구수한 맛의 3박자가 조화롭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반로 76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문의 033-633-1228



4  청초수물회
속초는 예전부터 인근에서 잡은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물회 맛집들이 많았다. 지금도 그 역사가 이어져 속초 곳곳에서 물회 맛집들을 만날 수 있다. 청초수물회는 속초의 물회 맛집 가운데서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사골을 넣고 끓인 육수에 해삼과 전복, 광어, 오징어 등 싱싱한 해산물들을 가득 얹어주는 모둠물회가 대표 메뉴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느끼며 씹다 보면 입맛이 확 살아난다. 어느 정도 해산물을 건져 먹고 난 뒤에는 밥이나 국수를 말아 먹을 수 있다. 물회 한 그릇만으로도 성인 한 명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식사 시간에는 어느 정도 줄을 설 각오를 해야 한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엑스포로 1길 14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9시 30분 문의 033-635-5050

5 이조면옥
최근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많은 실향민이 터를 잡은 곳답게 속초에는 이북 음식들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냉면 위에 새콤매콤하게 무쳐낸 명태회를 올린 함흥냉면은 대표적인 이북 음식으로, 속초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쫄깃한 면발의 냉면을 명태회와 쓱쓱 비벼 먹으면 별미가 따로 없다. 반쯤 냉면을 먹고 난 뒤 냉육수를 부어주면 물냉면으로도 먹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식초와 설탕, 겨자를 적당히 넣어 새콤하거나 달콤한 맛을 추가할 수도 있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동해대로 3930번길 4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문의 033-632-3181

6 사돈집
물곰이라고 불리는 생선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그러나 동해안 가운데서도 속초 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이 생선은 국으로 끓이면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강원도에서는 ‘곰치’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탕을 끓일 때 김치를 넣기 때문에 ‘곰치국’이라고도 부른다. 살은 흐물흐물하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움이 매력적이다. 국물에 고춧가루를 넉넉하게 풀어서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으로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비린내가 없고 육질이 담백해 생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영랑해안1길 8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8시 문의 033-633-0915



지도로 보는 속초 여행 걷기 코스

떠오르는 해와 바다를 지척에 두고 걷는 길.
너른 동해바다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넉넉해지는 것 같다.



속초에 대한 추가 정보한국관광공사 공식 홈페이지 추천 테마 여행, 관광 명소, 교통, 축제, 코리아둘레길 소식 등 지역 관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korean.visitkorea.or.kr
속초문화관광 공식 홈페이지 숙박, 음식, 특산물, 축제, 체험 등 다양한 정보를 소개한다. sokchotour.com

당일치기 속초여행 코스  설악해맞이공원-아바이마을-속초관광수산시장-속초항-속초등대전망대-영랑호-장사항



〈여성동아〉 1월호 ‘효재와 루벤의 속초 해파랑길’ 기사에  실린 해파랑길 45코스를 걷고 ‘코리아둘레길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oreadullegil)’에 후기와 인증샷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5분께 프로스펙스 워킹화를 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코리아둘레길 페이스북’을 참고해 주세요.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효재 기획 최은초롱 기자
진행 신정희 프리랜서
사진 홍태식 이상윤
사진제공&취재협조 속초시청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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