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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를 좋아한 안하무인 소시오패스’에게 놀아난 대한민국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6.11.24 16:44:06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마운 사람’이었던 민간인 최순실 씨는 취미가 ‘연설문 고치기’, 특기가 ‘재단 만들기’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여성동아〉 취재기자들과 채널A 앵커, 정신과 전문의가 모여 ‘최순실 게이트’의 퍼즐을 맞춰봤다.

02 기자들과 정신과 전문의 방담 ‘최순실은 누구인가’

‘음주가무를 좋아한 안하무인   소시오패스’에게 놀아난 대한민국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9일 만인 11월 12일 토요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100만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이날 저녁 〈여성동아〉 기자들과 채널 A 시사토크쇼 〈이남희의 직언직설〉의 이남희 앵커 그리고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였다.


▼ 오늘 열린 ‘100만 촛불시위’로 얘기를 시작해보죠.


이남희 /
조금 전 뉴스 진행을 마치고 시위 현장을 거쳐 왔는데 광우병 시위 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어요. 청와대 앞까지 행군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다들 평화 시위를 강조하고 있어서 걱정스러운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여요. 태극기를 나눠 갖고, ‘최순실 코스프레’를 하고, 콘서트에 나선 가수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시위문화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명희
/ ‘장수풍뎅이연구회’라는 단체도 깃발을 꽂았답니다.(이후 트위터에는 이를 패러디한 ‘전견련(개주인)’, ‘허물없는 세상(파충류 동호회)’ ‘국경없는 어항회’ 등의 모임이 생겨나고, 11월 19일 열린 4차 촛불집회에는 ‘민주묘총’ ‘범야옹연대’ ‘얼룩말연구회’ 등의 깃발이 휘날렸다.) ‘전대협’이나 ‘민주노총’과는 다른, 과거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비정치적 단체가 처음으로 나타난 거죠.

김지영 / 이번 집회에는 특히 학생들 참여가 늘어난 것 같아요. 정유라 씨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부정 입학 뿐 아니라 학창 시절 상상을 뛰어넘는 특혜를 받았잖아요. 원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던 학생들로선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죠. 광장에 나온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정씨 입시 의혹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 같아요.(교육부는 11월 18일 정씨의 대학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대에 정씨의 입학 취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철 / 제가 대구에서 병원을 열고 있는데 이곳 민심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요. 무엇보다 대통령이 일반인에게 놀아난 것은 도무지 봐줄 수 없다는 분위기예요.   

▼ 최순실 씨가 공적 직함이 없어서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예상 밖의 취재원들을 통해 최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들을 수 있었죠.

이남희 / 최씨 모녀의 품성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동아일보〉 기자가 제보를 받고 최씨 모녀가 단골로 다녔다는 서울 압구정동의 한 목욕탕을 찾아가 세신사와 인터뷰했는데요. 최씨 모녀의 몸을 씻겨준 세신사의 말에 따르면 당시 여덟 살이던 정유라 씨에게 “아줌마가 때 밀게 누워봐”라고 했더니 정씨가 “뭐라고?”하면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고 합니다. 이 내용은 〈동아일보〉 단독 보도였죠. 굉장히 허름한 목욕탕인데 거기 가면 정·재계 유명인사 부인들의 세신 용품이 비치돼 있다고 해요.



정희순 / 저는 최씨와 목욕탕 멤버였던 분을 만났는데 최씨의 언니 순득 씨를 통해 최씨를 알게 됐대요. 〈조선일보〉에서 ‘최순득이 몸통이고 최순실이 행동대장’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그분도 그런 케이스인가 보더라고요. 그런데 ‘팔선녀’란 말은 처음 듣는다고 했어요. 아, 목욕탕 멤버 중에 연예인 P의 엄마도 있었대요.

김명희 / 제가 만난 육영재단 전 직원은 최씨가 어린이회관 주차장에 자판기를 들여놓는 등 이것저것 돈 될 만한 건 잘 챙겼다고 해요. 그런데도 직접 얼굴을 나타낸 적은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상당히 비슷하죠.   

김지영 / 강남에 사는 유명 디자이너도 최씨와 인연이 있었어요. 그녀 딸이 1997년~98년에 최씨가 운영하던 ‘초이 몬테소리 유치원’을 다녔대요. 그 디자이너는 당시 최씨에 대해 “원장일 때도 늘 뚱한 표정을 짓고 있고, 학부모들에게도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다. 안하무인이라고나 할까. 최 원장이 최태민 씨의 딸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었지만 딸 정유라의 존재는 몰랐다. 그냥 퉁퉁하고 패션 센스도 별로 없고 호감 가는 타입은 아니었다”고 해요. 재밌는 건, 최 원장이 학부모들끼리 연락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대요. 아이의 친한 친구의 엄마 전화번호를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유치원에서 흔히 하는 재롱잔치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결국 학부모들끼리는 유치원 졸업식 때 얼굴 본 게 전부래요. 유치원이 크진 않았지만, 어린이회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고 자랑 했대요. 2000년대 초반 초이 유치원은 없어졌어요. 다시 유치원을 한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 미승빌딩이 들어섰죠.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있는 알짜배기 건물인데 최근에 2백50억원에 매물로 나왔대요.

정희순 / 최씨의 딸이 다닌 경복초등학교 어머니회를 같이 했다는 분을 만났어요. 그때도 치맛바람은 유명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회에선 1년에 한 번씩 〈별들의 합창〉이라는 산문집을 냈는데 그 학교 학생이던 정유라 씨(당시 이름은 정유연)가 쓴 글에 말 이야기가 나온대요. ‘우리 아빠가 독일에서 스카이라는 말을 가져왔다. 내가 옆에 있는 말에게 당근을 줬더니 스카이가 질투를 하는 것 같았다’는 내용이 있더라는 거죠. 최씨가 평소 음주가무를 즐겼고 와인클래스와 보컬 클래스를 다녔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김명희 / 제가 아는 분은 최씨의 미승빌딩 이후 거처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피엔폴루스에 살면서 최씨를 알았대요. 한 달에 1천만원씩 내는 3억원 짜리 계를 했다고 해요.

이남희 / 최씨는 언니 순득 씨와 최근 구속된 부산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과도 같은 계원이었다는 것이 최근 언론 보도로 밝혀졌죠. 그 계모임도 매달 붓는 돈이 1천만원이 넘었대요. 그런데 최씨의 이웃 중에 그녀를 좋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방송 수위를 조절하는데 애를 먹을 정도였어요.

정희순
/ 식당에 개들을 데려와서 개 수발까지 들게 했다고 하잖아요. “내가 누군지 알아?” 하면서 큰소리치고.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러기가 힘들죠.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요. 도덕성은 물론이고 현실감도 없어요.

김현철 / 최씨에 대해 나온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소시오패스적 특징을 보입니다. 또한 최씨는 자신을 특별하고 전지전능한 존재로 믿는 듯해요. 딸에게도 그렇게 믿도록 교육했을 것으로 보여요.


‘음주가무를 좋아한 안하무인   소시오패스’에게 놀아난 대한민국
▼ 최순실 씨 주변의 세 남자 고영태, 차은택, 정윤회 씨 이야기로 넘어가죠.(고씨는 ‘박근혜 가방’을 만든 가방제조업체 ‘빌로밀로’ 대표.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를 통해 최씨와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CF 감독 차은택 씨는 2014년 8월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활동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맡아 현 정부의 ‘문화 융성’과 ‘창조’ 관련 사업을 농단한 인물이다. 정윤회 씨는 최씨의 전 남편으로 두 사람은 1995년 결혼했으나 2014년 5월 이혼했다. 〈세계일보〉는 같은 해 11월 ‘청와대 비선실세는 정윤회’라고 보도했다.)

이남희 / 고씨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연설문을 고치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게 발단이 됐죠. 또 〈동아일보〉 단독 보도를 통해 최씨가 전지현의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청와대 전 행정관, 유도선수 출신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대통령 의상을 준비하는 CCTV영상을 2년 전 TV조선에 넘긴 사람이 고씨라는 사실이 알려졌고요.

김지영
/ 최순실 씨의 존재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정윤회 씨가 비선실세로 주목받고 있었어요. 청와대 문건이 들어있는 최순실 씨의 태블릿PC를 jtbc에 넘긴 사람도 정씨라는 설과 고씨라는 설이 분분하더군요.

이남희 / 고영태 씨가 2차 검찰조사(10월 30일)를 받기 직전 채널A 기자와 따로 만나서 단독인터뷰 할 때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열람했다는 걸 시사하는 발언을 했어요. 그런데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서는 말이 달라졌죠. 고씨는 지시를 받는 직원일 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김명희 / 고씨가 검찰 수사를 받고 나와서 2012년 가방 사업 때문에 최씨를 만났다고 밝혔는데 고씨가 접객업소에서 일할 때부터 둘이 알고 지냈다는 소문이 있죠.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윤전추, 이영선 행정관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최씨 주변에 있었고, 그 둘을 청와대로 보낸 사람이 최씨라고 여러 매체에서 전하고 있어요.

김지영
/ 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전횡을 한 인물이 차은택 감독이에요. 외삼촌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은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평소 ‘대부’라 말하던 사람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에 앉혀 놓고 자신이 만든 회사들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잖아요.   

정희순 / 차씨가 가수 이승환 씨의 고등학교 후배래요. 이씨도 차 감독이 권력자들과 다니더니 변한 것 같다고 했대요.

이남희 / 차은택 감독은 원래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실력있는 아티스트였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듯합니다.


‘음주가무를 좋아한 안하무인   소시오패스’에게 놀아난 대한민국
▼ 최순실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린 기업들은 어떤 상황인가요.

이남희 /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구속기소 돼 재판 중일 때 당시 승마협회 고위 임원이 김 회장의 사면 등을 조건으로 거래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얼마 전 채널A가 단독으로 보도한 적이 있어요. 한화는 거절했다고 밝혔죠.

김지영 / 이번 사건으로 타격이 컸던 기업 중엔 CJ를 빼놓을 수 없죠. 조원동 전 수석이 2013년 말 CJ에 전화를 걸어 ‘VIP의 뜻’이라며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은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요.

김명희 / 그 당시 CJ쪽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어요.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이미경 부회장이 ‘한국의 밤’ 만찬을 준비했는데, 굉장히 호평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다음 달에 이 부회장이 〈블룸버그마켓츠매거진〉이라는 유력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의욕적으로 기업 경영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불과 몇 달 후 이 부회장이 갑자기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건너갔었죠.

김지영 / 바로 그 다보스포럼 만찬이 문제가 됐다는 거예요. 그 행사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인데, 이미경 부회장이 더 주목을 받는 바람에 미움을 샀다는 거죠.

김명희 / 그리고 CJ가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같은 진보 성향의 영화들을 배급, 투자한 것도 눈 밖에 난 원인이라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그런 진보 성향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엄청난 피해의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들 때문에 보수의 가치가 평가절하 됐다고 믿었던 거죠.

김지영 / CJ는 올해 사건이 참 많네요. 이재현 회장의 며느리도 얼마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났죠.

정희순 / 이재현 회장이 몸이 안 좋아서 아들 내외의 결혼식을 서둘렀고, 집안에서도 굉장히 사랑받았다고 하던데. 지난 4월 결혼식 취재도 다녀왔던 터라 더 놀랍고 안타까웠습니다.

김지영 / 롯데그룹의 경우엔, 지난 1월 이미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는데, 5월에 추가로 70억원을 더 내놓았어요. 그런데 검찰이 롯데를 비자금 의혹으로 압수수색하기 바로 전날인 6월 9일, K스포츠재단이 70억원을 다시 롯데에 반납했어요. 왜 돌려줬을까요?

이남희
/ 검찰이 곧 롯데를 압수수색할 거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돈을 받은 게 문제가 될까봐 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아요.(11월 20일 검찰이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에는 롯데그룹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투자하도록 강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최순실 게이트로 세월호 사건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이 다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어요.

이남희 /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그 시간에 관저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김명희 / 그래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었죠. 그날 굿을 했다, 정윤회 씨를 만났다, 최순실 씨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엔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이남희 / 세월호 사건 당일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오후 5시 넘어 처음 모습을 드러냈잖아요. 박 대통령이 당시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했는데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된 발언이어서 논란을 키운 거죠.


‘음주가무를 좋아한 안하무인   소시오패스’에게 놀아난 대한민국
김지영
/ 그러니까 시술이야기가 나오는 거겠죠. 박 대통령의 얼굴이 많이 달라졌어요. 박대통령이 취임 후 젊어졌다는 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모습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시술을 받을 때 7시간이나 걸리나요.

김명희
/ 어떤 시술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사들에 따르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 시술도 있다고 합니다. 준비하고 감각 무디게 하는 쿨링 주사 맞고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마취 후 시술하고 회복하기까지요.

김지영 / 최씨가 다녔다는 김영재 의원은 금실주사로 유명했대요. 4~5년 전 할리우드에서 들여온 시술법인데 지금은 인기가 없다고 해요.

이남희 / 그 원장은 전문의도 아닌데 서울대학교 외래교수로 발탁되고, 유명 개그우먼과도 의료소송을 했던 사람인데 왜 그런 사람에게 얼굴을 맡겼는지 의아해요.  

김명희 / 오늘 보니 최씨와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차병원그룹에서 운영하는 토털 라이프센터)에서 시술을 받은 것으로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최씨가 살았던 피엔폴루스에 차움의원도 있더라고요.(11월 21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최순실 씨와 순득 씨를 통해 대통령을 대리 처방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2014년 2월 차움의원을 나온 후에도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주사제를 대리 처방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데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전후로 최씨를 진료한 다른 의사도 있었다. 이 의사는 사건 당일 대통령을 진료했느냐는 물음에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 박 대통령은 육영재단, 영남대학에서 이미 최씨 일가 때문에 물러났는데도 왜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했을까요.

김현철
/ 박 대통령은 영애 시절, 어머니를 비극적으로 떠나보냈잖아요. 이후 어머니를 구해내지 못한 죄책감이 힘에 대한 갈망을 부추겼을 겁니다.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닮고 싶어하게 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최태민 씨를 만나게 됐다고 봅니다. 최씨는 육 여사에 빙의됐다는 식으로 접근해 영애의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대통령이 될 것이란 희망도 심어준 것 같아요. 그때부터 박 대통령은 최태민 씨를 육 여사와 동일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최태민 씨가 최순실 씨를 자신을 대신할 영매로 인식시켜 최순실 씨와 계속 혈연 이상의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여요.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최태민 씨와 최순실 씨 모두 어머니 육 여사가 빙의된 존재로 믿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거죠. 대통령의 연설문도 이 나라를 담보로 한, 주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김지영 / 그러면 지금 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범죄 사실을 돌리고 있는 최순실 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현철 /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제발 박 대통령을 자극하는, 최순실 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TV로 내보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꾸 자극하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를 진짜로 다 쓸 수도 있습니다.

▼ 이번 일로 순실증에 시달리는 국민들, 어떻게 치유하면 좋을까요.

이남희 / 이화여대생이 쓴 대자보를 보면, 특혜를 받고 입학한 정유라에게 “네 덕분에 나의 노력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실감했다”고 말합니다. 분노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걸 보며 전 희망을 느꼈어요.  

김명희 / 촛불집회에 아이와 함께 나온 한 주부가 ‘엄마가 말은 사주지 못해도 민주주의는 물려줄게’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한동안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실망해 울분을 토하면서도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번엔 우리도 뭔가를 바꿔야한다는 의지를 갖게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철 /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충격적인 일이지만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민주주의가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봅니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사진제공 청와대




여성동아 2016년 12월 6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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