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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behindstory

잘 나가는 검사와 스폰서 친구의 빗나간 우정

editor 장관석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입력 2016.09.27 09:21:17

촉망받던 검사가 스폰서 의혹으로 한 순간에 추락하는 영화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조연은 접대를 제공한 고교 동창 사업가, 내연녀와 유명 정치인 장인은 신 스틸러다.
잘 나가는 검사와  스폰서 친구의  빗나간 우정

고교 동창 : 500(만원) 보냈다. 입금자는 회사이름으로 했다. 드러나지 않게하려구. 응답하라 김검.
김검 : K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아…내게 빌려주는 거로 하고 (K에게 돈을) 보내줘. 개업하면 이자 포함해 갚을게.

“공자의 제자인 유자의 말 중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법과 원칙, 기본을 세워서
 길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은밀한 일탈이 폭로돼 착실히 쌓아온 인생을 수렁으로 몰아넣을 줄은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 본인도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스폰서 부장검사 스캔들’의 주인공 김 부장검사는 고교 동창 김희석 씨(46·구속)와의 돈거래와 술자리 향응 접대, 내연녀 교제 의혹이 제기되면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에 해외 명문대 유학(옥스퍼드대학 법과대학 국제지재권과정 수료)까지 다녀왔고, UN법무협력관 파견 경력도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을 맡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6선 국회의원에, 국회의장을 거친 박희태 새누리당 상임고문의 사위이기도 하다. 자신의 노력에 배경까지 더해져 검찰 내에서도 ‘야망’을 품어볼 만한 선두주자로 꼽혔다.

고등학교 시절 김 부장검사는 학생회장이었고, 김씨는 학급 반장이었다. 사회에서 ‘잘 나가는 검사’와 ‘근사한 사업가’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울 강남의 가라오케를 드나들며 은밀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겼다. 특히 두 사람은 서울 강남의 학동사거리 근처에 있던 한 유흥주점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영화,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이용된 이 업소는 여종업원들이 술자리에 동석하는 방식으로 영업했다.

김 부장검사는 경력 관리에 흠 잡힐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세평이 많다. 하지만 고교동창 김씨 앞에서는 속마음을 다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내연녀와 다툰 얘기, 승진 고민은 물론이고 향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도 스스럼없이 한다.



김 부장검사의 내연녀로 지목된 20대 여성 K씨도 그가 수시로 드나든 주점의 팀장급 여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가 김씨를 통해 K씨에게 오피스텔을 구해주려 한 정황도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에 나온다.

김씨는 올해 2월 3일 김 부장검사의 부탁으로 5백만원을 K씨 계좌로 입금했다. 김 부장검사는 3월 7일 친구 박 모 변호사로부터 1천만원을 빌린 뒤 다음 날 김씨가 박 모 변호사의 처 계좌로 1천만원을 입금케 했다. 김 부장검사가 김씨의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이지만 외관상으로는 김씨와 박 변호사 간의 거래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돈거래와 유흥주점 출입, 내연녀 K씨 문제는 김 부장검사가 추후 김씨로부터 두고두고 협박을 받게 되는 ‘재앙의 씨앗’이 되고 만다.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올해 4월 김씨가 횡령과 사기 사건의 피의자가 되면서부터다. 전자기기 유통업체를 운영한 김씨는 지난해 중국 샤오미 제품을 저렴하게 수입해 공급한다며 거래업체 10여 곳으로부터 1백30여 억원을 먼저 받았다. 그는 이중 일부 금액에 해당하는 제품만 남품하고 나머지 약 7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올해 4월 거래업체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김 부장검사에게 “구속수사를 받지 않도록 검찰에 손을 써 달라”며 도움을 요구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김 부장검사는 친구 박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1천5백만원을 갚는다. 슬슬 김씨와 거리를 두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천5백만원에 더해 김씨가 돈을 요구해 웃돈 1천만원을 추가로 줬다. 이를 위해 어머니의 적금을 깼다”는 김 부장검사의 진술과 금융 거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는 호락호락 놓아주지 않았고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마수’를 드러냈다. 특히 김씨는 2003년 이후 약 10년의 기간 중 5년여를 사기죄 등으로 감옥에서 보낸 인물이다. 그는 2003년과 2004년 각각 징역 1년 4개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2010년에는 85억원 상당의 사기 및 횡령 혐의가 드러나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부적절한 접대 빌미로 협박, 악마로 변한 친구

두 사람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열심히 손쓰고 있다면서) 정작 가보면 왜 이리 추궁하느냐”, “왜 검사실 옆방에서 따로 더 물어보느냐”는 식으로 김 부장검사를 다그친다. 김 부장검사는 “(검사들을 만나) 식사를 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감찰 대상이 되면 언론에 나고 나도 죽고 바로 세상에서 제일 원칙대로 너도 수사 받고 죽어” “내 손과 발이 풀려있어야 너를 도울 수 있다”는 말도 주고받는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김씨는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나타나지 않고 잠적한 뒤 김 부장검사에게 “언론사에 비위를 제보하겠다. 그간 대준 스폰서 비용을 돌려 달라”고 협박을 시작했다. 구속된 이후에는 수사팀에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수사팀에 흘리고, 이를 통해 김 부장검사를 압박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김씨는 스폰서 비용이 7억원은 된다고 협박하다가 최종적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 김 부장검사는 ‘여자문제’가 언급될 경우 가정 파탄을 우려해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9월 2일 2천만원을 주는 등 사건을 막아보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김씨가 지난 9월 2일 한 언론사에 녹취록과 SNS 메시지를 건네자 다급해진 김 부장검사는 박 변호사에게 SOS를 쳤고, 결국 박 변호사의 돈 2천만원을 빌려 김씨에게 준 것이다. 박 변호사는 “많은 것을 체념한 듯 ‘내가 죽는 게 맞겠다’며 패닉 상태가 된 친구가 돈을 갚겠다며 부탁하는데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김 부장검사 측은 자신의 비위에 대해 이미 언론사에 제보가 들어간 사실을 알고 “보름간 보도가 나지 않으면 추가로 금품을 주겠다”고 김씨를 설득했지만 물밑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결국 대검찰청은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 서울고검 감찰부장)까지 구성해 김 부장검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를 출국 금지하고 이들의 돈거래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가 수수한 향응의 가액을 산정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구속된 뒤 “형준이에게 이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추후 사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스폰서처럼 돈을 대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를 소환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 되는대로 수뢰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부장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자 막판에는 (여자 문제라는) 약점을 쥐고 돈을 요구했다. 고교 동창이던 김씨를 사회에서 다시 만났고 그의 사기 전력도 잘 알지 못했다. 저에게 로비한 돈이 수억 원이 될 거라는 김씨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가 악마처럼 느껴졌다”는 말도 했다. 20여 년간 친구로 쌓은 두 사람의 ‘우정’은 이렇게 파국을 맞았다. 최근 김 부장검사는 김씨를 공갈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내연녀로 지목된 술집 종업원 K씨를 소환해 김 부장검사와의 관계, 금품 거래 자금의 성격 등을 조사했다. 김 부장검사의 금품 반환에 관여한 박 변호사도 조사했다. 또한 김 부장검사가 김씨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현재 2개월 직무 정치 처분을 받은 김 부장검사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다. 이번 일로 김 부장검사의 장인인 박희태 새누리당 상임고문의 가족사도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다. 박 상임고문은 2년 전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1993년에는 법무장관으로 임명됐으나, 미국에서 태어난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인 특례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명예 퇴진한 전력도 있다.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남자, 김형준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사진 제공 연합뉴스
디자인 조윤제




여성동아 2016년 10월 6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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